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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의'자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의'자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대검찰청

검찰이 또 일을 쳤다. 지난 20일 검찰이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 기업 불매운동과 광고중단 요구를 특별단속하겠다"고 나서자, 이후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이 참다 못한 네티즌들의 자수 글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달 27일 검찰과 경찰이 모인 검찰공안부 대책회의에서 "배후세력 끝까지 추적해서 엄벌하겠다"며 촛불을 든 수십만의 시민들을 향해서 겁주고 엄포를 놓아 오히려 촛불든 민심에 불을 지른 지 한 달도 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내내 정치적 중립을 외치며 권력에도 직접 소리높였던 검찰의 그 위세 등등한 모습에 때론 국민들의 박수도 받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보이고 있는 검찰의 태도에 국민들의 실망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 외치던 검찰은 어디로 갔나

 

21일 <한겨레>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 기업 불매운동 특별단속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검찰 스스로 결정한 일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 지시에 따라 진행된 일이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연판장을 돌리고 전국평검사회의를 열고 언론에 대놓고 대통령에 반발하던 지난 참여정부 때의 검찰의 모습도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런데 검찰은 "시키니까 한다"는 식의 설득력 없는 소리만 하고 있다.

 

검찰의 현 주소다. 요즘 유행하는 '영혼없는 공무원'스러운 모습이다. 4년 8개월 대통령 임기 지켜주겠다고, 검찰의 운명마저도 그 4년 8개월에 맞출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임기 이후에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하는 소리다.

 

또한 조중동 살리겠다고 검찰이 지금처럼 나서서는 안 된다. 고소·고발이 없어도 인지수사하겠다는 말을 거두길 바란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형법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제발 법이라도 지켜가며 검찰의 본분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가지 묻자. 지난달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촛불집회를 보고 배후세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발빠르게 검찰은 "배후세력 끝까지 찾아 엄벌하겠다"고 화답했다. 

 

좋다. 그럼 지금까지 중간수사 발표라도 해야 하지 않나. 수십만, 수백만 지금까지 순진한 국민들 촛불들고 나오게 하는 배후세력 수사 진전사항부터 들어보자.

 

거의 빈 보따리 들고 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의 추가협상시 "협상 안 될 땐 촛불시위 사진 보여주며 설득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나마 진전이 있었던 것은 정부가 아니라 촛불든 국민들의 힘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했다.

 

정부가 "배후세력이 있다, 불법집회다"며 입에 거품 물 때는 언제고, 미국가서는 촛불집회 사진 흔들며 미국과 추가협상에서 그나마 소득이 있었다는 염치없는 소리를 하는지. 지금까지 촛불 들었던 국민들이 화도 날 만하다.

 

그러고 보면 "배후세력 찾아 엄벌한다"는 검찰은 정부의 어리석은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아가고 있는 촛불 든 국민들에게 이쯤되면 사과라도 해야할 상황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에 항의하고 자신들이 구매하는 돈으로 어찌 되었든 광고하는 회사에 의견표명했다고 그것을 이유로 검찰이 배후세력 엄포에 이어 또 국민들을 협박하려 들고 있다. 

 

미국쇠고기협회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으로 전락한 신문사들에 광고를 내지 말라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어찌 죄가 되겠나.

 

검찰 수뇌부의 우려스러운 정치적 행보

 

"자꾸 그러면 구속시킨다"는 식의 엄포로 2008년 6월 대한민국의 춧불든 시민의식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듭되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보고 2MB(2메가바이트)정부라고 국민들이 정부를 조롱하는 상황에서 굳이 검찰까지 2MB용량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다.

 

언제부터 검찰이 '엄포검찰' '국민협박검찰'이 되었나. 없는 배후 끝까지 추적해서 엄벌하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검찰이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검찰의 10년 공든 탑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
김경한 법무부 장관. ⓒ 이종호

20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인터넷 유해환경 단속에 관한 특별지시'를 통해, 불법 단속한다는 이유를 들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뿐 아니라 인터넷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도 엄벌을 지시했다.

 

불법 단속한다는 데 딴지걸 생각은 없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지시다. 지금까지 인터넷 글 단속 안했나. 하고 있다. 지금 이런 특별지시는 검찰이나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불어나는 촛불민심을 끄기 위한 잔꾀에 불과하다.

 

한 네티즌은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말을 들으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댓글로) 차분히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고 싶은데, 그만 손이 먼저 떨리고 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컴퓨터 앞에 앉은 평범한 국민들의 심정이다. 

 

이들을 구속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절대로 이명박 정부에도 유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장 검찰이 그 비판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정권은 짧지만, 검찰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속에서 계속해서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 지금 검찰지도부의 정치적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는 검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 지키겠다'고 '대한민국 지키겠다'고 촛불든 국민들의 마음에 검찰도 이제는 화답할 때도 된 것 같다. 더 늦기전에 그래야 한다.

 

한 경찰관이 내게 들려 주었던 일본 경찰청 장관 이야기를 검찰총장과 검사들에게도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 우리나라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검찰청장 또한 귀담아 들을 이야기라고 생각해서다.

 

"1960년 시위대가 국회에 난입하자, 당시 기시 일본수상은 경찰청 장관에게 "즉시 시위대를 끌어내어 치안을 회복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경찰청 장관 카시무라는 "이러한 혼란이 초래된 것은 (국민이) 기시 총리에게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총리의 명령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카시무라는 직을 잃었지만, 그의 철학과 용기 그리고 희생이 경찰이 정권의 사병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일본경찰의 중립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008년 6월 대한민국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에게 48년 전의 일본 카시무라 경찰청 장관과 같은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 무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이제부터라도 제발 촛불을 든 시민들을 향해 배후세력에 조정당하고 있다거나, 평화적 집회인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라고 겁주는 일은 그만하자. 일부 폭력집회가 있다고 지금까지 평화적인 촛불집회 전체를 싸잡아 불법집회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MBC, KBS 방송국 쳐들어 가겠다며 가스통 들고 도심을 누비는 고엽제전우회 같은 불법집회하는 사람들 잡아가라고 집시법이 있고, 경찰이 있고, 검찰이 있다. 제발 검찰과 경찰은 이런 불법집회로부터 촛불집회와 같은 평화집회하는 국민들을 보호해야한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식의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아무리 검찰이 구속수사 운운하며, 겁을 주더라도 촛불을 든 평화집회는 계속될 것이다.

 

또한 "장마나 기다리자"식으로 정부가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장마가 오면 우산을 들고 나 설 것이다. '촛불'이 평화집회의 상징이듯 비가 오면 '우산'이 평화집회의 상징이 되어 또 광화문을 서울광장을 전국 방방곡곡을 메울 것이 분명하다.

 

민심에 복종하는 검찰을 기대한다

 

검찰과 경찰마저도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희망의 끈을 놓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벌써 21일 국가원로회의 위원인 천주교 정의채 몬시뇰 신부마저 이명박 정부의 하야 위기를 언급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검찰과 경찰이 중립적인 자세로 법을 집행하고, 검찰과 경찰 내부에서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지난 10년 간 쌓아온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명박 정부 실정에 떠밀려 검찰과 경찰마저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경찰과 검찰은 만해 한용운의 시 한 소절 처럼, 이명박 정부에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행복입니다"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경찰과 검찰의 태도에 국민들 눈에는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국민에 복종하는, 민심에 복종하는 경찰과 검찰을 꿈꾸는 국민들이 아직도 그 희망을 꺽지 않고 있다는 것도 경찰과 검찰당국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민심이 천심이다"는 기본에서 출발하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과 경찰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검찰의 중립#경찰의 중립#촛불집회#민심#집회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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