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말하고 언론에서도 말하고 국민들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왜 안 될까? 그것은 본래 소통이란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한 집에 사는 가족끼리도 완벽하게 소통하기는 어렵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세대차가 존재하고 부부간에도 각자 역할이 다른 것에서 오는 차이가 존재한다.
집 밖으로 나오면 더 어렵다. 타인과 타인 간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늘 존재한다. 그래서 서로 대화하고 때론 코가 비뚤어지도록 함께 술도 마시는 것이다. 오로지 소통하기 위해서.
집단과 집단 간에는 훨씬 더 어렵다. 더군다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집단이 소통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고도의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통’ 은 왜 어려울까? 개인차, 세대차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단 한 가지로 집약된다. 강제로 소통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서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주입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일수록 이러한 성향은 훨씬 더 강하다. 때문에 국민들이 촛불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는데도 정부는 그 원인을 ‘홍보부족’에 두는 것이다. ‘홍보부족’이라는 말 속에는 ‘국민들이 뭘 잘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촛불 사태의 총체적 원인을 ‘소통부재’로 인한 국민과 이명박 정부와의 ‘코드 불일치’로 본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경제 살리기는 70년대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고 앞만 보며 달리자는 것이다. 반면 국민이 말하는 경제 살리기는 ‘편안하게 잘 사는 것’ 이다.
'소통부재'는 곧 '코드 불일치'
안양시가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고 한다. 안양시는 ‘시민과의 소통’이란 명목으로 기존 홍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자금과 인력 등을 추가 투입하는 등 물량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안양시는 최근 ▲전 직원의 홍보맨화 ▲이메일을 통한 홍보 ▲시정소식지 부수 늘리기 ▲시정홍보 종합안내소 설치운영 등 새로운 홍보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안양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통’ 하기 위해서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홍보는 소통과는 다른 것이다. 홍보는 그저 알리는 것이다. 안양시와 시민이 서로 소통하려면 코드가 맞아야 한다. 진정 시민과 소통하고 싶다면 홍보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코드를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촛불 든 국민들은 대통령이 정치 잘 해서 편안하게 잘살기를 원한다. 안양 시민들도 다르지 않다. 안양시장이 정치 잘 해서 편안하게 잘 살기를 원한다.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안양시장도 당선 6개월을 넘겼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안양시장 재선거에 당선돼서 시장이 됐다. 또, ‘섬김의 정치’라는 대통령 슬로건과 같은 ‘섬김의 시정’을 내걸었다.
그래서다. 앞으로 가는 길은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러는 것이다. 같은 날 당선되고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정치는 다르게 하길 바란다. 그런데 ‘소통하기 위해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발상은 이명박 정부와 너무나 닮아있다.
소통하려면 시민과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를 하려면 쓴 소리를 참아야 하고 얼토당토않은 얘기도 들어 주어야 한다.
시민과 대화하며 코드를 맞추는 손쉬운 방법을 소개한다. 달콤한 말에 취하지 말고 쓴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달콤한 말만 하는 홍보지 보다는 비판 언론에 더 주목해야 한다. 또, 지역 유지들과 대화하기 보다는 서민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불만은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6개월을 넘기는 안양시장에게 주는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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