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동안 촛불은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 있을까? 지난 5월, 광장에선 매일 밤 촛불이 환하게 켜졌지만, '무모하게' 72시간 동안 촛불을 밝히자고 주장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많은 시민들이 5일 저녁부터 72시간동안 촛불을 태운단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를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라고 소개했다.
3박 4일 국민엠티...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다"
시민들은 "해산하라"는 경찰의 경고 방송에 "춤춰라"라고, 물대포에는 "온수"라고 외치는 '센스 만점'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3박 4일 국민 엠티'라고 말하고 있다. 때는 '6월 5일부터 6월 7일까지', 곳은 '서울광장 및 도심 일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이디 '금련봉'은 "연휴라고 놀러 가실 분들, 우리 모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재미있게 마당놀이 합시다"라고 누리꾼에게 호소했다.
물론 시민들의 마음이 가벼운 것만이 아니다. 한 시민이 5일 새벽 분신을 했다. 전신 2~3도의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시민들이 잇따라 분신을 하고, 72시간 철야 집회를 하도록 하는 이명박 정부에 시민들은 단단히 화가 나있다.
<다음> 아이디 'Jazz p d 영훈'은 "정말 화가 많이 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귀를 막아도 들리겠지'라는 조그마한 희망가지고 수업이 끝난 후 72시간 철야 준비하고 올라가겠다"고 전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만난 '자유로픈'의 글은 가슴이 아프다. 그는 "이거 성공하면 세계 시민사회운동사에 한 획을 그을 일이겠네요, 어쩌다 국민이 이렇게 기아체험 24시보다 더한 도전정신을 발휘해야하게 되었는지…. 가슴이 아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음악과 텐트... 음식 지원도 쇄도할 듯
'국민 엠티' 때 주최 측의 일정은 최소한이다. 낮에 서울 대학로에서 '국민무시 고시 강행 이명박 정부 심판 범국민대회'를 연 후, 서울광장으로 행진해 저녁 촛불문화제 참석한다는 게 전부다.
국민대책회의에서는 '텐트치고 캠핑하기, 릴레이 문화공연, 자유발언대, 횡단보도 시위 등 국민들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행동을 제안한단다. 엠티 가는 시민들의 계획은 무얼까?
우선 엠티에 음악을 빼놓을 수 없겠다. 국민대책회의에 글을 남긴 '하하하하'는 "기타라도 들쳐 매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광장 곳곳에서 음악소리가 흐를지도 모르겠다. 이미 거리행진에 시민밴드와 풍악대가 시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72시간동안 인근 호텔이나 지하철역에서 잘 생각이 아니라면 텐트나 침낭이 필수다. 날이 춥단다. 텐트의 용도는 비단 서울광장에서 밤샐 때만 필요한 것 아닌 듯하다. <다음> 아이디 '지나간 미래'의 말을 들어보자.
"청와대로 진격하다 막히면 그 자리에서 자리 깔고 누워 잡시다, 설마 자는 사람 닭장차로 깔아뭉개지는 않을 테고. 이명박 대통령이 백기 흔들면서 청와대에서 항복 선언할 때까지 원 없이 잠 좀 잡시다."
먹을거리도 준비해야겠지만, 많은 곳에서 음식 지원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MB하야OK'는 "72시간 철야시위에 대비해 음식 지원해야 할 것 같다"며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다는 분도 있는데, 라면이든 오뎅이든 가선 끓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혜진'은 "라면 먹고 어떻게 버티냐"며 "가서 삼겹살을 구어주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연인원 20만명 참가할 것"
72시간 철야집회에는 연휴를 맞아 많은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촛불집회 최대 규모인 시민 10만명이 모여 청와대로 진격하기도 했다. 또한 5일 동맹휴업을 선언한 서울대생들을 비롯한 많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대표자들은 이미 농성에 들어갔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내각 총사퇴와 전면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10일까지 갈 필요도 없다, 6~8일 72시간 동안 시민들의 항쟁으로 이 문제를 깔끔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이들도 어제부터 천막을 차리고 10일까지 '국민 엠티'에 동참한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관계자는 "집행부 8명이 어제 농성에 들어갔다"며 "오늘부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매일 저녁 6시에 집회를 하고, 밤에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우병 대책회의 관계자는 "72시간동안 최소 연인원 2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아고리언'..."6일 100만명 모이자" |
'토론의 성지'라는 별칭답게 <다음> 아고라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내놓은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과 '6월 10일 100만명 집회'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아이디 'ji1307'은 "서울시청 앞에서 아무리 촛불을 들어봐라 눈 하나 깜작하나? 대책위는 다시 또 연휴 내내 시민들을 시청 앞 광장에 발 묶어 놓는 것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겠다 것"이라며 대책위는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수십만의 시민이 가두행진 또는 광화문 앞에 집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아이디 '좋은 세상'도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힘을 지금의 자발적 시위참여 국민들에 집중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아고라에는 아고리언(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누리꾼이라는 뜻)들이 주도적으로 "10일 아닌 6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100만명을 모이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이디 '각시탈'은 "주최 단체가 없이 우리 시민이 주최하자"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이디 'seok'은 "대책위가 '주도한다', 아고라가 '주도한다' 이런 사고는 좀 아니라고 본다"며 '분열'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그냥 사람들의 모임은 계속되는 것이다, 6일에도 모여야 할 필요가 있고, 10일에도 모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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