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통제를 하던 정복차림의 경찰관도, 상황분석을 위해 현장에 나온 공무원도 살그머니 다가와 신명나는 판을 넘겨다 보았다. 집회가 아니었다. 참가한 시민들 각자가 시나리오 없이 만들어가는 오락회였다.
10일 저녁 8시, 충남 서산시청앞 분수대 광장에는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는 시민들로 차츰 넘쳐났다.
어림잡아 400명에서 5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인파로 인해 처음 계획과는 달리 광장 옆의 한쪽 차선까지 차지해야 했다.
자유발언과 춤, 노래가 어우러진 '놀판' 지나가는 시민들도 슬그머니 합세했다. 한마디로 진화된 집회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맨 앞자리에서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등 ‘촛불집회’의 주동자다운 위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거의 빠짐없이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다는 김다애(ㅅ여고2학년)양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일부학생들과는 달리 "잘못된 미국 쇠고기 수입정책을 꼬집고 미국사람도 아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영어몰입교육 따위를 시키는 잘못을 지적하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라고 얼굴을 숨기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촛불문화제 단골 발언자라는 김성진(부춘중.3)군은“어린 우리가 봐도 이명박 아저씨는 정치를 워낙 못한다”며“오죽하면 중학생이 촛불을 들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저는 음암면에 사는 아줌마에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40대의 주부는 “제가 말주변이 없어 제가 학생때인 6.10항쟁에 부르던 노래를 하겠다”며‘즉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한우를 기르다 수천만원의 빚만 지게 됐다는 문권동(42.서산시 팔봉면 어송리)씨는 “오늘 점심때 함께 점심을 잡수시던 칠순 노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저 상놈의 자식들이 우리 농민을 다죽이고 먹는 사람까지 다 죽이려고 하지 않느냐”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있는 욕을 다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대산읍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50대 남자는 “이명박이 5공때 하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 정부는 밤낮 구멍난 곳을 임시방편으로 땜질하느라 정신없지만 우리는 이명박을 우습게 보아서는 언제 어떻게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며 이명박 경계론을 폈다.
그는 또 “강부자로 알려진 부동산부자 내각이 물가가 오른들 무슨 걱정을 하며 미국쇠고기가 들어온 들 한우 최우수등급으로만 먹을 그들이 무슨 광우병 걱정을 하겠느냐”며 현 내각을 비난했다.
대산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직장인은 “우리나라 장사꾼들은 중국산을 국산으로, 태국산도, 아르헨티나산도 국산으로 바꾸는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난 사람들이어 미국산 쇠고기도 힘 안들이고 국산으로 둔갑시킬 것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저녁8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진 이날 집회는 자유발언에 이어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가는 대신 시청앞길을 한바퀴 돌아오자'며 시내를 한바퀴 도는 것으로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며 경찰과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6.10항쟁 기념 촛불문화제가 끝이 아니라 이후로도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며“우리시민들은 미국소고기 철폐와 신독재가 끝장나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