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 한 구의회가 공공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부결시켰다가 논란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해명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그 해명마저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강북구의회는 지난 16일 '공공급식 내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진보신당 최선 의원 외 2명의 구의원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구청 내 구내식당과 구립어린이집 등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 의원 등은 이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강북구청이 급식에 관한 관리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강북구 내 수백개의 민간 어린이집과 각종 단체급식에 연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한 구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강북구의회는 이 결의안을 지난 16일 찬성 3, 반대 9, 기권 2로 부결시켰다.
"구의원들, 결의안 의미 모르지 않았을 것... 윗선 눈치만 살피나"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강북구의회는 17일 홈페이지에 해명문을 올려놓았다.
강북구의회는 해명문을 통해 "지난 16일 본회의를 정회한 후 결의안을 현 시점에서 보류함이 타당하다는 간담회 의견 개진 후 회의를 속개해 보류하고자 했지만 이의가 제기돼 본 결의안에 대해 질의·토론 후 표결하여 최종적으로 부결됐다"며 "그러나 광우병 염려가 있는 소의 수입에 대해 강북구의회가 방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재협상 결과와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그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북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의원간담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대표로 한 정부협상단이 협상을 진행 중이므로 중앙정부의 최종적인 정책결정이 난 후 결의안을 다시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대상을 (강북구민 전체가 아니라) 강북구청 구내식당, 구립어린이집, 학교 등 관내 공공급식을 이용하는 특정구민으로 한정하는 것은 다소 소극적이다 ▲결의안의 제목과 내용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결의안'으로 수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등의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던 최선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본회의 전, 윤영석 강북구의회 의장이 결의안 철회를 요청하는 등 다음 회기로 결의안을 미루고자 하는 분위기였다"며 "결국 본회의가 재개되고 표결이 진행됐지만 보류를 위한 표결인지, 원안의 부결을 위한 표결인지 혼란스러워 하며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배옥병 '학교급식 전국 네트워크' 대표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쇠고기 협상은 국민들이 원하는 '2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를 놓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며 "어설픈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배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 쇠고기로 속여 판 홈에버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민들은 원산지 표시제도나 이력 추적제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믿을 수 없다"며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결의안 내용처럼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가장 먼저 취하는 것이야말로 구의회의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원들이 부결된 결의안의 의미를 몰랐으리라 생각지 않는다"며 "기초의원들이 중앙정부나 윗선의 눈치만 살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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