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마이뉴스> 등을 통하여 알려졌듯이 호주에서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지구촌 릴레이 촛불 시위가 지난 6월 7일 시드니 중심부 하이드파크에서 80여명의 교민과 유학생들이 참석하여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2주 가까이 내리던 비도 행사 당일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개어 하이드파크는 산책을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행사장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은 손수 준비해 온 피켓과 배너를 들고 호주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에게 행사취지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현지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굳럭(Good Luck)"이라는 말로 화답했다.
시드니 중심부에서 2시간 가까이 떨어진 블랙타운 근처에서 오셨다는 칠순의 어르신은 참가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홍보에 앞장 섰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일부 보수언론들의 왜곡된 보도 행태에 대해 언급하시며 연신 혀를 차기도 했다.
집회 일정이 각 대학의 시험 기간과 겹쳐 유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이 아쉽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에서부터 스님, 목사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급하게 달려온 유학생들까지 합류하여 열기를 돋웠다. 특히, 자유 시간을 이용한 공원 산책 중 자발적으로 참여한 한국 관광객들은 일정 때문에 더 오래 있지 못함을 미안해 하기도 했다.
집회는 오후 4시부터 애국가 제창과 함께 시작돼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 자유발언 시간에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유학생 배장환씨는 자유 발언 시간을 이용하여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특히, 20년 전에 이민을 왔다는 교민 김학재씨는 인터넷 언론을 통해 접한 사실을 전하면서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마치 자신이 이민을 떠나오기 전의 모습과 흡사하다며, 평화 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는 즉석 구호를 제안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나왔다는 교민 유성도씨는 지금 한국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집회 배후세력 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유치원에 다닌다는 딸을 두 손으로 안아 올리며 자신의 배후세력이라 지목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와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촛불집회가 한국과는 판이하게 너무 평화롭고 조용하게 진행되자 한 교민 주부는 "폭력경찰을 호주로 파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경찰들의 폭력적인 진압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자유발언이 끝난 후 집회 참가자들은 만장일치로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호주교민과 유학생들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채택했고, 유학생 최현정/소정 자매에 의한 즉석 낭독이 이어졌다.
이날 시드니 촛불집회는 저녁 7시경 애국가 제창을 끝으로 막을 내렸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행사장 청소를 도왔고, 모금함을 통한 기부도 잊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행사 말미에 한국에서 집회를 이끌고 있는 국민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한국의 집회 방향과 보조를 맞춘 지속적인 시드니 집회 개최를 제안했으며, 6월 10일과 14일에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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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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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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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호주교민과 유학생이 함께 하는 시드니 촛불문화제는 지난 5월 29일에 개설된 다음카페 '상식이 통하는 아름다운 세상(
http://cafe.daum.net/rescueourselves)'을 통해 제안되었으며, 교민들과 유학생들의 자발적인 현금과 물품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한 교민은 호주 교민 언론에 촛불문화제 광고를 후원하기도 했다.
다음은 2차, 3차 시드니 촛불문화제 일정과 성명서 전문.2차 시드니 촛불문화제일시: 6월 10일 오후 8시장소: 시티 하이드파크 분수대3차 시드니 촛불문화제일시: 6월 14일 오후 4시장소: 시티 하이드파크 분수대 |
성 명 서
우리에겐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행복하게 살 기본적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그 권리가 억압되고 위협받는 것에 대해 당연히 분노할 권리가 있습니다. 바다 건너 고국 땅에서 우리의 가족, 우리의 이웃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연일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그 촛불이, 함성이 되어 여기 호주 땅에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국 생활에 바쁘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할 교민과 유학생들이지만, 같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동포로서 외면 할 수만은 없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온몸으로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정부고시’를 강행하였습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기어이 대한민국 국민의 밥상에 전면 개방하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굴욕협정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전 세계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자존심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민의 먹거리 수입에 아주 작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철저히 검역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 기본적인 정부의 책무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도 어렵게 고수해 온 ‘30개월 미만의 살코기에 한한 제한적 수입 정책’을 단 하루아침에 뒤엎고 국민의 생명을 단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덜컥 내어 주고 말았습니다. 남의 나라 싸움터에 군대를 보내라면 군대를 보냈습니다. FTA협정에 도장을 찍으라면 도장도 찍었습니다. 그러나 밥상만은 안 됩니다. 밥상은 오래도록 우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인 최후의 생존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서울시청 앞 광장은 수많은 국민의 분노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고시 철회, 협상 무효,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웃고 떠들고 공부해야 할 중고생에서부터 젖먹이 아이를 업은 새댁,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도 거리로 나서 촛불 하나에 의지하며 울분을 태우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요? 무엇이 국민을 위한 최선인가요? 이제 분연히 일어나 묻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그 물음에 심지어 어린 학생과 나약한 여성 에게 까지 방패와 곤봉으로 대답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의 역사에 묻혀 졌어야 할 관속의 대못을 뽑아 폭정의 망령을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마음 편히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 뽑아주었건만, 먹는 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무능정권이 이젠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그들은 국민을 포기 했습니다. 버림받은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입니까?
두고 온 혈육과 그리운 이들이 살고 있는 고국인데……. 내 언젠가는 돌아가서 아이들과 살아야 할 조국인데……. 독재의 폭압 속에 어떻게 일구어온 민주주의 대한민국인데…….
이렇게 쉽게 내어줄 수는 없습니다. 지난 세월, 고단한 타국생활에 얼마나 많은 한숨과 눈물을 흘리셨습니까? 우리는 내 조국이 더 이상 분단된 조그만 나라 사우스코리아, 강대국의 눈치만 보고 목소리도 못 내는 굴종의 정부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통일강국 넘버원 코리아, 자국민의 행복과 이익에 복무하는 당당한 정부이기를 바랍니다.
침묵하는 것은 용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제, 고국에 대한 우리의 걱정과 분노를, 그리고 우리의 바램을 한자리에 모읍시다. 그리고 함께 외칩시다. 우리들의 함성이 태평양을 건너 청와대까지 전달 될 그날까지 우리는 함께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입니다.
-. 우리는 즉각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정부고시의 철회를 요구한다. -. 우리는 굴욕적 협상을 즉각 무효화 하고 모든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의 재협상을 요구한다. -. 우리는 국민의 평화적 시위권을 보장하고, 어떠한 폭력적 진압도 단호히 거부한다. -. 이러한 우리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지속적인 이명박 정권의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2008년 6월 7일 광우병 우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및 정부의 폭력적 시위 진압을 반대하는 호주 교민 및 유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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