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수련회를 가게 됐다. 맘이 들떴다. 친구들도 그랬다. 우리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너 무슨 옷을 가지고 갈 거야?", "가서 피자 파티하자!" 등. 그런 말들까지 나왔다.
우리 반은 맘에 맞는 친구들끼리 같은 조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난 말할 수 없는 설렘이 밀려왔다. 떨리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재미있을 일들을 생각하니 기뻤다.
수련회 당일. 목적지로 갈 버스에 올라타는데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버스 안에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었다.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의 화제는 온통 수련회였다. 기대도 컸고 우려도 있었다. "우리 가서 잘 못하면 극기훈련 엄청 받는다고 그러더라", "보트를 탈 때 우리가 들고 바다로 나간데" 등. 난 순간 즐거움을 휩쓸어 버리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목적지인 '진도청소년수련관'에 도착했다. 햇빛은 끝내줬다. 그 햇볕 아래서 수련회를 지도할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은 지옥이었다.
'첫날부터 군기를 끝내주게 잡는구나.' 난 슬그머니 걱정이 밀려왔다. 이런 선생님들과 함께 2박 3일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도 했다.
설명이 끝나자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급식실로 갔다. 급식이 우리 학교 뺨치게 맛있었다. 점심을 먹자마자 보트를 탄다고 했다. 그 말에 난 신이 났다. 옷을 빨리 갈아입었다. 나랑 친한 애들과 팀이 갈라졌지만 보트 탈 욕심에 관심도 없었다.
이제 보트 탈 준비를 하고 바닷가까지 나갔다. 그런데…. 풍랑이 위험하다며 다시 그 무거운 보트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물론 다른 친구들도 모두 불평을 늘어놓았다.
"기대했는데, 사람만 고생시키고. 파도를 먼저 보고 와서 우리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친구 만들기' 놀이를 했다. 친구 만들기는 1∼5반, 6∼10반이 갈라서 했다. 먼저 6∼10반이 했다. 우리 반도 거기에 끼었다.
게임은 같은 반 친구는 빼고 다른 반 아이의 이름을 적어서 오는 것이다. 그 다음 다시 그 친구를 찾아서 전화번호를 받아 적어오는 게임이다. 난 2명을 빼고 모두 찾았다. 재미있었다. 덕분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친구들과 과자파티를 하기로 하고 과자를 많이 샀다. 그런데 '사랑의 점검'을 한다며 밤 11시에 취침을 하라고 했다. 그 전까지 자신의 조가 있는 방을 서로 협동해서 치워야 한다. 깨끗하지 못하면 또 극기훈련을 해야 한다. 정말 최악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치우고 바른 자세로 점검을 기다렸다.
그렇게 점검을 마치고 드디어 자는 시간이다. 피곤했는지 잠이 밀려왔다. 금방 잠에 들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친구가 코를 심하게 곯아서 잠을 자려던 친구들이 일어났다. 이미 잠이 든 친구들도 깨어났다. 나는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기상은 아침 6시에 해서 7시까지 수련장 앞에 모여야 했다. 그리고 정해진 구역을 청소했다. 정말 싫었다. 씻지도 못하고, 일어나자마자 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청소를 끝내고 들어가서 씻고 있는데, 아침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내가 다 씻을 때까지 친구들이 기다려줘 같이 식사할 수 있었다.
대강당으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보트를 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보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우리가 달려 나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늦으면 극기훈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못 탄 보트를 탔다. 너무너무 신나게 탔다. 수련 선생님들은 우리 팀을 보고 1등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가 아이들한테 노 저을 방향을 제시해 주면 애들이 그대로 했다. 우리 팀은 제 방향을 잘 찾아갔다. 하지만 다른 팀의 보트는 파도와 바람에 밀려 반대로 가기도 했다. 재미 있었다.
보트를 탄 다음 깨끗이 씻었다. 개운했다. 2인용 자전거도 탔다. 나는 주형이와, 민주는 나현이랑 같이 탔다. 우리는 신나게 달렸다. 다른 친구들의 자전거 사이를 쑥-쑥- 잘도 피해나갔다. 주형이는 나랑 같이 탄 것을 좋아했다. 땀이 흘러 내렸다.
저녁엔 캠프파이어를 했다. 각 반의 응원단 1명이 나와서 춤을 추고, 수련 선생님들이 빅뱅춤을 췄다. 제일 인기가 좋았다. 마지막 밤을 멋지게 장식한 캠프파이어는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날 밤에도 친구는 코를 심하게 곯았다. 하지만 나는 금방 잠에 들었다. 많이 피곤한 탓이었다.
2박 3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련회였다. 힘도 들었다. 재미도 있었다. 수련원 선생님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다. 힘든 것은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 서운함만이 밀려왔다. 또 가고 싶은 수련회였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중 1학년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