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박상규, 이경태, 송주민 총괄 : 김태경 기자
사진 : 유성호, 권우성 기자
동영상 : 김호중, 김윤상, 박정호, 엄수용 기자
편집 : 이승훈 기자
[9신 최종 : 28일 새벽 6시]
경찰-시민, 큰 충돌없이 집회 마무리
애초 경찰은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어 쏘겠다"는 등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그러나 막상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벌어진 촛불 시위에서 시민들과 경찰의 큰 충돌은 없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경찰 방패 앞을 가로막아 선 탓으로 보인다.
28일 5시30분께 날이 밝자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서 밤을 지샌 천정배·박선숙 등 민주당 의원 8명이 시민들에게 "앞으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천정배 의원은 "여러분들과 함께 일박을 하면서 국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간절한 지 몸으로 느꼈다"며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고시대로 일이 추진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로지 재협상 밖에 없다, 국민들의 염원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함게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 퇴진 구호와 민영화 반대 구호를 외칠 수 있느냐"고 묻자 천 의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과거 참여정부 때 제대로 못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다, 현재 이명박 정부 출범한지 몇개월 안됐는데 제1 야당으로서 퇴진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며 "단 앞으로 국민의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우리 민주당도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분별한 민영화는 우리 민주당도 반대하고 있고, 공공성을 갖는 기업이 민영화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리에서 떠나자 경찰은 남아있던 시민 300여명을 서울 시청 쪽으로 밀었다. 시민들도 경찰과 충돌없이 서울 시청 앞 광장 쪽으로 갔다.
새벽 5시 50분 현재 다시 도로에는 차량 소통이 재개됐다.
[8신 : 28일 새벽 2시 35분]
경찰 "의원들 나가라"-시민들 "의원들 내보내고 어쩌려고"
경찰의 경고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나가라"는 내용의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시위대 중에는 몇몇 국회의원 분들이 참여해 완충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계속해서 시위대와 함께 있을 경우, 국회의원님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불법 집회하는 시위대와 함께 한다면 국회의원님들께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의원님들은 시위대의 불법·폭력행위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님들은 불법시위대로부터 분리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달라."
방송을 들은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을 내 보내고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시민들은 그냥 묵살해버리겠다는 것이냐"라고 성토하고 있다. 정세균,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 17명의 통합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입을 닫은 채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다.
경찰의 방송에는 그 동안 정부여당에서 수없이 제기해왔던 '배후설'에 대한 언급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집회에 참여하신 시위대 여러분들은 극렬 시위자에게 선동되어 불법행위를 하는 일 없이 평화적인 집회를 해 달라. 또한 불법폭력행위를 하는 분은 자중해 달라. 여러분들로 인해 평화적인 집회가 와해되고 있다. 우리 경찰처럼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시민들은 방송 내용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세종로 거리에 주저앉아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한 시민은 시위대 뒤쪽에 위치한 '무료 촛불 다방'에서 커피를 가져와 앞쪽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새벽 2시 30분경에는 전경도 헬멧을 벗고, 긴장을 늦추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순간 시민들은 일제히 전경을 향해 "수고 한다"고 말하며 박수를 쳤다.
이날도 아침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태세다.
[7신 : 28일 새벽 1시 30분]
경찰-시민 대치 소강상태... 장기 대치 준비
원세훈 행안장관 "이제 전문가에게 맡기자" |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밤 10시께 촛불 집회 현장에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박상희 시민기자에 따르면 원 장관은 "30개월 문제, 검역주권, 특정위험 물질 문제 등 상당 부분이 해결됐다"며 "이제는 전문가와 국회에 맡겨야 한다, (촛불시위로) 직접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거냐"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밖에 안됐는데 시간을 줘야 한다"며 "<동아일보> 여론 조사를 보면 이미 여론이 반전됐다, 이제 다른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28일 새벽 1시 현재 태평로에 남아있는 시민의 수는 5000여명으로 확 줄었다. 막차시간이 넘어서면서 상당수의 시민이 귀가했다. 시민 100여명은 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해 '라디오TV' 측에서 제공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나머지 시민들은 태평로 인도와 도로에 남아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현재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통합민주당 의원 17명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시민 100여명이 그 뒤를 따라 줄지어 앉아 있어 강제해산을 시도하기도 힘든 사정이다. 경찰은 강경진압을 포기하고 현재 전경 버스 3대를 줄지어 배치해 장기 대치를 준비하고 있다.
