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선재어촌계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 틈틈이 모은 돈으로 바다낚시계획을 잡아놓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때 당시 알았다고 대답은 해놓았지만 직원들이 힘들게 모은 돈으로 단합차원에서 떠나는 낚시였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안 가기로 접어놓고 있었다.
지난28일(수) 아침 7시경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님! 낚시도구 준비해서 얼른 나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미안한데 너희들끼리 다녀와라, 난 오늘 집에서 쉬어야겠다."
"같이 가기로 했다면서요?”
"그때는 생각없이 대답한 거고 생각해 보니까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미안하네."
잠시 후 선배분이 전화를 바꿨다.
“야, 빨리 안 나와. 너 때문에 출발을 못하고 있잖아.”
막 다그치는 바람에 낚시도구를 챙겨서 낚싯배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
집에서 나올 때 정신없이 나오느라 주위를 보지 않았지만 나와서 바다 위를 보니 안개가 무척 짙게 끼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미 출발했어야하는 낚싯배와 낚시꾼들이 선창에 대기중인 것이 보였다.
잠시 후 안개가 벗어지고 나니 대기중이던 낚시꾼이 분주히 움직였고 그들을 실은 배들이 안개 속을 헤치면서 사라져갔다. 우리 일행도 배에 올라타고 안개 낀 바다 위를 힘차게 달렸다.
출발하면서 선재도쪽을 바라보니 안개에 쌓여 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괜한 걱정이 앞선다. 가시거리 100m 안팍이다. 불안한 마음에 국일호 선장님에게 물어본다.
“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가 상당히 짧은데 괜찮겠습니까?”
"이 정도는 양호한거야, 요즘은 레이더, GPS, 어탐기 등 각종 첨단 장비들이 장착이 되어있어 이 정도의 안개 정도는 문제없어. 걱정하지 말고 가서 놀아."
안심하고 즐기라는 선장님의 말을 듣고 선장실을 나왔다.
안개 속을 달린 지 40여 분이 지났을까? 주변에 낚싯배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낚시 포인트에 거의 다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낚시할 채비를 했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배 위 낚시 포인트로 이동했다. 배가 멈추었고, 신호가 들린다. 삑~ (낚시해도 좋다는 선장님 신호)
선장님 왈 “ 안개가 좀 끼었고, 바다도 잔잔하고, 물때도 좋고 낚시 잘 되겠다.” 나중에 달력 보고 알았지만 그날이 물때표에 “무쉬”로 되어있었다. 무쉬는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날이다. 초보 낚시꾼들이 낚시하기엔 좋은 날이다.
하나 둘 씩 바다에 낚시를 담그었고 곧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걸렸다.”
"시선집중. 뭐야? 놀래미! 에이, 난 또 뭐라고 우럭, 광어 아니면 소리 지르지마!"
말은 그렇게 해도 다들 부러운 시선이다. 그때 우리 일행 중 홍일점이 우럭 한 마리 잡아 올린다. 씨알이 무척 굵다.
낚시를 시작하면서부터 잡아 올린 물고기들이 제법 많았다. 이젠 잡은 물고기를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회를 떠야 하는데 자진해서 회를 뜨겠다는 적임자가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막내가 희생을 했다. 회를 뜨면서도 눈은 잡혀 올라오는 물고기에 가있다. 뭔가 묵직한 게 걸렸나 보다! 낚시대가 많이 휜 것을 보니 분명 큰 놈이다.
"자, 모이세요!" 이 한마디에 흩어져 있던 직원들이 모였다. 싱싱한 상추와 깻잎을 곁들여가며 싸먹는 회맛은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여기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입 안 가득 회를 밀어 넣는다. 입안 가득한 상추쌈 때문에 볼이 터질 듯하다. 옆에서 먹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맛있어 보인다.
상추에 싸먹는 것도 귀찮다! 큰 대접에 회를 담고, 상추와 깻잎을 손으로 찢어서 초장을 붓고 비벼서 먹는 회무침도 천하일품이다. 너도 나도 한 젓가락씩 집어가더니 순식간에 그릇이 비워진다.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우리가 타고 있던 배 옆으로 레저보트 한 척이 다가왔다.
"어디서 왔어요?"
"영흥도에서 왔습니다.”
"멀리서도 오셨네요."
“이 배도 영흥도에서 나온 배 아닙니까?”
"이 배는 영흥도로 입항하는 것이 아니고 선재도로 입항을 하는데요."
“아, 그럼 좀 있다가 돌아갈 때 선재도 근처까지 뒤따라 가면 되겠네요.”
" 바다에 안개가 심한데 멀리까지 나오셨네요. 이런 날은 멀리 나오기는 좀 위험한 거 아닙니까?"
“여기까지 자주 오는 데요, 뭘.”
아마도 이곳까지 온 것도 영흥도에서 출발하는 낚싯배의 뒤를 쫓아 나온 것 같다. 요즘에 서해상에서 레저객들의 보트가 기관 고장등으로 표류하다가 구조되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자기 소유의 보트를 가지고 출항신고를 하고 나오기는 하지만 해상의 갑작스러운 날씨변화에 따른 대처능력이 부족한 레저보트는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또 레저객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출발 전 사전교육도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선명하게 보이는 풍도가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오늘도 풍도분교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서 아쉬움만 마음에 간직하고 돌아왔다.
아침 7시 30분경에 출발을 해서 오후 5시경 마무리를 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선재도를 향해서 돌아왔다. 10시간 가까이 바다낚시를 하면서 지루한 줄 모르게 시간이 가버렸다. 올라오는 물고기에 신이 나고, 신선한 회를 먹는 즐거움에 신이 나고, 모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즐거움에 신이 나는 하루였다.
출발 전 안개는 돌아올 때까지 걷히지 않았고, 안개가 걷힌 곳에서는 강한 햇살이 손이나 얼굴을 빨갛게 익혀놓았다. 저마다 잡은 고기를 아이스박스에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데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바다낚시의 매력에 빠진 많은 마니아들이 왜, 선상낚시만을 고집하며 바다를 찾는지 그 맛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바다낚시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선상낚시의 신선한 매력을 한 번 경험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바다낚시 마니아가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