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일반화, 관용화
.. 표제어들은 우리가 일반화하였거나 관용화된 소리 중심으로 수집하여 표기했고 .. 《최동욱-가짜영어 바로잡기 사전》(을지외국어,2003) 머리말
‘표제어(標題語)’는 ‘올림말’로 고칩니다. 국어학에서 쓰는 전문 낱말은 일찍이 ‘올림말’로 고쳐쓰도록 틀을 잡았는데, 이 보기글이 실린 책에서는 낡은 말을 고치지 않고 있네요. “수집(蒐集)하여 표기(表記)했고”는 “모아서 적었고”로 고쳐 줍니다.
┌ 일반화(一般化) : 개별적인 것이나 특수한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됨
│ - 여러 현상의 일반화를 유도하다 / 학계에서 일반화된 이론
├ 관용화 : x
├ 관용(慣用)
│ (1) 습관적으로 늘 씀
│ - 관용 수단
│ (2) 오랫동안 써서 굳어진 대로 늘 씀
│ - 관용 표현
│
├ 일반화하였거나 관용화된
│→ 널리 쓰거나 관용으로 굳은
│→ 널리 쓰거나 입에 익은
│→ 널리 쓰거나 몸에 밴
└ …
이 보기글은 통째로 고쳐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올림말들은 사람들이 널리 쓰거나 입에 익은 소리 중심으로 모아서 적었고”로. 또는 “올림말들은 우리들이 널리 쓰거나 입에 익은 소리대로 모아서 적었고”로.
단출하게 적으면 되는 자리에서는 단출하게 적어 주고, 좀더 꼼꼼히 적어 주면 좋은 자리에는 좀더 꼼꼼히 적어 줍니다. 언제나 가장 알맞춤하게 적도록 마음을 기울여 줍니다.
ㄴ. 불법화하다
.. 우리가 약간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으려면 이러한 파괴적인 관행들을 불법화해야 한다 .. 《제임스 브루지스/정지인 옮김-지구를 살리는 50가지 이야기 주머니》(미토,2004) 23쪽
“약간(若干)의 희망이라도”는 “조금이라도 희망을”이나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로 고치고, ‘가질’은 ‘품을’로 고쳐 줍니다. “파괴적(破壞的)인 관행(慣行)들을”은 “환경을 끔찍하게 무너뜨리는 일들을”이나 “우리 삶터를 조각조각 부숴버리는 일들을”로 다듬습니다.
┌ 불법(不法) : 법에 어긋남
│ - 불법 복제 / 불법 시위 / 불법을 자행하다
├ 불법화(不法化) : 국가 정책에 벗어나는 정당이나 사회 단체를 법에 어긋
│ 나는 것으로 규정함
│ - 미 군정이 공산당 활동의 불법화 조치를 취하면서
│
├ 불법화해야 한다
│→ 법으로 막아야 한다
│→ 못하게 해야 한다
└ …
우리 삶터를 망가뜨리는 안 좋은 관행은 ‘불법화’하면서 우리 삶터를 알뜰히 가꾸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안 좋은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불법화’하자는 말투가 영 꺼림합니다.
┌ 공산당 활동의 불법화 조치를 취하면서
│
│→ 공산당 활동을 못하게 법으로 막으면서
│→ 공산당 활동은 법을 어기는 일이라고 못박으면서
│→ 공산당은 법에 어긋난다고 막으면서
└ …
이 나라 정부는 예부터 백성들한테 ‘불법’이라는 몽둥이질과 채찍질을 선사했습니다. 백성들 힘을 받아서 펼치는 정치이건만, 백성들 뜻에 따라서 법을 세우거나 돌보지 않았습니다. 법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주어졌다고 해서 자기 잇속을 채우고 백성들을 억누르는 쪽으로 법을 고치고 바꾸고 만지작거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결사와 언론과 출판을 펼치는 자유’를 여태껏 한 번도 누리지 못하는 우리 백성들입니다. 생존권과 평등권 또한 언제 한 번 누려 보지 못하는 우리 백성들입니다. 법이라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법으로 세워지고, 법다운 법은 내팽개쳐지거나 밀려납니다.
┌ 불법 복제 → 법에 어긋난 베끼기
├ 불법 시위 → 법에 어긋난 시위
└ 불법을 자행하다 → 법을 멋대로 어기다
이제까지 ‘합법 시위’라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까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해 온 시위를 놓고, 정부와 경찰이 ‘합법 시위’라고 이름붙여 본 적이 없었다고 느낍니다. 할 말이 있으니 말을 하고, 잘못된 일을 보고 있으니 잘못이라고 말하건만, 이 모든 일은 ‘불법’이라는 딱지만 붙습니다.
┌ 파괴적인 관행들을 불법화해야 한다
│
│→ 몹쓸 짓들을 뿌리뽑아야 한다
│→ 나쁜 짓들은 법으로 막아야 한다
│→ 끔찍한 짓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을 세워야 한다
│→ 끔찍한 짓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 …
법을 어겼다면 “법을 어겼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법에 어긋난다면 “법에 어긋납니다” 하고 말합니다. 법이 아니라면 “법이 아닙니다” 하고 말합니다. 법이라 말할 수 없다면 “무슨 법이 이렇습니까” 하고 말합니다. 법답지 않다면 “법답지 않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좋은 법이라 해도 다스리는 사람이 옳게 다스리지 못하면 궂긴 법으로 나뒹굽니다. 얄궂은 법이라 해도 다스리는 사람이 알뜰히 추스른다면 살가운 법으로 거듭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위에서 내리누르는 마음을 걷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법은 법다움을 찾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같은 눈높이를 닦아세운다면, 말도 말다움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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