경고방송 내용도 바뀌었다.
"현재 이 자리에 국회의원 분들도 참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분들은 시민들이 귀가할 수 있도록 설득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신들의 행동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국회의원들이 계속 있으면 우리 경찰은 공무를 집행할 수 없습니다."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센터 쪽에 있던 일부 시민들이 이에 자극 받아 전경과 서로 막말을 주고받고 있지만 아직 전면 충돌로 이어지고 있진 않다.
전경 버스 6대가 철저하게 방비하고 있는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는 전경 100여명이 배치돼 광화문역으로 나가는 인도를 막아섰다. 시민 30여명이 계속해서 전경 버스 앞에서 경찰과 <동아일보>를 비판하며 인도를 오가자, 몇 차례 경고방송을 내보낸 뒤 전경을 배치했다.
한편, 참여연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참여연대 장 아무개 간사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공개돼 있는 자료를 압수수색하러 나왔다기 보다, 긴급 체포영장이 발부된 참여연대 활동가의 신병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같다"며 "물리적 충돌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6신 : 27일 밤 11시 50분]
경찰의 공격적 해산방송, 시민들 스스로 폭력행위 자제 요청
서울 옥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27일 밤 11시 30분께 대책위 관계자는 "광우병 국민대책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관들이 압수 수색을 위해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어떻게 할 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사무실에는 관계자 2명 밖에 없기 때문에 물리적 저항은 사실상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경찰은 이날도 시위대를 자극하는 해산방송을 거듭했다.
"그동안 경찰은 시민들의 폭행과 방화에도 인내해 왔습니다. 그러나 금일부터 우리 경찰은 여러분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시민들은 귀가해주십시오. 해산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시위대는 반드시 검거해 책임을 묻겠습니다"- 밤 9시 50분
"여러분은 타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도로를 불법점거하고 '폭력경찰'이라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돌을 던지고, 경찰 버스를 훼손하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치고 있지만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 말하실 수 있습니까." - 밤 10시 30분
경찰의 방송에 흥분한 일부 시민들은 <조선일보> 사옥 앞에 배치된 전경 버스의 짐칸을 열고 경찰 장비를 빼내려고 하거나, 전경들에게 까나리 액젓을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은 곧 주변의 시민들에 의해 제지됐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렇게 행동한다면 우리의 정당성이 사라진다", "차라리 앞에 가서 좀 있다 연행되라"며 과격 행위를 한 일부 시민들에게 핀잔을 주고, 까나리 액젓을 맞은 전경의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주거나 전경 버스 앞에 서서 더 이상의 과격행위를 막아서기도 했다.
전경과 대치 중인 시민들의 분위기도 그리 딱딱하지 않다. 앞서 밤 10시 30분 전경 500여명이 파이낸스 센터 앞 인도를 점거하는 등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인도를 점거했던 전경이 철수하자 시민들은 다시 긴장을 풀고 그 자리에서 옆에 선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파란 우비를 입고 전경과 몇 시간 째 마주보고 있는 '10대 연합회' 소속 중·고등학생 10명은 자신 앞에 선 전경에게 부채질도 해주고 있다.
한편,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에 게재된 촛불집회 기사에 댓글이 안 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밤 11시 30분 현재 댓글 달기에는 이상이 없다. 그러나 미디어다음 측은 "일부 기사에서 댓글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공지 중이다. 현재 태평로에는 시민 1만 5천여명이 남아있다.
[5신 : 27일 밤 10시 55분]
경찰 방패 막아선 민주당 의원들
인도에도 전경들이 투입됐다.
