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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일 오후 3시 30분]  

 MBC FM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
MBC FM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 ⓒ MBC
5월 22일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던 개그우먼 정선희는 자전거를 잃어 버렸다는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좀도둑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육교의 쇠붙이나 맨홀 뚜껑 같은 것을 갖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무리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면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더라도 환경오염 시키고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 … 큰 일 있으면 흥분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알겠느냐."


이 발언이 있은 직후, 지금까지 정선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시청자의 진행자 교체 요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정선희가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회사에도 소비자의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정오의 희망곡> 게시판에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를 패러디 한 닥터피쉬의 "자네가 여기 있으면 맨홀 뚜껑은 누가 지키나 이 사람아"를 틀어달라는 식의 야유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정선희가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MBC <불만제로>에는 정선희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을 조사해 달라는 요구가 넘친다.

이승만 지지 연설한 영화 <마부>의 김승호

 20세기 최고의 배우, 김승호. 영화 <마부>에 출연한 모습.
20세기 최고의 배우, 김승호. 영화 <마부>에 출연한 모습. ⓒ

1960년 4·19 당시에도 이러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영화 <마부> <로맨스 빠빠> 등에서 서민적 풍모와 구수한 연기로 20세기 최고의 한국 배우로 꼽히는 김승호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가 이승만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자 당시 성난 시위대는 '반공연예인단'의 일원으로 자유당 선거운동에 앞장섰던 김승호의 집으로 몰려갔다. 김승호는 몸을 피했지만 성난 시위대는 김승호의 청진동 자택을 습격, 방화했다.

다급한 김승호는 동아일보 기자 호현찬을 찾았다. 호현찬은 김승호에게 "유일한 방법은 '영화계 은퇴'를 선언하고, 팬들이 다시 김승호를 찾게 될 때 복귀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김승호는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영화계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이승만 하야 후, 김승호, 최은희를 비롯한 반공연예인단의 유명 연예인들은 특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평화극장 사장이며 깡패였던 임화수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반공연예인단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 김승호는 6개월간의 자숙 기간을 보내고 영화 활동을 재개했다. 경무대를 떠나가는 이승만에게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듯이, 관객은 스크린에 다시 등장한 김승호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민정당 옹호 발언 후 사라진 코미디언 김병조

 1980년대 인기 코미디언 김병조. 영화 <난 이렇게 산다우>에 출연한 모습.
1980년대 인기 코미디언 김병조. 영화 <난 이렇게 산다우>에 출연한 모습. ⓒ

1987년 6월 10일, 또 한명의 스타가 역사적인 말실수를 했다. 그 날은 6월항쟁이 시작된 날이자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노태우가 선출된 날이기도 했다.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MBC <일요일밤에 대행진>을 진행하며 "지구를 떠나거라~" 등의 유행어로 지금의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인기를 몰고 다녔던 코미디언 김병조. 그는 민정당에서 준 원고를 별 생각없이 읽었다.

"민정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이고,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 뜨거웠던 6월의 거리처럼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김병조는 민정당에서 준 원고 그대로 읽었다고 해명했으나 시청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6·29 이후 그는 <일요일밤에 대행진>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방송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팬들의 애정이 식는다면 인기라는 게 얼마나 신기루 같은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다시 정선희다. 사과를 했으니 용서하고 넘어가 달라는 정선희의 말은 각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 실린 글을 볼 때 이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시청자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했다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선희는 책임을 지고 시청자들의 용서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된다. 김승호는 재빨리 몸을 굽혀 6개월 만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시간을 끌던 김병조는 국민의 눈 밖에서 재기하지 못했음을 곰곰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정선희#김병조#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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