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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8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새터민 이광선-김영숙, 이성국-김신옥, 신영준-임애심 커플들의 웨딩촬영 사진.(왼쪽부터)
오는 28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새터민 이광선-김영숙, 이성국-김신옥, 신영준-임애심 커플들의 웨딩촬영 사진.(왼쪽부터) ⓒ 대전YMCA


"신혼여행이 뭡니까? 북에서는 결혼식 올리는 것도 엄두도 못 내는데… 우리 부부의 꿈을 이루어 주시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또 저희도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오는 28일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이성국(36)씨와 김신옥(38)씨는 북한을 탈출해 2년 전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이다.

11년간의 긴 군 복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지만, 힘든 북한의 경제사정은 이씨에게 일감을 주지 못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산소를 뒤로 하고,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과 함께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했다.

다행히 중국 국경과 가까운 함경북도 온성에서 살던 이씨는 무사히 중국을 거쳐 남한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남한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모든 게 힘들죠. 여기에서는 물 한 모금, 커피 한 잔도 돈인데, 돈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맨 손으로 일어서야 하는 이씨는 지금 대전 동구 용운동과 판암동 일대 길거리에서 옥수수를 쪄서 파는 노점상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마트에서 생선을 팔아보기도 하고, 냉면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도 어려워서인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 그에게 웃음을 주는 단 한 사람. 바로 남한에서 만난 짝 김씨다. 김씨는 북에 가족을 모두 남기고 혼자서 넘어왔다. 복지관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함께 자원봉사를 하던 이씨 어머니의 눈에 들어 며느릿감으로 낙점(?)됐다.

냉면집 서빙을 하는 김씨는 이씨와 함께 힘들지만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새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런 이들 커플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YMCA에서 이들 부부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한 것. 그것도 3박 4일간의 신혼여행이 낀 패키지다.

"비용마련도 어렵고 해서 결혼은 물론 신혼여행은 꿈도 못 꿨습니다. 커플반지 하나 못해 줬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아내의 꿈인 웨딩드레스를 입게 해 주시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욱이 신혼여행까지 보내주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웨딩드레스 입는 꿈, 드디어 이루어지다!

이들 부부와 또 다른 새터민 두 커플은 오는 28일 12시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 소강당에서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새터민들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합동결혼식은 탈북 새터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새터민과 지역주민들의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대전YMCA와 평송청소년수련원, (사)한국비전협회가 함께 마련한 행사다.

현재 전국에 1만1000여명의 새터민이 정착해 거주하고 있고, 대전에도 4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 새터민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씨 부부처럼 결혼식도 채 올리지 못하고 생활하는 부부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연을 알게 된 대전YMCA는 총 비용 1500여만원을 지역의 사회단체, 예식장, 사진관, 인쇄소, 이벤트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후원을 받아 무료 합동결혼 행사를 마련했다.

또한, 여수 진주 경주 YMCA와도 협력해 이들 세 쌍의 부부에게 3박 4일간의 신혼여행도 보내준다. 심지어 운전에 여행가이드까지 맡기로 했다.

이날 결혼식에서는 새터민으로 이루어진 '푸른하늘봉사단'이 평양 손만두와 수제비를 만들어 하객들에게 답례음식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야말로 새터민과 지역주민이 하나 되는 축제의 결혼식이 열리는 셈이다.

이들 세 쌍의 주례에는 지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통일운동을 해 온 김용우 보문감리교회 목사가 나서고, 소프라노 백은경, 바리톤 길민호씨 등이 축가를 부를 예정이다.

이충재 평송청소년수련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새터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또 대전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터민#대전YMCA#평송청소년수련원#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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