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검찰청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자수 글 및 문의 글.
대검찰청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자수 글 및 문의 글. ⓒ 송주민

"난 당당하지만 당신들 기준에는 부합할거야, 잡아가!"  -'자수시민' 김현욱씨
"왜 조중동 신문사 불법상품권과 6개월 무료권은 조사 안하나요?"  -'제보시민' 김의열씨
"어떤 방식으로 전화를 하면 검찰의 마음이 흡족할까요?" -'문의시민' 이용훈씨

대검찰청이 지난 23일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자 누리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빗발치는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수사요청과 각종 문의로 검찰도 바빠지고 있다. 

검찰은 현재 누리꾼들의 '광고중단 운동' 수사와 <MBC> 'PD수첩' 수사, KBS 정연주 사장 소환 등 해야 할 '본업'이 쌓여 있는 상태다. 게다가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자수'와 수사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게시판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 요청하는 '수사 제보'도 많아 인터넷 게시판은 거의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지난 23일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한 대책회의에서 누리꾼들의 '광고중단 운동' 엄정 수사와 처벌 방침을 재확인했다. 소식을 듣고 발끈한 누리꾼들은 더 적극적으로 "나를 잡아가시오"라고 외치고 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 때문에 대검찰청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오른 시민들의 비난 게시글은 24일 오후 현재 무려 3000여개(지난 20일 이후)에 달한다. 내용도 다양하다. 당당하게 "잡아가라"고 자수하는 시민들부터, 검찰이 해야 할 수사내용을 제보해주는 시민들, 심지어는 "내가 한 행위도 범죄인가요?"라고 문의하는 시민들도 있다.  

검찰의 '누리꾼 수사' 방침에 뿔난 시민들의 글을 세 가지 부류로 나눠 재구성해 봤다. 

[제보형] "무가지·경품 뿌리는 신문사들 위법부터 조치 해야"

김의열씨는 "왜 조중동이 뿌리는 불법상품권과 6개월 무료구독권은 조사 안 하나"고 반문한 뒤, "조사하겠다고 하면 내가 아는 곳들을 다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글에 댓글을 단 김삿갓씨는 "(검찰이) 참고하길 바란다"며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현행 신문판매고시에서는 신문구독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연간 유료신문 대금(18만원)의 20%(3만6000원)을 초과하는 액수의 공짜신문이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산다는 박의용씨도 "얼마 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40대의 아저씨들이 돈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신문 구독을 권유하더라"며 "한 동료는 <매일경제>를 구독하다가 이사를 갔는데 <매일경제>를 다시 구독하면 그 날로 돈이 계산되고, <동아일보>와 함께 구독하면 6개월간 무료에다가 이후로는 하나의 신문 값만 지불해도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문고시에 이렇게 하게 되어 있나"며 검찰에 재차 물었다.

다섯 식구의 가장이라고 밝힌 오윤택씨는 "검찰이 독자와 언론과의 싸움에 '끼어들기'를 하겠다면 먼저 무가지와 경품을 주는 언론사들의 위법부터 의법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은 뒤, "나는 무료 10개월 구독에 상품권까지 주며 구독을 권유하는 바람에 <중앙일보>를 보고 있다"며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문구독 신청을 한 후 받은 상품권과 영수증
신문구독 신청을 한 후 받은 상품권과 영수증 ⓒ 이경태

한편 김희연씨는 '[제보합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광우병' 편 수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수사 착수'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며 "조만간 PD수첩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하니 수사하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지난 2007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된 '광우병 괴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진실게임'을 시청한 후 쇠고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생겨서 최근까지도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안 먹는다"며 "'PD수첩'을 조사하기 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미국산쇠고기에 대해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하여 시청자에게 음식에 대한 공포심을 준 것은 아닌지 꼭 수사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의형] "검찰에서 제시하는 매뉴얼은 무엇입니까?"

김희응씨는 "내가 하는 일이 범법행위인지를 문의 드린다. 검찰이 하는 일을 보니 큰 죄를 지은 것 같아서 밤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이 한 행동을 나열했다.

"조중동 신문은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다는 말까지 주위사람들한테 합니다. 마누라한테는 세뇌 교육까지 시키고 있습니다. 장인어른께는 당장 동아일보 절독하라고 공갈협박까지 했습니다. 다른 신문 보면 제가 기꺼이 신문대금까지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또 동아일보에 광고 낸 ○○카드 전화해서 해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우성임씨는 "협박, 폭행, 폭언을 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니 광고주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검찰청에 문의하고 있다"며 "(검찰에 전화해서)'이렇게 말해도 됩니까, 저렇게 말해도 됩니까'라고 일일이 물어봐도 귀찮아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cskang'은 "사전 질문을 드린다. 어떤 경우가 불법이고, 어떤 경우가 정당한 불매운동인지를 구별해서 말해 달라"며 "만일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둘 사이는 차이가 없다고 인정하는 걸로 간주하고 정당한 소비자의 주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용훈씨는 "조선일보 광고주들에게 격려전화를 할까 하는데 검찰에서 제시하는 매뉴얼이 있나?"라고 물은 뒤, "어떻게 전화를 하면 검찰의 마음이 흡족하겠나?"라며 "답변해주는 그대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자수형] "양심선언 했으니 나도 잡아가길..."

 '82cook'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 조선일보사 현판 앞에서 조선일보가 보낸 경고 공문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82cook'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 조선일보사 현판 앞에서 조선일보가 보낸 경고 공문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와 함께 '자수형' 글들도 여전히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경찰서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아이 둘을 가진 엄마'라는 유정민씨는 "검찰에서 <조선일보> 광고주에게 전화 건 사람들을 조사한다고 하길래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자수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자수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고 있는 기업이 제가 자주 사용하는 기업이라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귀사 제품을)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은데 내가 소비하는 일정금액이 조선일보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게 불쾌하다. 앞으로 사용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계속 광고를 올릴 거냐'라고 물어봤습니다. 이런 행위가 위법이라고 한다면 잡아가십시오. 그러나 그 기업에 광고가 또 올라온다면 전 소비자의 입장으로 내일도, 모래도 (광고중단 운동을) 할 것입니다."

택시기사라고 밝힌 송상원씨는 "타는 손님마다 편파와 왜곡으로 가득 찬 조중동을 보지 말고 다른 신문을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또한 (자주 가는) 식당에서 <조선일보><동아일보>를 구독하길래 '밥맛없다, 신문 좀 바꾸시라'고 주인아줌마에게 몇 번씩 얘기했고 결국 이번 달만 보고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또 "조중동이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매운동을 할 것"이라며 "양심선언 했으니 나도 잡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광호씨는 "방조한 나도 죄인"이라며 "내 주변의 아이 하나 있는 최 과장, 흰 머리 난 우리 고모님, 나이든 대학생 조아무개가 인터넷에 글 쓰는 거 방조했다. 나도 잡아가라"고 외쳤다.

한편 이효은씨는 "정말로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문의드린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으로 검찰이 국민의 세비로 운영되는 국민의 기관이 맞습니까? 이 홈페이지에서는 공공기관이라고 하고, 제가 공부하는 법에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몇몇 기업의 이윤을 이토록 적극적으로 보전해 주시려고 하니… 혹시라도 제가 모르는 사이에 민영화가 된 것은 아닙니까? 정말 궁금하니 하루라도 빨리 대답해 주시길 바랍니다."


#조중동#누리꾼#자수#검찰#광고주압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