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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고용정책위원회에서 내놓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상당히 침해할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주의 편의를 위한 개정안의 장점만 부각되고 있어 향후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미리 짚어보고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외국인고용정책위원회는 6월 5일 회의에서 외국인고용법 제9조제3항에 의거, 근로계약은 1년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으나, 향후 법률개정을 통해 3년의 취업기간 내에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계약으로 인한 근로자의 권익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 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사업장 변경 사유를 추가한다고 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근로계약을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이유는 1년을 초과하는 장기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이로 인하여 인신구속 내지는 강제노동의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에게 '퇴직'의 자유를 달라

 

계약기간이 1년을 초과할 수 없게 만든 이유는 앞서 언급한 그런 폐단을 사전에 예방하고 노동자의 퇴직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매 1년마다 근로조건을 재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근로조건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현대판 노예제도'라 비판받던 산업연수생제도가 갖고 있던 문제 중 가장 큰 폐단이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허락하지 않았던 데서 비롯됐다는 것을 이해했다면, 이런 개정안을 내놓을 수 없다. 이 개정안대로 생각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원치 않는 사업장에서 강제근로를 당해도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물론 최근에는 퇴직의 자유 외에 고용안정과 고용보장을 위한 근로관계의 존속 보호도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체력, 사업장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업장에서 이를 악물고 1년을 버틴 후, 1년 근로계약 만기에 따라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이번 개정안은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짓밟을 수 있는 개악 중의 개악이다.

 

외국인고용정책위원회는 또 이주노동자를 재고용할 경우, 체류기간 만료 후 본국으로 출국(1개월 이상)하여 다시 재입국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체류기간(3년) 만료 외국인근로자 재고용 시 반드시 1개월 출국해야 하는 요건을 생략하고 추가로 2년 미만까지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변경한다고 밝혔다.

 

개선책 없는 개악만 내놓은 개정안

 

외국인고용정책위원회에 따르면 5년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이유는 재고용에 따른 고용주의 애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휴가 후 3년 연장근로를 희망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1개월간 휴가를 요구하더도 고용주들이 거부할 경우 재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근로계약 연장이 강제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또 3년 이상 근로한 경우,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있어서 3년 이전의 기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업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조건부 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럼으로, 3년 이상의 체류기간을 초과한 이주노동자에게는 반드시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규정을 다시 적용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퇴직금에 있어서도 5년 연속 근무 시 발생하는 퇴직금과 현행 퇴직금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출국만기보험'에서 지급하는 금액간에 상당한 차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그 차액에 대해 사측에서 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대부분 유명무실한 규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과의 차액 보전에 대한 명문규정과 그에 대한 처벌규정, 차액 보전 시까지의 출국유예 기간 설정 등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위에 언급된 내용들 이외에도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관련단체들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악법이라고 주장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이 없었다는 점은 이번 개정안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고착화하고 당연시할 수 있어, 개선책은 없는 개악만 내놓은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금년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고용허가제#강제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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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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