밤 10시 30분께 500여명의 전경들이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센터 앞에 방패를 들고 인도를 막아섰다. 시민들은 "왜 이제는 인도까지 가로막느냐"며 강한 항의를 했고 잠시 몸 싸움도 벌어졌다.
그러나 인도는 곧 전경들에 의해 점령됐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집회 장소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앞서 밤 10시께에는 천정배·김상희·강기정·김부겸·최영희·신낙균·김효석 등 7명의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의 경고 방송에 항의하며 전경 방패 앞에 가로막아 섰다.
이들은 "강경진압 반대, 평화시위 보장 및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에 일부 시민들은 <조선일보>와 관계가 있는 코리아나 호텔에 달걀을 던졌다.
이 모습을 본 2만여명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조선일보> 폐간하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4신 : 27일 밤 9시 25분]
어느 때보다 빨라진 진압작전... 경찰, 시청 앞까지
경찰의 진압작전이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세종로 청계광장 앞거리에 전진 배치돼 있던 전경은 저녁 8시께부터 진압 경고방송과 함께 시청 쪽으로 밀고 올라왔다. 경찰 앞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던 시민들은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밤 9시 현재 전경과 '촛불'들은 세종로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1시간여 동안 대치 중이다.
명동, 종로를 거쳐 거리 행진한 시민 5000여명까지 세종로 현장에 도착해 거리 위의 '촛불'은 2만여명 정도로 불어난 상태.
국민대 재학생들은 강의실에 있는 책상과 의자를 거리로 가져나왔다. 책상 위에는 촛불 2개와 '정치학 산책'이란 제목의 교재가 놓여있다.
재학생 최승씨(국어국문학과 4년)는 경찰의 방패 앞에 책상을 놓고 교재에 밑줄을 치며 공부 중이다. 함께 온 국민대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강의실에 박혀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책상을 놓은 채 계속해서 경찰 방패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진압작전을 본 한 가족은 네 식구가 나란히 손을 잡고 경찰의 방패 앞에 섰다.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 두 명도 함께이다.
자녀 손을 꼭 붙잡고 경찰 앞에 선 중년의 남성 시민은 "어린이를 보호하고 국민을 보호할 경찰들이 시민들을 다 막아서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호통을 친 뒤,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고 성토했다.
한편 한 20대의 시민은 전경의 방패 바로 앞에 드러누워 경찰의 진압작전에 강한 항의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 중인 중고생 10여명도 전경 방패 앞으로 나와 노래와 춤을 추고 있다. 뒤쪽에 있는 시민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청 쪽에 있는 시민들도 경찰의 해산방송이 나올 때마다 폭죽을 터뜨리거나 호루라기를 불며 저항 의지를 일으키고 있다.
한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경찰이 선무방송을 통해 "인도에 계신 시위대 여러분을 촛불을 당장 끄고 해산하라"고 한 뒤 인도에 있던 시민 1명을 연행해 갔다.
또 횡단보도를 건너던 또 다른 시민 1명도 연행해갔다.
[거리 민심 탐방]"민심이 천심, 이명박은 국민에게 져라" |
최루액 섞은 물대포 발포 검토 등 경찰의 초강경 진압기조가 지난 25일 정도부터 계속되고 있다. 또한 '조중동'등 보수언론의 '폭도' 공세도 전면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51번째 촛불 문화제가 시작된 27일 밤, '촛불'을 들고 세종로 거리에 앉아 있는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은평구에서 온 김한일(39)씨는 "현재의 모습은 87년 6월 당시 시위가 격해질수록 정부와 조중동의 탄압이 심해졌던 때와 같은 분위기인 것 같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게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현 모습을 보니 남은 임기 내내 정부가 국민을 억누르는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 "사실 언제까지 촛불만 들고 있을 수는 없다, 6월 항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그 이전에도 권력자들은 민중의 저항을 폭력이란 이름으로 매도해왔다"며 "다만 몇몇 조직에서 감정이 앞서 폭력행위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상태에서 강력한 저항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60대 시민은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 아니냐"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구에서 온 민남식(53)씨는 "분개하는 마음은 똑같다, 다만 경찰의 폭력에 대한 폭력적인 대응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당장은 아프지만 조금만 인내하면서 더 많은 촛불의 힘을 모아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은평구에서 온 서정숙씨는 "시대가 바뀐 만큼 시위 문화도 획일적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지금처럼 애들 데리고 온 가족, 노동자, 대학생이 아우러진 다양한 시위 속에서 건강하고 강한 힘이 표출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들은 현재 세종로 거리에 모여 앉아 "이명박은 물러나라", "어청수는 파면하라"는 등의 구호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
[3신 : 27일 저녁 8시 30분]
"이 나라 공권력은 사기꾼의 지팡이"
경찰이 강경대응을 공언한 가운데 일찍부터 움직임이 기민하다.
