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 민주항쟁의 항거 일이었던 10일 오후 6시 30분, 고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연세대 후배들의 손에 들려 서울 서대문 연세대 정문을 출발해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약 500여 명의 연세대 학생들은 이한열 열사의 영정 뒤를 이으며 "협상무효", "고시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한열 열사의 영정 옆에는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실시', '이한열 열사정신 계승'이라고 적힌 만장을 든 학생들이 따라오고 있다. 이한열 열사의 영정 뒤에는 대형 촛불 모양의 상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배은심씨는 "한열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엄마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며 "한열이의 마지막 말은 '나 내일 시청에 가야 하는데' 였다"고 말했다.
배씨는 "21년 만인 오늘 그토록 한열이가 가고 싶어했던 서울시청 앞을 후배들이 데려다 주고 있다"며 "후배들과 함께 시청 앞으로 향하는 한열이가 참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치훈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21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민주주의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 회장은 "오늘 우리는 선배 이한열과 함께 다시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완성을 쟁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후배 이은남(연세대 2학년) 학생은 "우리가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모시고 시청으로 향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우리 후배들이 이한열 선배를 다시 곱씹게 해준 건 이명박 정부의 덕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늘 같은 행사가 반복되는 건 옳지 못하다"면서 "오늘로써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후배 조영훈(연세대 3학년) 학생은 "오늘 선배 이한열과 함께 시청으로 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자꾸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선배가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의 꿈을 우리 후배들이 꼭 이루겠다는 말을 하늘에 계신 이한열 선배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청 앞으로 향하는 이한열 열사의 추모행렬은 약 1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연세대 정문을 지나 이화여대 정문에 도착한 이날 오후 6시 47분 현재 서강대와 이화여대 학생들이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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