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인물의 선정 기준
.. 인물의 선정기준은 아래와 같다 .. <민족과 영토>(여승구, 화봉책박물관, 2005) 일러두기
‘선정(選定)’은 ‘뽑는’으로, ‘기준(基準)’은 ‘잣대’로 다듬습니다. 그러나 ‘선정’이라는 말을 꼭 쓰고 싶다면, 또 ‘기준’이란 말을 반드시 쓰고 싶다면 써야 할 일입니다. 이런 말을 쓰면서도 토씨 ‘-의’를 붙이지 않을 수 있다면.
┌ 인물의 선정기준
│
│→ 인물을 가려낸 잣대
│→ 인물을 고른 잣대
│→ 인물을 뽑은 잣대
└ …
가만히 살피면, ‘선정’이든 ‘기준’이든 다른 한자말이든 놓지 않으려는 분들이 어김없이 토씨 ‘-의’도 아무 곳에나 함부로 붙이곤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낱말을 골라서 쓸 자유가 있다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말을 쓰는 동안 우리 말씨와 말투와 낱말이 무너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자기 한 사람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해서, 남들한테 보여주지 않는 일기장을 조용히 쓰는 자리라면 모릅니다만, 수많은 사람이 읽는 글을 쓸 때, 많은 사람이 들어야 할 이야기를 말할 때 우리 말씨와 말투와 낱말을 헤아리지 않아도 그만일까요.
ㄴ. 차의 왕래가 많다
.. 교문 앞 삼거리는 차의 왕래가 많아 신호가 있어도 건너기가 어렵다 ..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 샨티, 2005) 177쪽
‘삼(三)거리’는 ‘세거리’로 다듬습니다. 세거리, 네거리, 닷거리(다섯거리), 엿거리(여섯거리)처럼 적으면 좋아요.
┌ 왕래(往來) : 가고 오고 함. ‘오감’으로 순화
│ - 왕래가 잦다 / 왕래를 금하다
│
├ 차의 왕래가 많아
│→ 차가 많이 다녀
│→ 차가 많이 오가서
│→ 차가 많이 드나들어서
└ …
‘왕래(往來)’는 ‘오감(오가다)’으로 걸러내야 할 말입니다. 걸러내야 할 말을 넣으니, 얄궂은 말씨가 뒤따르고 맙니다. 처음부터 ‘오가다’나 ‘다니다’ 같은 낱말을 넣었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말도 부드럽고 수월합니다.
ㄷ.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아파트와 학교와 술집과 여관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정재환, 김영사, 2005) 79쪽
‘등(等)이’는 ‘들이’로 고칩니다. ‘현실(現實)’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참모습’이나 ‘모습’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 대한민국 현실이다
│→ 우리 현실이다
│→ 우리 모습이다
└ …
이 보기글에서는 토씨 ‘-의’만 덜면 됩니다. 어떤 분은 보기글에 나온 ‘-의’를 그냥 둬도 괜찮지 않겠느냐 말씀할 텐데, 붙이고 싶다면 붙여야겠지요. 다만, 우리 입말에서는 토씨 ‘-의’ 없이 씁니다.
아무래도 마뜩치 않다면, “대한민국에는 아파트와 … 여관 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쯤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아파트와 학교와 술집과 여관 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이다”쯤으로 고쳐써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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