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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인상적인 일

 

.. 내 머리속에 한 큰 인상적인 일이 일어났다. 장학관이 처음으로 우리 학교를 시찰한 일이었다. 그 인상이란 것은 여선생님이 교과서를 장학관에게 줄 때 흥분해서 손이 떨리던 것이나 보통 때는 엄격하던 ‘매디 일리스’ 씨가 온 시간 동안 웃음으로 허리를 굽실거리던 것이 신기하기 때문이 아니고 책을 지은 사람을 바로 눈앞에 두고 본 것이 내 생전에 처음이었다는 까닭이다 ..  <슈바이처-나의 어린 시절>(대한기독교서회,1955) 15쪽

 

 “한 큰”은 어쩐지 어설픕니다. ‘무척’이나 ‘대단히’로 고쳐야지 싶습니다. “그 인상(印象)이란 것은”은 “그 느낌은”으로 다듬고, “흥분(興奮)해서 손이 떨리던 것이나”는 “기쁨에 북받쳐 손이 떨리던 모습이나”로 다듬습니다. “보통(普通) 때는 엄격(嚴格)하던”은 “여느 때는 딱딱하던”으로 손보고, “굽실거리던 것이 신기(新奇)하기”는 “굽실거리던 모습이 새삼스러워서”로 손봅니다. “눈앞에 두고 본 것이”는 “눈앞에 두고 본 때가”로 손질합니다.

 

 ┌ 인상적(印象的) : 인상이 강하게 남는

 │   - 인상적 장면 / 인상적인 작품 / 그 배우는 내면 연기가 인상적이다

 ├ 인상(印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

 │   - 인상에 남다 / 좋은 인상을 남기다 / 무뚝뚝한 인상을 주다

 │

 ├ 한 큰 인상적인 일이 일어났다

 │→ 무척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 두고두고 아로새겨질 일이 일어났다

 └ …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을 가리키는 ‘印象’임을 헤아린다면, ‘낯익다’라는 말에 가지를 쳐서 ‘낯깊다’ 같은 말도 써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낯깊이 새겨지는 느낌”이나 “낯깊이 남는 느낌”처럼 풀어내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 그 배우는 내면 연기가 인상적이다

 │→ 그 배우는 내면 연기가 훌륭했다

 │→ 그 배우는 내면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

 ├ 인상적인 작품

 │→ 참 좋았던 작품

 │→ 가슴 뭉클한 작품

 └ …

 

 저마다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마음에 새겨지는 깊이’가 다릅니다.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그때그때 다 다르게 새겨지거나 다가오는 느낌을 이렇게도 담아 보고, 저렇게도 나타내 볼 수 있습니다. 작품 하나를 보면서도 “아 좋구나” 할 수 있고 “말없이 눈물이 흐르더이다” 할 수 있으며 “가슴에 날선 칼을 꽂듯 새겨졌다”고 할 수 있어요.

 

 

ㄴ. 크게 인상적이었다

 

.. 고개까지 따라와서 살붙이라도 떠나보내듯 섭섭해하던 아낙네가 크게 인상적이었다 ..  《신경림-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전예원,1983) 299쪽

 

 ‘살붙이’나 ‘피붙이’라는 우리 말이 있습니다. ‘친척(親戚)’도 우리 말이라 하겠는데, 가만히 살피면 ‘친척’이라는 말만 두루 쓰이고 ‘살붙이’나 ‘피붙이’라는 말은 잘 안 쓰입니다. 요즘 세상에서는, 이 땅에서 발붙이며 살아오는 가운데 시나브로 써 온 말이 자꾸만 스러집니다. 멀리멀리 사라집니다.

 

 ┌ 크게 인상적이었다

 │

 │→ 크게 마음에 남았다

 │→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 …

 

 마음에 깊이 아로새겨졌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두고두고 머리에 남아 떠오른다는 이야기, 앞으로 잊히지 않으리라는 이야기, 곧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느낌 그대로 적어 보면 어떻겠습니까.

 

 저마다 마음에 남는 모습은 다르잖아요. 우리들 나름대로 우리 가슴에 또렷하게 새겨지거나 남는 모습이 어떠한가를 찬찬히 밝히며 글을 써 보셔요.

 

 

ㄷ.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 광장이 완전히 석조건축물로 둘러싸이고 흙이나 돌로 덮여 있는데, 식물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  <가와이 하야오/김동원 옮김-종교와 과학의 접점>(솔밭,1991) 114쪽

 

 ‘광장(廣場)’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너른 터’로 손질해도 됩니다. “완전(完全)히 석조건축물(石造建築物)로”는 “온통 돌로 지은 집으로”로 손보고, ‘식물(植物)’은 ‘풀’로 손보며, ‘전(全)혀’는 ‘조금도’나 ‘하나도’로 손봅니다. “띄지 않는 것이”는 “띄지 않는 모습이”로 다듬어 줍니다. ‘지극(至極)히’는 ‘몹시’나 ‘매우’로 다듬습니다.

 

 ┌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

 │→ 몹시 놀라웠다

 │→ 무척 눈에 뜨였다

 │→ 아주 남달랐다

 └ …

 

놀라우니 놀랍다고 하고 남다르니 남달랐다고 합니다. 눈에 뜨인다면 눈에 뜨였다고 말합니다. 우리들은 우리 마음에 와닿는 느낌 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문화가 그러했고 우리 삶터가 그러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말은 느낌말과 시늉말과 소리말이 넉넉하고 끝없는 말살림을 꾸릴 수 있었어요.

 

이런 우리 말살림이 이제는 딱딱하고 재미없고 틀에 박힌 말로 뒤바뀌면서, 우리 스스로도 우리 느낌말이나 시늉말이나 소리말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삶부터 느낌이 없는 삶이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우리 삶부터 소리다운 소리가 멀어지고(아니 스스로 내팽개치고) 시늉다운 시늉, 몸짓다운 몸짓, 매무새다운 매무새가 사라지고(아니 스스로 내버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고요.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적#우리말#우리 말#적的#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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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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