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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뉴스>에 보도한 '군홧발 동영상'.
<쿠키뉴스>에 보도한 '군홧발 동영상'. ⓒ <쿠키뉴스> 화면 캡쳐

"그때는 한 대만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

여전히 충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당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은 떨렸다. 붉게 충혈 된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는 미안했고, 그 때를 떠올리는 피해자는 힘겨워 했다.

지난 1일 새벽 광화문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 군홧발에 머리를 짓밟힌 여대생 이모씨(21. 서울대 음대)를 4일 오후 서울 봉천동의 한 병원에서 만났다. 지난 2일부터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이씨는 아직 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씨는 "(당시) 본능적으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며 "한 대만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구타당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구타당했을 때) 나를 부르던 후배 목소리가 자꾸 생각난다"며 심리적인 불안감을 나타냈다.

또 이씨는 "지금 상황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찰 쪽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이어 최근 촛불문화제와 시위와 관련해서는 "경찰과 정부가 이 상황을 무마 하거나 회피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직접적인 대안과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쉽게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와 경찰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래는 이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군홧발로 폭행을 당했을 때가 어떤 상황이었나.
"새벽 2시 반에서 3시 사이로, 경찰이 물대포를 쏜 뒤였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는데, 몸싸움 까지는 아니었다. 혼란스런 상황에서 경찰이 일부 시위대를 경찰버스 사이로 몰았다. 공간이 좁아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었는데, 경찰이 뒤에서 내 머리채를 잡아서 끌어내 구타를 했다."

- 폭행당했을 때 의식은 있었나.
"본능적으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경찰 버스 아래에 틈이 보여 그쪽으로 들어갔다. 너무 무서웠다. (버스 밑에 피해 있는데) 버스가 시동을 걸고 움직이려고 해 나왔는데, 다시 구타를 당했다. 그 때 내 시야가 흐려졌고 기절 할 것 같았다. 간신히 구출돼서 나왔다."

- 그 뒤 바로 병원으로 갔나.  
"바로 가지는 않았다. 학교 후배들도 함께 있었는데, 겁 먹는 등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침 6~7시까지 현장에 남아 있었다. 어지럼증이 있었는데, 인파에 깔려 죽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려 노력했다."

- 본인 구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언제 처음 봤나.
"집에 돌아와 두통이 심해 쉬고 있는데, 후배에게 동영상 떴다고 연락이 왔다. 그 때 봤다."

- 정신적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엔 겨를이 없었다. (같이 사는 친구에게) 몸이 아프다고 했더니, '너 왜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냐'고 하더라. (내가 구타당했을 때) 나를 부르던 후배 목소리가 자꾸 생각난다."

- 많은 사람들도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때는 정말 한 대만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눈물)"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촛불문화제 이전에는 집회에 나간 경험도 없다. 촛불문화제도 당시가 두 번째 참여였다. 내가 원래 씩씩한 편인데, 맞은 후부터는 무서워서 일행들과 손을 꼭 잡고 있었다."

- 현재 경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나를 구타한 전경에 대한 개인적 원망과 분노가 있다. 하지만 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나를 구타하게 만든) 상황을 봐야 한다. 전경이 자신 의지대로 현장에 나온 건 아니지 않나. 나도 바로 내 앞에서 힘들어 탈진한 전경을 봤다. 서로를 그렇게 만든 경찰의 체계가 잘못됐다고 본다.“

- 많은 사람들이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체계에 문제가 있으면 대책을 내놓고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금 상황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 본인을 가해한 전경의 신원 확인과 징계는?
"그것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 서울대학교 차원에서도 경찰에 항의를 했다. 
"바로 반응을 나타내고 걱정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학교 입장이란 것도 있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 묻힐 일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강력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경찰이 학교 쪽에 사과를 했는데.
"나에게 직접 사과한 건 아니지 않나. 학교에 밝힌 사과와 나에게 하는 사과는 다른 문제다. 또한 내가 겪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의 명확한 재발방지 약속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

-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5일 동맹 휴업을 결정했는데,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있나. 
"내 소식을 듣고 많이 분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하다. 나처럼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촛불문화제와 거리 시위를 통해 어떤 걸 느꼈나.
"처음 참여했을 때 경찰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경찰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며 질서를 유지하더라. 평화 시위라는 게 뭔지 다시 생각해봤다."

-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밝히라'고 말하는 등 정부 당국은 아직도 배후조종 세력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시민이 배후 아닌가. 경찰과 정부가 이 상황을 무마 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직접적인 대안을 만들고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냥 쉽게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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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촛불문화제#군홧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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