기름값 폭등으로 시름하고 있는 농촌마을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을 하고 있다. 농촌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사꾼에게 기름값은 농산물의 생산비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유를 사용하여 겨울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들은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방울 도마토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영상 12-13도를 유지해야 한다. 금년처럼 기름값이 폭등하면 아무리 면세유라지만 기름값이 생산비의 70%에 이른다.
5월 30일 장흥군 대덕읍 오산리마을을 찾아갔다. 오산리 마을은 장흥군에서 유일하게 겨울철이면 엿을 만드는 집이 많은 곳이다. 이 마을은 한 해 농사일이 끝나면 엿을 만들어 전국에 판매하는 곳으로 호남의 5대 명산인 천관산 아래 있다. 오산리 마을을 비롯하여 대덕읍 일대는 장흥군에서 하우스 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 했고, 밭농사의 대부분은 하우스 농사다.
마을 뒤편 하우스에서 말라가는 방울도마토를 발견했다. 농촌이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방울 도마토 농사도 포기하는가 싶어 하우스 앞으로 갔다.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사람 두 명이 밧데리를 들고 나와 오토바이 시동을 켠다. 하지만 좀처럼 시동이 안 켜진다. 마치 농촌의 어려워진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쓸쓸한 생각이 든다.
그는 서울에서 살다가 34살 때 귀농을 했다.
하우스안은 토마토가 말라가고 있다. 하지만 선뜻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주인인 듯한 사람에게 물었다. 그는 하우스 안을 보라고 했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3동의 하우스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방울 토마토는 모두 말라가고 있다. 사진 몇 컷을 찍고 밖으로 나와 이유를 물었다.
"인자 방울도마토 농사가 끝났지라. 9월에 시작하여 다음 해 6월까지 수확하면 끝나는데, 올해는 좀더 일찍 끝낼라고 물만 주고 영양분을 안 준께 그라고 말라부요."
15년 째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김병갑(52)씨는 오산리 마을에서 태어나 광주사레지오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서울의 무역회사에서 다니다가 33살 때 서울에서 지금의 아내 서영선(37)씨를 만나 결혼해 2남매의 아이들을 두었다.
그가 고향으로 귀향한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라고 한다. 5남매의 장남인 그가 좋은 직장생활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이랬다.
“건강하셨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고 어머니까지 건강이 나빠지면서 장남으로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라. 집안 농사도 많은디, 농사 지을 사람도 없고 서울에 사는 우리부부가 매번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 아내를 설득하여 고향으로 오게 됐지라.”
도시생활에 익숙한 그의 아내가 거절하지 않고, 시골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농촌 생활의 낭만을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고향으로 귀농한 것이 20년 전이고, 하우스를 시작한 것이 19년 됐지라. 700평 밭에 하우스 3연동을 지었지라. 그 때 약 3천만 원 정도가 들었는디 정부에서 50%를 융자 해줬고, 지금은 융자한 빚은 다 갚았지라. 첨에 오이와 애호박을 재배했는디 별로 재미를 못 봤고, 15년 전부터 방울 토마토 농사를 짓게 됐지라.
방울 토마토 농사를 첨 할 때 밤잠을 안 잤어도 좋았지라, 수익이 짭짭한 호시절이었당께요. 1박스에 3만원 이상까지 갔당께요. 그란디 지금은 완전히 다 틀러 부렀지라.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면세유는 갈수록 줄어들어분디, 토마토 가격은 더 내려 가 분당께요.”
그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이제 손해만 나고 빚만 지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인자 참말로 걱정밖에 없당께요. 9월이믄 하우스에 종자를 넣어야 하는디, 지금처럼 계속기름값이 폭등하믄 농사를 짓것소? 죽으란 거지. 일년에 약 3천만 원 정도 수익을 올리는디, 기름값으로 1천5백만 원 정도가 들고, 인건비네, 미생물영양제와 농약값 제하고 나믄, 남는 것이 뭐 있것소?
아무리 농약을 안 쓴다고 하지만 곰팡이 균이 침범하믄 농사가 완전히 망해분께, 안 쓸수가 없어 올해도 두 번 농약을 썻지라. 그라고 살충제는 안 쓰고, 하우스 안에 저라고 노란 것을 붙여 놓는당께요. 그나마 친환경이라고 해서 농약값은 많이 안 든디, 미생물영양제와 인건비 기름값이 턱없이 올라가 분께, 인자 다 틀렀써라. 아그들은 커가고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은 참말로 심들지라.”
그는 답답한지 담배를 연거푸 물었다.
대덕읍에서 방울 토마토 재배하는 사람은 36명이며, 모두 작목반에 가입해 방울 토마토를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공동 출하한다고 한다. 방울 토마토의 현 시세가는 1박스에 보통 15,000원 선이지만 상품에 따라 18,000원까지도 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끝물이라 좋은 상품도 안 나오고, 가격도 많이 떨어져 생산비가 안 나와 며칠 전부터 영양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만 주기 때문에 방울 토마토가 말라간다고 한다.
그의 아내 서영선(37)씨는 이렇게 말한다.
“시골에 산께 몸만 골병들지라, 뭐 있것소. 얻은 건 빚과 병뿐이랑께. 아이들 교육문제가 걱정이고, 서울처럼 문화적인 생활은 시골에서 생각도 못한디, 한가지 좋은 것은 인지라, 시간을 그래도 맘대로 쪼개쓸 수가 있응께, 바쁜일 끝나믄 여유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라.
첨에 고생 많이 했어라. 부모님 병 간호할라, 농사 지을라, 애들 키울라 고생을 많이 했는디, 그래도 인자 빚만 없으면 살 만해라. 하지만 금년 겨울이 문제구만요. 워낙에 기름값이 많이 올라 가분께 어떻게될지 모르것써라.”
농촌이 위기라고 모두 말한다. 농촌의 들녘에서 쓸쓸한 모습으로 힘든 노동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농부들을 만나면서 늘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내가 그들의 삶의 현장에 한가하게 사진이나 찍고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하며 그들의 아프고 쓰린 가슴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농촌의 이야기를 가급적 진솔하게 전하고자 한다. 사진과 부족한 글을 통해 오늘의 농촌을 기록하고 사진을 남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