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국정 난맥상을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대통령실에 대한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인사 과정에서 4·9 총선 한나라당 낙선·낙천자들을 잇따라 발탁하는가 하면, '작은 청와대'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주먹구구식 직제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조만간 개편이 예상되는 내각 인사는 물론 공기업에서도 낙선·낙천자들이 하마평에 올라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작은 청와대'라면서 홍보기획관에 특보까지 옥상옥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실장 및 수석비서관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이르면 23일 청와대 직제개편과 함께 비서관급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청와대 조직 직제개편과 관련 "지금 정리를 하고 있다, 아마 내일(23일) 쯤이면 정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관계자는 "청와대 조직개편은 대강의 큰 줄기가 정해져 있다"며 "홍보쪽을 강화하고 조직에서 소홀히 됐던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소통 부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무와 홍보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청와대 2기 비서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을 기용, 비서관 3~4명과 함께 청와대 홍보업무를 전담시킬 예정이다. 박 전 의원은 당초 '홍보특보'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홍보기획관(상근)'이란 신설된 직제를 맡을 것이라고 하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특보'는 비상근인데다 주요 회의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이나, '기획관'도 본래 청와대 직제에 없는 '위인설관' 성격이 강해 청와대 시스템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 직속의 비상근 특보직을 여러 자리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책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외에 정치특보·경제특보·외교특보 등 5~6개의 특보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분야별 수석비서관이 있음에도, 분야별 특보를 여러명 기용함으로써 '옥상옥'이 될 공산이 커, 업무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취임 초 야심차게 내건 '작은 청와대'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추진하면서 기존 4실장, 10수석, 53비서관 체제를 1실장, 1처장, 7수석, 36비서관 체제로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청와대부터 깨진 '6개월간 배제' 원칙... 정부·공기업으로 확산
특히 새롭게 개편된 직제에 따라 거론되는 인사들에 4·9 총선 한나라당 낙선·낙천자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돌려막기식 보은 인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맹형규(서울 송파갑) 전 의원이 정무수석에 기용되면서 첫 신호탄을 올렸고, 총선에서 패배한 박형준(부산 수영) 전 의원의 발탁도 확실시 된다. 부산 동래에서 낙선한 오세경 변호사 역시 민정2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특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김덕룡 전 의원(서울 서초)도 공천에서 낙천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총선 직후 "낙선자들은 총선 이후 최소한 6개월 동안은 정부·청와대 인사나 공기업 인사에서 기용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 대통령 스스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총선 낙천·낙선자에 대한 '6개월간 공직인선 배제' 원칙을 깬 것이다. 18대 총선 낙선·낙천자들은 이 대통령의 초기 인사 실패로 조기에 '공직 발탁의 기회'를 얻게 된 셈.
문제는 청와대부터 시작된 낙선·낙천자 재활용론이 정부와 공기업 인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던 친이계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한 자리'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실제 차기 내각 인선을 앞두고 경남 사천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패한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물론 권오을·홍문표 전 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강기갑에게 진 이방호, 농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부활?
줄줄이 예정된 공기업 인사를 앞두고도 낙선·낙천자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낙천한 정형근 최고위원은 보건복지위원 경력을 살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를, 경북 김천에서 낙천한 임인배 전 의원은 체육관련 협회 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농해수위원장 출신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광원 전 의원도 마사회장이나 농촌공사 사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래에서 공천 탈락한 이재웅 전 의원은 EBS 사장이나 교육부 산하 기관장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계동 전 의원의 경우엔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을 노리고 있고, 경남 양산에서 낙천한 김양수 전 의원은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이 밖에도 이전 정권 인사들의 사표로 공석 중인 각종 공기업 인사에 낙선·낙천자들이 대거 발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은 인사' 논란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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