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있는 안산시 선감동 일대 경기도 소유 농지 임대료(대부료)가 최근 5년 사이 최고 10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일부 임대 농민들이 안산시와 경기도에 경감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자치단체는 현행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산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임대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최근 주민들과 안산시에 따르면 이 지역은 경기도 공유지가 많아 자기 땅이 없는 농민들은 대부분 경기도 소유 농지를 임차해 포도농사 등을 짓고 있다. 현재 마을 전체 230여 세대 가운데 40% 가까운 90여 세대가 임대 농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경기도 공유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안산시가 경기도의 위임을 받아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12월 다음해 농지 임대료를 미리 산정해 농민들에게 부과하는 등 선납형태로 임대료를 받고 있다. 임대수입은 경기도와 안산시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임대료 못낸 농민 "죽을 맛...차라리 농사 포기하고 싶다"그러나 지난 2002년부터 농지 임대료가 매년 25% 이상 오르기 시작해 최근 5년 동안 최고 10배 가까이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농가수입은 제자리인데, 임대료만 치솟아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이곳에서 수십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서아무개(57)씨의 사례를 보면 이 지역 임대 농민들의 어려움과 불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안산시가 지난해 말 서씨에게 부과한 올해 농지 임대료는 사용면적 4866㎡(5필지 1474평)에 204만1660원. 이는 지난해(179만99360원) 보다 13.4%가 인상된 것이지만, 지난 2003년(20만6380원)과 비교하면 거의 1000%에 육박한다.
서씨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까지 내야할 임대료를 아직까지 납부하지 못해 연체료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시와 경기도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임대료 감면을 호소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원론적인 얘기뿐이었다.
서씨는 "그동안 경기도와 안산시에 '농지 임대료가 너무 올랐다'며 여러 차례 감면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으나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출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라면서 "차라리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포도나무가 어려 수확량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 농지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다"라면서 "경기도와 안산시는 임대료 수익만 챙기려하지 말고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하루 속히 경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농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임대 농가들은 서씨의 경우처럼 농지 임대료가 지난 2003~2004년과 비교해 7~9배 정도 인상됐다고 불만이다. 필지별로는 10배 이상 뛴 곳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008년 농지 임대료 고지서를 받아 본 지역주민들은 7명으로 주민대표단을 꾸려 경기도를 찾아가 올해 임대료 가운데 50%를 감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과는 '수용 불가'로 끝났다.
김아무개(50)씨도 "임대료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라면서 "농가소득은 고정돼 있는데, 임대료는 크게 올라 농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안산시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다른 지역도 거의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법 산출방법 개정, 인상폭 커져...단기간 농민들 부담 가중 그렇다면 이처럼 경기도 소유 농지 임대료가 크게 인상된 원인은 무엇일까. 문제의 원인은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의 대부료 산출규정(제32조)에 있다.
요컨대 종전에는 임대농지 사용면적×공시지가×1000분의 10(요율 0.01)을 곱한 금액을 대부료로 산정해 부과했다. 따라서 공시지가가 낮으면 당연히 농지 대부료도 적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시지가가 상승할 경우 대부료도 함께 올라 임대 농민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판단해 2006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용면적×단위면적당 농업총수입(㎡당 100분의 20)의 요율을 적용해 산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렇게 농업총수입 요율을 적용한 결과 임대료 산출 금액은 낮아졌지만 임대료는 이전에 비해 대폭 올랐다.
실제로 안산시가 서씨에게 최근 5년간 부과한 임대료 내역을 보면 ▲2004년 26만740원(전년대비 26.3%) ▲2005년 32만8280원(전년대비 25.9%) ▲2006년 30만7740원(-6.2%) ▲2007년 179만9370원(전년대비 484%) ▲2008년 204만1660원(전년대비 13.4%)이다.
2006년에서 2007년까지 불과 1년 사이 임대료가 갑자기 5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서씨 등 임대 농민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임대료 경감대책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산시 임대 행정도 '도마'... 임대면적 실제보다 적어 문제되기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 김아무개씨는 "임대계약 농지의 면적을 측량해본 결과 실제 면적보다 적게 확인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농지 임대가 이뤄지는 것도 큰 문제"라며 자신의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김씨는 자신이 임대한 선감동 208-3, 208-4, 208-12, 208-18, 218-1 번지 등 5필지(7794㎡) 포도밭의 경우 서류상 임대 면적과 실제 사용 면적에 큰 차이가 있다며 안산시에 정식으로 측량을 의뢰해 정확한 면적을 규명할 예정이다.
특히 김씨는 "208-3번지의 경우 임대한 사용면적은 888㎡로 돼있으나 개인적으로 측량해본 결과 100㎡에 불과하고, 나머지 면적은 다른 사람 명의로 임대되어 있었다"라면서 "안산시에 문제를 제기하자 310㎡(약 94평)로 조정해 주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다른 농민들도 측량을 해보면 나처럼 피해를 당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안산시는 책상에서 지적도만 가지고 농지 임대차업무를 처리할 게 아니라 정확한 측량을 한 뒤 농지를 임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안산시 관계자 "농민들 심정 이해"... 경기도 관계자 "괜히 문제 삼아"이에 대해 안산시 회계과 관계자는 농민들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시하며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개정된 법령의 농지 임대료 산출규정에 따라 다른 지역의 임대료도 크게 오른 상태"라며 "나라도 불만이 많을 것이다. 주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로서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구제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라면서 "임대 농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연구해 정부에 건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임대 농지의 면적 차이 문제와 관련해 "착오가 있어 당사자에게 면적조정을 해 준 게 사실"이라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측량을 통해 바로 잡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회계과 간부 공무원은 "농지 임대료는 관련법에 따라 산출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면서 "일부 농민들이 그동안 경기도 공유지를 싼값에 임대해 경작해온 것은 생각하지 않고 괜히 임대료 인상만 문제 삼고 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