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이 연일 촛불로 뒤덮이고 있는 가운데, 작게나마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한양대학교 학생 이세진씨가 청계광장 한복판에서 촛불시위 반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을 시작으로, 7일에는 같은 장소에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피켓을 들거나 그에 동조하며 '촛불 반대'를 외쳤다.
같거나 다른 그들의 목소리
그들은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이로, 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세진씨의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참가하게 되었다고 했다. 애초에 서로 교류가 없어서였는지, 주장하는 목소리는 조금씩 달랐다.
청주에 거주하는 박종만씨는 <월간 조선>에 실린 기사를 인용하며 "이번 촛불 시위는 정권 전복을 꾀한 진보세력에 의해 선동된 면이 있다. 그들을 국가보안법으로 고소·고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0대 회사원 정모씨는 "정부가 잘못을 한 측면은 있지만, 재협상을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고, 또한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는 불법시위도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30대 여성은 "도로를 점거하고 버스를 끌어내는 시위대의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한마디로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며, "어제 이세진씨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욕설을 듣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지켜주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여고생 박모 양은 "나도 초기에 촛불집회에 참가했었지만, 시위가 점차 '놀이'식으로 변질되어 가는 모습에 실망했다"며, "지금에 와서 냉정히 생각해보니, 광우병 위험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밝은 인터넷 세상 운동본부'의 이수연씨는 "광우병 문제는 언론에 의해 왜곡 날조 된 측면이 많다"며 "오히려 우리소가 미국소보다 더 좋지 않은데 미국소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일단 대통령을 선출했으면 최소한 1, 2년은 지켜보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탄핵'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차분한 시민들의 반응
이를 본 일부 시민들은 "너희 자식들은 안 먹을 줄 아느냐?", "얼마 받고 아르바이트 하냐?" 며 강한 반감을 나타냈고, 개중에는 심한 욕설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한 어조로 논쟁을 제안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30대 남성은 이세진씨가 들고 있는 '여러분의 뒤에 국민이 있듯이, 저의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라는 피켓의 '국민' 부분을 고치라며 피켓을 파손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반대의견도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다. 시위대가 만든 피켓과 유인물을 관심있게 보기도 하고, 찬반의견에 상관없이 그들을 격려해주기도 했다. 또한 시위대가 사람들의 위협을 받자 스스로 나서 시위대를 보호하기도 하고, "일정거리를 유지하자"며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시위대 역시 최대한 시민들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다만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들을 향해 "피켓에 나와 있는 내용이 전부"라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다소 미흡해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려했던 큰 사고 없이, 저녁 7시가 되자 시위대는 지지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시위를 마무리 했다. 공원 한켠에 따로 모인 그들은 연락처를 교환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향후 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승화되길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반대의견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터넷상에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모임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이세진씨를 시발점으로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촛불집회가 '다수의 횡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반대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오늘 이들의 시위장소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다. 언성을 높이며 서로를 비난하기에 급급했던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토론 과정에서 서로 접점을 찾아가며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6월 10일을 기해 보수단체들도 촛불 시위에 맞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을 예고하고 있어 큰 충돌이 우려된다. '힘대 힘'의 대결은 어느 쪽이든 적지않은 상처를 입히게 마련이다. 이 날의 '촛불 반대'와 같은 의사표현이 상호 생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발전한다면, 양 세력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경감시키는 완충재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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