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영어 'professional'이라는 단어를 줄인 말로 보통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 또는 해당 분야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프로의 반대는 아마추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얼마 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은 10%만 시민이고, 나머지는 프로다"라고 발언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종이에 유해한 내용을 글씨로 적어서 파는 업자들이 "촛불 집회가 변질되고 있다! 전문 시위꾼들이 시민을 가장해서 거리에 나선다"라며 '악악'거리고 있다.
일단 홍 의원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은 단어 선택의 오류다. 위에도 이야기 했듯이 프로와 반대되는 개념은 아마추어다. 전문가와 반대되는 말은 비전문가라는 뜻이다.
즉,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려면 "10% 비전문가와 90%의 전문가가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마 영어 몰입교육 때문에 한국어를 잘못 해서 생긴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머지는 프로다, 이건 칭찬의 말
하지만 이렇게 단어 선택을 잘못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잘 알아 들었다.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10% 정도는 아직 촛불집회에 익숙하지 못한 초심자들이고, 나머지는 고수님들입니다"라는 경탄과 칭찬의 말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 TV광고에서 유행을 한 말이 있다. "나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라고 외치면서 종이를 휙 던지면서 나가던 어떤 분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프로다! 그래서 아름답다!
이렇게 어설픈 논리를 전개하자면, 홍 의원의 말은 "지금 촛불집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90%가 아름다운 사람이다"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도달한다.
즉, 그는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신은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고, 촛불 집회에 나오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름답다고 칭찬을 한 것이 된다. '이 사람, 참 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이 촛불집회로 불리는 직접 민주주의의 의사 표현방식에 프로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한 10년 쯤 전의 일이다. 제대하고 복학하는 동안 시골집 근처에 있는 모 자동차 하청업체에서 몇달간 일을 한 적이 있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의자를 조립하는 공정이었는데 20미터 남짓한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순서대로 조립하여 다음 과정으로 넘기는 일을 했다.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돌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15초 남짓한 시간 안에 내가 해야할 조립 공정을 마쳐야 했다. 처음에는 나사 두 개를 밖고 캡을 씌우는 일이었는데 계속 나사가 손에서 미끄러져 컨베이어 벨트를 자주 세워야 했다. 하루에 140개 물량을 뽑아야 하는데 내가 잘못해서 결국은 중간에 다른 형님이 내 것까지 해버렸다.
그렇게 사흘 동안은 자면서도 머릿속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한 일주일이 지나자 10초안에 작업을 마칠 수 있게 되고 조금씩 쉬면서 여유를 갖게 되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친구 아버지였던 라인장님은 "똥강아지도 2조립은 일주일만 하면 프로가 된다"라며 농을 거셨다. 나름 손에 기술이 익었다고 우쭐되던 내 기분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친구 아버지라서 항의도 못하고 그냥 웃어야 했다.
한달이 넘는 촛불 집회, 누구라도 프로가 된다
그렇다 똥강아지라도 한달간 뭐 하면 나름 프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촛불 집회는 지금 며칠째인가! 한달은 벌써 지나 한달 보름으로 가고 있다. 시청앞 광장에서 모여서 거리 행진을 시작한 것도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손에 춧불을 들고 앉아 있는 것도 어색하고 언제 박수를 치고 언제 함성을 지르고 하는지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게 되고, 차도에 올라서서 가면 이거 이러다가 잡혀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고, 의경이 앞을 막아서면 저기에 맞으면 아프겠지 하는 두려움도 밀려왔다.
노래는 왜 그리 듣도 보도 못한 노래를 부르는지,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노래면 따라 할 수 있는데, 음도 단조롭고 가사도 이상하고…. 아무튼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했다.
그런데 한달 쯤 하니, 이제는 촛불을 들고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게도 되고, 내가 먼저 멋진 말을 만들어 구호도 외치게 되고, 의경들이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옆사람과 밀착해서 스크럼도 짜게 되고, 경고 방송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노래해" "차비 줘"를 외치게 되는 것이 나도 모르게 점점 몸이 익숙해지고 마음도 편해지게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아마 홍 의원은 프로라고 부른 것 같다.
그렇다! 이 국민들을 집회의 프로로 만든 건 바로 귓구멍에 말뚝을 받고 자기들끼리 '아이 좋아'를 외치는 텔레토비 같은 너희들이다. 재협상하라고 했더니 추가합의를 하고 온다고 떠들다가, 합의문에 서명한 건 없다고 말을 바꾸더니, 미국에서는 합의도 아니고 협의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는 이제 촛불 끄라느니, 국민이 안심한 만큼 안전한 것이라느니 떠들면서 고시를 강행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머리를 조아린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물대포를 투입하고 손가락을 물어 뜯어 잘라내서 안중근 의사 손을 만들어 버렸다.
유모차를 밀어버리라고 소리 치고, 백수가 일당 받고 나온다고 떠들고, 말이 막히면 '니들은 빨갱이'라고 외치면서 귀를 막고 떠든다. 이런 너희들이야말로 촛불집회 배후 세력이며, 국민들을 프로로 만든 장본인이다.
자! 이제 배후가 밝혀졌으니 엄중히 처단을 해라. 니들 목에 스스로 올가미를 걸고 뛰어 내리란 말이다.
이제 국민은 프로다.
더 이상 어설픈 변명은 안 통한다.
프로들이 모였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부터 그 맛을 한번 제대로 보기 바란다.
우리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촛불을 들고 있는 그대들, 그대들이 정말 눈물 겹도록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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