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에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음식쓰레기를 거의 만들지 않는 곳과 일반 가정을 비교하면서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음식쓰레기가 만들어지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
지난 7일(토) 오후 5시 주부 A씨(33)는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봤다. 녹차김 9개들이 한 세트, 과자 하나, 라면 다섯 개들이 한 묶음. 우유 900ml 하나, 맥주 한 병, 양파 한 묶음, 어묵 한 묶음, 오징어와 고등어 각 한 마리, 당근 하나, 계란 한 판이 이날 장을 본 내역이다.
대략 1~2주에 한 번꼴로 장을 보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본 편이다. 손님이 한 명 찾아왔기 때문이다. 술은 전혀 사지 않는 물건이다.
평소 1주일에 당근 1~2개, 호박 2개, 느타리버섯 2개, 김 9개들이 한 묶음 정도를 사고, 양파는 한 망을 사서 한 달 정도 쓴다.
이 양은 가족 네 명분이다. 남편 B(35)씨, 여동생 C씨, 3개월 된 아기가 이 정도만으로 한 달을 산다. 네 살 된 첫째 아들은 지금 외가댁에 보내져 할머니가 기르고 있다. 남편과 여동생이 직장에 다니고, A씨가 집안살림을 책임진다.
평소 '짠돌이 주부'라는 소문답게 확실히 적게 먹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식구들과 밥을 먹을 때 반찬은 보통 두 가지 정도라고. A씨는 "보통 비빔밥이나 덮밥 또는 볶음밥을 만들고, 기본 반찬 두세 개를 내놓는다"고 말한다.
물건을 살 때도 전단을 보고 세일 날짜에 가서 산다. 화장지 등 경품이 걸린 날엔 반드시 출동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한 물건보다 더 사진 않는다. 원래 계획한 것만 사서 돌아온다.
그렇다면 A씨의 장보기는 완벽한 친환경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선 살펴보면 이날 장을 본 물건들이 모두 비닐포장이나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다. 비록 재활용한다고 하지만 비닐 제품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이미 비환경이다. 비닐봉지 1kg을 만들 때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가 5.87g이다.
게다가 재활용률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는 소각 또는 매립되기 마련이다. 우유포장에 쓰는 종이팩도 재활용이 거의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각 지자체에서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최근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A씨의 장보기는 적게 샀다는 점에선 낭비 요소는 없지만, 비닐포장과 비닐봉지 때문에 감점 요인이 있다.
4인 가구 한 달 밥값이 20만원 안팎, 그래도 아쉬운 것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감자를 깎으면서 껍질쓰레기가 생긴다. "감자는 껍질째 먹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껍질째 요리를 해도 먹는 사람이 껍질을 벗기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말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먹는 사람의 도움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 외 양파 껍질, 당근 껍질, 계란 껍데기 등이 음식쓰레기통에 담겼다. 오징어를 다듬을 때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았다. 마트에서 살 때 내장을 빼내고 팔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당 음식물쓰레기가 꾸준히 떨어진 이유 중 하나가 이처럼 판매과정에서 미리 다듬은 상태에서 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게 먹고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음식물은 멀리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장 작은 음식물쓰레기봉지를 채우는데 3주 정도 걸린단다.
A씨는 "음식물쓰레기봉지를 채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냄새가 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가끔 3주 전에 봉투를 채우고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여름철 음식물쓰레기의 왕인 수박이 등장했을 때. 마침 주방 위 음식물쓰레기봉지를 보니 높이가 한계선이다. 어제 수박을 사서 먹으면서 생긴 쓰레기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박 껍질을 이용한 요리방법이 이미 나와 있다. "수박 껍질 나물을 만들어보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해봤단다. 하지만 반응이 나빠 거의 외면을 받다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고.
"수박껍질나물을 만들 때 온갖 양념들이 들어가요. 만약 식구들이 먹지 않는다면 양념만큼 더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죠. 수박껍질쓰레기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음식량은 사람숫자에 거의 맞췄다. 우리 음식문화가 넉넉히 하기 때문에 항상 남기 마련이다. A씨는 음식량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마침내 저녁이 완성됐다. 감자된장국에 부추전, 두부김치, 오징어볶음, 물김치, 김치가 나왔다. 1식 6찬이다. 평소 1식 2~3찬 정도라는 점에 비춰보면 두 배 정도 밥상이 커진 셈이다.
맛에 대해선 따로 말하지 않겠다. 이날 요리한 음식은 거의 이날 다 처리했다. 배불리 먹었다고 본다.
한 달 부식비를 살펴봤다. A씨는 가계부를 쓰다가 둘째 아이를 낳은 뒤엔 벽에다 쓴 내역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에 쓰는 것보다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력에 깨알같이 쓴 내역을 살펴봤다. 3월 한 달간 총부식비는 14만8160원, 외식비는 8만4400원이다. 밥을 먹는데 든 총 비용이 23만2560원이다. A씨가 깜짝 놀란다. 생각보다 많이 나온 모양이다. "아이를 낳으면서 평소보다 좀 많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부식비는 20만5350원, 외식비는 10만7000원, 총 비용이 31만2350원이다. 이번엔 A씨 부부 내외가 깜짝 놀랐다. 가정의 달이라서 대접을 하거나 외식을 할 기회가 많았단다.
3~5월이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외식을 포함한 한 달 식사비는 대략 20만원 안팎이란 결론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는 13.3%, 외식비는 11.8%로 나타났다. 엥겔계수(식료품구성비)는 25.1%. 2007년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이 367만5000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92만2425원이 음식비에 쓰였다.
A씨 집은 일반 도시근로자 가구에 비해서 식료품구성비가 3,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음식쓰레기 양이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물건을 살 때 생기는 포장 문제는 어쩔 수 없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선 대부분 2중 3중 포장을 해서 물건을 내놓기 때문이다.
A씨는 적게 사고, 적게 먹는 실천을 하고 있다. 이것만 해도 일반 가정이 쉽게 하기 힘들다. 비닐포장은 구조 문제다. 마트에서 포장을 뜯고 가져온다 해도 그 포장은 고스란히 쓰레기로 남기 때문이다. 장바구니를 가져간다 해도 비닐봉지 한두 개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음식 포장을 줄이는 것, A씨가 저녁밥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