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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여덟 살은 취학 아동으로 분류된다. 취학 연령이라 함은 부모와 떨어져 일정 시간 자기 자리에 앉아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인데, 왜 굳이 그 나이를 여덟 살로 정해 놓았을까?

 

우리 나이로 여덟 살은 만 6세 이후를 말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급속도의 발달을 이룬다. 물론 그 이전의 아동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지만 특히 만 6세에서 9세까지는 인지, 정서, 사회적인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성장해 간다. 이 시기가 되면 정상적인 아이는 정규 학교 교육이 가능하다.

 

많은 엄마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되는 시기가 오면 두려움에 떤다. 과연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모든 엄마의 걱정일 것이다. 아이 또한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서 당황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면서 자기 앞에 놓인 대양을 건너게 된다.

 

이럴 때 이 시기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여덟 살 심리학>(신민섭·박선영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은 만 2세 이후부터 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인 여덟 살까지의 아동 발달 단계를 평범한 사람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모든 발달 단계는 연계선 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여덟 살 한 시기만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면 그건 허공에 뜬구름 잡기와 마찬가지다. 책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부모와 떨어져 세상을 탐색해 가는 만 2세 이후부터 학령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는 부모가 아이의 삶에서 중심을 차지했지만, 여덟 살이 되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중요한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이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친구보다 엄마를 덜 좋아하거나 일부러 엄마를 실망시키려고 거절하는 게 아니므로 오히려 아이의 대인 관계가 확장된 것을 기뻐하며 칭찬해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여덟 살 아이는 그 이전에 부모에게 의존적이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좌절을 겪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며 팔을 내밀면 부모가 언제든지 그 곁에서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도와주고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단, 이때 주의할 점은 지도하고 보호해주되 아이에게 간섭해서는 안 되며, 독립성과 자신감의 발달을 돕는 수준에서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 어려운 말이지만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달려갈 마음가짐을 갖되 아이 인생에 개입하면서 선두지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책의 목차 부분을 보면 여덟 살 아이의 인지, 정서, 학습 능력, 사회성 발달을 여러 사실로 분류해 놓았다. 각 발달 측면에 따라 그 이전 나이와는 너무도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면 취학기 아동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맨 먼저 인지 발달 측면에서 볼 때 여덟 살 아이는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체와 부분을 분명히 안다.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한다. 이 말은 그 이전의 아이들은 전체와 부분의 정확한 개념,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한 반면, 여덟 살 아이는 이런 것들을 뚜렷이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맞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

 

정서 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다. 많은 엄마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는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학교라는 제도 속에 힘겨워할 때 옆에서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든든한 엄마가 있다면 아이는 세상의 거센 파도를 헤쳐나갈 힘을 얻는다. 주의할 점이라면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려 든다거나 아이의 일을 대신해 주는 엄마 역할을 자처하지는 말라는 것.

 

학습 능력 발달과 관련해서 저자는 엄마가 '로드 매니저'가 아닌 '피그말리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란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면 그만큼의 성취를 얻는다는 이론인데, 아이에게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 아이가 무력감을 느낄 때 북돋아 주는 것, 스스로 해냈다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은 자발적 학습 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저자는 부모 되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비유를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언젠가는 떠나야 할 배를 만드는 것과 같다. 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정성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야겠지만, 그 배가 바다로 나아가 멋지게 파도를 헤치고 목적지까지 항해하는 모습도 즐겁게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 파도나 암초를 만날까 두려워서 배를 항구에 정박해두는 것은 배의 가치와 정체성이 발달할 기회마저 빼앗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아마도 배를 바다에 띄우는 일과 유사할 것이다. 비록 험한 파도가 아이를 힘들게 하고 암초를 피해가는 요령도 익혀야 하지만 멋지게 항해하는 배를 보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니던가!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어설프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가 이런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는다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그냥 두는 엄마가 되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는 부모라는 말도 있듯이, 엄마 아빠가 어떤 사고를 갖고 아이를 대하는가는 우리 아이의 인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아이가 나보다 더 인정받고 멋지게 세상을 살기 바라는 엄마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지나치지도 너무 덜하지도 않은 자세로 아이를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덟살 심리학 - 서울대 신민섭 교수의

신민섭.박선영 지음, 원앤원북스(2007)


#육아서적#여덟 살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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