이제까지 세종로 사거리에 경찰버스를 동원해 길을 막았던 경찰은 오늘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앞에서 길을 막고 있다. 전날 일부 시민들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몰려가 왜곡 보도에 항의하며 쓰레기를 버렸는데 이런 사태를 막기위한 조치로 보인다.
저녁 8시10분 현재 서울광장에 2만명이 모여있는 가운데 자유발언이 진행되고 있다.
안양시 환경미화원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최동현(37)씨는 "오늘 오후 2시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광우병 대책위 천막을 경찰과 서울시 용역직원들이 강제 철거하는 장면을 봤다"며 "그들은 대책위 관계자들이 철거를 막자 개처럼 끌고 나가 연행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나라의 공권력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사기꾼의 지팡이"라고 규탄했다.
전날 경찰청 인권위 간사 자리에서 물러난 오창익 인권실천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한진희 서울 경찰청장이 오늘 물 대포에 최루액을 섞고 체포전담조를 구성한다고 말했다"며 "그들은 당시 독재 정권이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는 80년대의 교훈을 잊은 것 같다, 어청수 경찰청장과 한진희 서울청장은 바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사람이 구속되면 10명의 활동가가 나오고, 10명이 두들겨 맞으면 100명, 1000명이 거리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저녁 8시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경계선 앞에 몰려있던 시민 200여명을 밀어냈다.
[2신 : 27일 저녁 7시 15분]
천막 헐린 시청 앞 광장에 집결한 5천여 촛불, 계속 늘어나
27일 오후 6시 50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5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시민들은 잔디 교체 작업으로 광장의 모래바닥이 드러났지만 개의치 않고 신문지와 돗자리를 깔고 앉아 51번째 촛불문화제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수십일을 '농성'해 온 시민사회단체들도 시청 용역직원과 경찰의 천막 철거와 연행에도 다시 탁자를 세우고 시민들에게 초와 손팻말, 유인물 등을 나눠주고 있다.
서대문에서 온 조현숙(45)씨는 "어제 텔레비전을 보니, 경찰의 진압이 너무 강압적이고 독재정권을 생각나게 했는데 오늘 천막이 철거된 광장 모습을 보니 정말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조씨는 경찰이 이날 물대포에 최루액이나 형광색소를 섞어 살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과거 회귀적인 발상"이라며 "차라리 여기 나온 시민들을 다 잡아가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랑구에서 온 방 아무개(29)씨는 "어제 뉴스에 국회의원과 초등학생마저 연행됐다는 소식을 보고 오늘 처음 촛불문화제에 나왔다"고 말했다.
방씨도 "천막이 철거된 시청 앞 광장의 모습을 보니,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며 "경찰이 계속 이런 식으로 진압해 간다면 나 같이 처음 나온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미 경찰은 준비를 끝냈다. 광화문 사거리 곳곳에는 전경 차량이 주차돼 언제라도 촛불을 든 시민들의 행진을 막을 준비를 완료했고, 청와대를 향하는 길목인 자하문 터널 방향 도로에도 전경차량 4대를 이용해 차벽을 설치하고, 경복궁역 입구에는 전경 수명을 배치해 긴급 대응할 수 있도록 해놨다.
