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국민의 손에 촛불이 가득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기독교 원로들을 만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과 대화하던 도중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벌인 일이 지금 터진 것이며 그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번 사태가 단순히 소고기 수입에 관한 협상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둘 중의 어느 하나라도 그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모른다면 상황 인식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며, 알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커져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며, 그에게 대한민국이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묻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정책, 대운하정책,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 쇠고기 협상 결과 등을 볼때 그의 정책은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정책일 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정책 수립이 아닌 퇴임 후 대한민국을 썩어버리게 하는 정책들로 일관하고있다.
현재 사태를 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투영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으로 인해 망가져버린 대한민국을 책임질 차기 대통령의 참담한 고뇌가 이미 엿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이란 '성공적인 인생을 마무리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BBK와 마찬가지로 쇠고기 협상에서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도출하고자 무리수를 쓰고 결과에 대해서는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아주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BBK 사건도 위법성을 떠나 김경준과 동업을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모든 잘못을 김경준의 사기 행각으로 돌렸고 대선 당시에는 하나하나의 증거들이 제시될 때마다 급조된 변명으로 일관하였다. 물론 모든 책임은 김경준에게 돌렸다.
마찬가지로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시작된 국민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돌리고있다. 떠난 대통령에게 탓을 돌릴 정도의 무능력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그 자리에서 물러날 용퇴가 필요하며, 상황에 대한 인정을 하기 싫다면 결국 국민과 승부를 벌이자는 것이다.
진정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말이 맞다면 정정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 국민을 설득하여야 하며, 국민의 의사가 옳다면 이제는 국민 앞에 항복해야 할 때다.
BBK사건과 같이 남의 탓으로 돌리고 무마되기엔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진실성에 많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음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관과 국가원수로서정체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더욱 더 커진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사태를 본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와 단절하여 국민의 외침에 굴복하는 길만이 대한민국이 살 길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BBK는 국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진실성에 눈감아 주었지만,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시작된 국민의 목소리에 대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72시간 철야 촛불시위를 벌이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시계를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과거로 돌리고 싶어도 그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기독교 원로를 만나 전직 대통령을 탓하는 그시간에 국민들은 당신의 국가관과 국가원수로서 정체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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