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대로다. 변한 게 없으니, 바뀔 것도 없다.
촛불은 '재협상'을, 정부는 '추가협상'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립한 지 45일이 넘었지만 다시 평행선이다. 광장에서 촛불은 다시 크게 타오를 듯하다. 국민대책회의는 '명박산성'에 맞서 '국민토성'을 쌓겠다고 선언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의 19일 기자회견에 대해 "변명", "사실 호도", "국민 협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했다. 이 대통령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 똑같은 기자회견 세 번째... '국민토성' 쌓겠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이 지난번 대국민담화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12일 발표 때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책회의가 비슷한 내용의 기자회견으로 각각 해명하고 반박한 게 벌써 세 번째다.
국민대책회의는 19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깊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일부터 22일까지 48시간 평화적인 비상국민행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이 대통령은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 자율규제만 실시되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국민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만이 아니라 광우병특정위험물질 전면 수입 금지와 검역주권 회복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대책회의는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면 국익에 손해가 될 것이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국민대책회의는 "미국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자동차 등의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하며 한미FTA 비준을 거부하고 있고,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인 오바마도 자동차 재협상을 관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자동차 재협상을 피하기 위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구이고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사료로 쓰는 내장을 우리가 먹어야 하다니"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도 "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마늘 협상 예를 들면서 만일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이 무역보복을 할 것이라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중국은 WTO에 가입돼 있지 않아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었지만, 미국은 WTO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무역 보복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광우병 위험성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중국도 지난 2006년 6월 30일,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하겠다고 미국에 통보한 이후 지금까지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우리도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및 곱창, 회수육(ARM), 사골, 꼬리뼈, 혀의 수입을 계속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사료로나 주는 내장이 우리가 먹는 곱창과 설렁탕에 들어가서는 안 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이 대통령이 거짓과 변명으로 재협상을 거부하는 한 국민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계속되는 국민비상행동 때는 '명박산성' 앞에 모래주머니로 '국민토성'을 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상황실장은 "국민이 승리하는 날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과 축제에 모든 국민이 동참해 주길 호소 드린다"며 "오는 21일 시민들이 각자 모래주머니 하나씩을 들고 서울광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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