특히 <동아일보> 사옥과 <조선일보> 정문에도 전경 차량을 배치해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이날 촛불문화제의 무대가 설치된 덕수궁 대한문 앞에 2백여명의 경찰을 잠시 배치했다가 철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과잉진압 중지, 시민은 평화시위 준수 당부
국가인권위원회 28일 집회 앞두고 '대국민 긴급 호소문' 발표 |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오후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경찰에게는 과잉진압 중지를 요청하고, 시민들에게는 평화시위를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28일 서울 도심에서 열릴 예정인 촛불집회가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안전하게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이미 촛불문화제는 우리 사회의 집회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데 기여했다"며 "지난 주부터 경찰과 시위대가 잇따라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은 그 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평화적 집회문화의 성과를 송두리째 위협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수 차례 의견을 밝혔듯이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돼야 할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며 "경찰은 필요 이상의 과잉 진압으로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가인권위는 28일 집회를 앞두고 인권지킴이단을 긴급 편성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 1신 대체 : 27일 오후 5시 25분]
서울시-경찰, '촛불' 진원지 기습... 천막 강제 철거
27일 오후 3시 10분께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들이닥쳤다. 경찰은 전경버스로 서울광장을 완전히 포위했고, 전의경 1000여명을 투입해 현장을 봉쇄했다. 이어 목장갑을 낀 용역직원과 경찰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로 뜯어냈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4시 20분경 시청 앞 광장에 있던 모든 천막이 경찰과 서울시 용역직원들에 의해 깨끗이 철거됐다.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철거된 천막이 용달차에 옮겨지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철거 작전 도중 시청 광장 한 가운데를 방패로 둘러싸고 있던 1000여명의 전경과 의경들은 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철거 작전에 투입된 사람들은 서울시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 30여명이다. 또 이례적으로 현역 경찰들이 직접 목장갑을 끼고 철거 작전에 투입됐다. 경찰은 방송차를 통해 "여러분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현행범"이라며 "철거 작전을 방해하거나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할 시에는 즉각 검거조치를 하겠다"고 계속해서 경고했다.
서울 시청광장에 있던 시민 500여명은 천막 앞에 앉아 "폭력경찰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목장갑을 끼고 달려드는 건장한 체구의 용역직원들과 경찰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철거작전이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에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됐던 30여개의 천막은 모두 철거됐다. 일부 천막들은 철거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등 심하게 훼손되기도 했다.
철거 과정에서 시민들과 경찰의 심한 몸싸움이 계속됐고, 경찰은 이 모습을 촬영하던 일부 기자들의 카메라를 손으로 막기도 했다. 경찰은 철거에 저항하며 용역직원에게 물병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한 시민들을 둘러싸 가차 없이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민들의 목을 조르는 등 과격한 진압작전을 펼쳤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사람을 아주 죽이는 구나"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시청 바로 앞에 천막을 치고 앉아 있던 전국여성연대 장수경 교육위원장은 "우리 천막에는 회원 3명만이 있었고 자진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마구잡이로 끌고 가 천막을 부러뜨리기까지 했다"며 "정말 분통하다, 경찰이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동원해 개인 물건을 파손한 것은 완전 도둑질이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민주노동당 천막이 있던 자리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홍희덕 국회의원은 "참담하다, 이명박 정부의 포악한 본질이 드러난 5공식 탄압의 서막이 이번 천막 철거가 아닌가"라며 "정부는 큰 오산을 하고 있다, 성숙한 우리 시민들은 결코 과거의 독재시절 같은 공안 정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방패에 막혀 시청 앞 무대에서 철거 모습을 지켜본 부천시민 김동현(70)씨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대낮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나라가 잘못되려고 이러는 것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대통령 취임한 지 4개월 됐는데 아무런 정책대안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납득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시청 광장을 둘러싸고 있던 전경은 오후 5시경 시청 현장에서 전원 철수했다. '촛불 시민'들과 민주노총 조합원 500여명은 자신들의 천막이 강제 철거된 시청 광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시청 광장 오른편에 앉아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너희가 철거해도 우리는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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