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제58주년 6.25전쟁기념'
6.25전쟁을 '경축'한다? 그것도 민간단체도 아닌 6.25참전용사와 군 원로가 주회원인 재향군인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국민들이 죽고 인권이 유린된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경축한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소는 6.25전쟁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23일 계룡시청 대회의실. 이 행사는 6.25참전용사 및 상이군경, 군 원로, 재향군인회 회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논산·계룡시 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렸다.
엄숙하게 진행되어야 할 행사는 '경축 제58주년 6.25전쟁기념' 현수막을 뒤늦게 본 참석자들이 술렁거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참석한 몇몇 참전용사들이 '6.25가 어떻게 경축해야 하는 행사인지 모르겠다'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며 "모르긴 몰라도 행사를 준비한 재향군인회 관계자가 참전용사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L모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말 한심하더라. 더군다나 어떻게 군 출신들로 이루어진 단체에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현수막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경축한다고 아무 생각없이 썼다고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논산·계룡시 재향군인회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축 현수막이 걸리게 된 경위를 확인한 결과 인쇄 과정의 실수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 부회장은 "그동안 논산시에서만 6.25행사를 치렀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보훈단체에서 돈을 모아 계룡시에서 개최한 행사"라며 "처음 개최하는 행사라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현수막은 인쇄소에서 실수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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