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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피었다
산비탈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
왜당귀꽃들
옛날 옛적 아낙네들이
싸움터로 꿀려가는
낭군의 품속에 넣어주며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요
주문이라도 걸 듯 속삭인 데서
당귀(當歸)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꽃이다
남의 나라 땅으로 건너와
불귀(不歸)의 세월을 견디는
저 왜당귀 꽃처럼
나 역시
뒤로 돌아갈
앞으로 나아갈 발(足)도 없는
진퇴유곡의 세월을 무던히 많이도 흘러왔다
아마도 더 나이들게 되면
돌아갈 수 없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더욱 끔찍하게 많아질 것이다
불귀와
당귀 사이에 놓인 철로를
삶이라는 기차는
거침없이 달려오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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