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새 정부 출범 117일 만에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7명의 수석비서관이 전원 교체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수석급인 이동관 대변인은 유일하게 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현 국정 난맥상의 원인을 국민과의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이번 대통령실 조직개편의 기조 역시 홍보 기능의 강화로 상정할 만큼 쇠고기 파동에 대한 청와대의 홍보 역량에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대국민 홍보의 최전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동관 대변인이 유임된 것은 많은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촛불정국 최대 수혜자' 이동관, 소통 부재의 책임은?
"촛불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이동관 대변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한창 불 붙기 직전 농지법 위반, 땅투기 의혹, 거짓해명, 국민일보 외압 의혹까지 겹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던 그다. 역시 땅투기 의혹으로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이 물러나면서 그의 낙마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에 대한 반발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사퇴 여론은 촛불집회에 묻혀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후 쇠고기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추진됐지만, 그는 여전히 언론의 관심에서 비껴있었다. 특히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교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던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그의 유임 가능성에 비중을 실어 보도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대변인이 특정 매체로부터 우호적(?) 보도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 촛불정국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비춰본다면 이 대변인의 유임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이 국민들과의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에서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자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광우병 괴담'이라는 표현을 언급해,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고, '촛불'의 수는 더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정작 '소통 부재'의 책임자인 이 대변인의 역할은 없었다.
지난 19일 이 대통령은 '자책', '뼈저린 반성', '사과' 등의 표현을 써가며 특별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당초 이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은 5시간 전까지만해도 '대국민담화' 형식이었다. "담화가 권위주의적인 냄새가 나고, 일방적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으로 바꿨다"는 이 대변인의 설명이 있었지만, 왜 사전에 그런 판단을 못하고 우왕좌왕 했는지에 대한 해답이 되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에서 "7개 수석과 지금 실장이 함께 개편된다"고 했지만 이 대변인은 "수석 모두를 교체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룻만에 이 대변인의 설명은 '거짓'이 됐다. 이 때문에 대변인이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서 소통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변인이 유임된 것은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울 뿐 아니라 18대 총선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이 대변인을 붙잡았다는 점에서 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가 없다"며 "현재 이동관 대변인이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고, 대신 홍보특보를 둬서 정책 부분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교체 0순위... 대통령 불신 더 커질 것"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의 유임으로 수석 전원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에 오점을 남긴 것은 물론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인적쇄신의 '진성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석 교체 뒤에 숨어있는 이동관 대변인 유임설에 어이가 없다. 정권 실패에 일당백의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이 대변인"이라며 "언론 통제, 도덕성 등 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교체 0순위였다"고 주장했다.
김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입인 이 대변인은 불법농지매입을 해놓고 거짓해명으로 국민을 기만했고, 그것도 모자라 불법을 감추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보도통제를 주도했다"며 "이 대변인은 박미석 전 사회정책 수석과 함께 이미 국민들로부터 퇴장선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과 원칙, 상식과 도리에 벗어난 사람이 대통령의 입으로 남아있는 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며 대변인 교체를 촉구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의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벌써 오래 전에 경질됐어야 할 인물이 유임된다면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제 대통령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한 대국민담화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 대변인은 반드시 경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입이 거짓말로 일관하는 범법자라면 앞으로 국민은 대통령의 말을 결코 곧이듣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혜 창조한국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쇄신 명단에는 이동관 대변인이 빠져 있어 진정한 새출발을 하려는 인사단행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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