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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적, 우주적 패션
미래적, 우주적 패션 ⓒ 백선희

우습지만, 너도 나도 '빅뱅'이다. 보그걸, 쎄씨, 에스콰이어 등 패션 잡지들은 더 이상 이름표 붙여진 '스타일리스트'들만의 것이 아니다. 명동, 압구정동, 동대문, 홍대. 거리가 패션이다. 굉장한 속도로 다양하게 진보해나가는 패션은 예술의 역사로도 손색이 없다.

보수적이고 고전적이어서 버려진 촌스러운 것들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하는 빈티지 패션이나, 저항 그 자체의 펑크와 사이키델릭, 양성적인 매력이 묘한 아우라마저 뿜어내는 앤드로지너스 룩, 전위적인 아방가르드까지, 패션은 이렇게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패션은 거리로 나왔다. 얼마 전 M.net에서 'Check it girl'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미니멀리즘의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시니컬한 사진작가 김현성, 엘르걸 편집장 남윤희는 이 프로젝트의 심사위원 이었다. 엘르걸의 모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들이대는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패션이 거리로 나갔으니, 그들도 거리로 패션을 찾아나섰다. 거리에는 싱싱한 에너지가 넘쳤다. 싱싱한 것들 중에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거리의 스타일리스트들을 찾았다. 이소영, 백선희, 이은경, 박현정 등은 젊음과 에너지 자체였고 쟁쟁했다.

걔 중 가장 독특한 매력을 풍기지만, 애매모호하기도 했던 백선희, 페이스는 가장 '이쁜'데 스타일에서 조금 뒤처저 아쉬운 이은경, 무엇보다 '모델스러움'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울렸던 '잇걸' 이소영. 그들은 이렇게 미디어를 거쳐, 패션의 실재로 '시뮬라시옹'했다.

 클래식하면서도 가벼운 악센트가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가벼운 악센트가 있다 ⓒ 백선희

감옥을 만듦으로써, 세상이 감옥이 아닌 것처럼 인식시킨다. 가짜 실재를 실재보다 더 믿게 만드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개념의 간단한 예다. 옷과 장신구를 통해 치장함으로써 덧씌워진 자신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사람을 봤을 때, 아니면 개방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사람을 봤을 때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다 다르겠지만, 보이는 것을 통해 습관적으로 상대를 자신이 형성시켜놨던 나름대로의 구조 속에 일차적으로 기호화 시킨다. 그렇다면 패션을 통해 만들어낸 이 '가짜 실재'는 부정적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이지 않은 공황상태의 이 사회에서, 패션이 패션다워지는 모습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꾸미는 것이라고 해서 자신의 부와 명예를 상징하기 위해 정신적인 것 없이 이루어지는 수준 낮은 떡칠에 가까운 명품 도배와 같은 권력적이고 탐욕적인 것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예술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순수한 '몸'의 보여지는 실재를 통해 변화하려 하고, 원형적 미(美)가 되려 한다. 이렇게 '패션'의 과정과 모습을 본다면, 나아가 시뮬라시옹의 부정적인 면이 아주 제대로 팽배해있는 있는 사회 속에서 패션다운 '패션'을 본다면 그것은 꽤나 순수한 사치이자 가치다.

패션쇼가 부담스럽다면, 번화한 거리로 나가라. 똑같은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듯 금세 구역질나게 질려버리는 유행들보다, 미숙한 혹은 성숙한 스타일리스트들의 개성을 보라. 조금만 거시적으로 보면 재미없이 단순화되는 유행의 간질거리는 구조 속에서, 좀 더 다르게 보이기 위해 꿈틀대는 에너지로 다양성을 향해 도약하는 사람들을 보라. 거리 속 그들의 실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꽤나' 순수한 예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페이퍼 '대통(大通), 크게 통하다(http://paper.cyworld.com/BigGat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패션#백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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