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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성심여고 학생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경험 등을 말하고 있다.
 이유진 성심여고 학생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경험 등을 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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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춧불대행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따로 없다. 10대 여중고생들이 먼저 밝힌 '촛불'에 아고라, 미친소닷넷, 마이클럽 등 사이버 커뮤니티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의제를 내세우고 토론과 참여를 이끌면서 '촛불바다'를 이뤄나갔다.

2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세계시민기자포럼 '촛불 2008과 미디어리더십'의 제2세션 주제는 '촛불과 의제설정자로서의 커뮤니티'였다. 촛불시위 현장을 직접 취재했던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촛불소녀'를 비롯해 여러 사이버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활동 경험과 함께 그에 바탕한 의견들을 활발히 제시했다.

"사이버 커뮤니티는 민주주의 훈련장"

먼저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위원은 이날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한 하워드 라인골드의 '참여군중' 개념을 빌려 촛불시위를 설명했다. 그는 오프라인의 공동체적 요소와 사이버의 민주적인 요소가 결합된 사이버 커뮤니티의 활동이 "시민참여를 촉진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연계와 협력을 추동하는 한편 민주주의 훈련장으로서 기능함으로써 촛불시민운동의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송경재 위원은 구체적으로 ▲'촛불소녀'로 얘기되는 10대 커뮤니티 세대의 등장 ▲토론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 ▲블로그와 SMS 등을 통한 개인 간 네트워크 등의 동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특히 10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참여 세대(young smart mobs)의 등장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 세대는 "중첩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기에 단지 '2.0세대'로만 해석하는 건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그 바탕에는 ▲구체화된 이슈 및 정책에 대한 반대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체득한 민주적 시민의식 ▲기성세대에 대한 기대감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미디어 경험 등 의견을 나누고 있다.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미디어 경험 등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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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위원은 촛불시민운동의 과제와 관련 "일부 우려할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이 그런 부분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촛불시민운동을 전자참여민주주의의 진입으로 꽃을 피우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건 사이버 커뮤니티에서 촛불의 학습효과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정보 공유와 의제 형성, 그리고 시민운동의 진원지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다음으로 백성균 미친소닷넷(www.michincow.net) 운영자는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사이트를 만들 때 네티즌들이 그토록 관심을 갖고 촛불이 이렇게 계속 이어질 줄은 몰랐다"면서 "처음엔 인터넷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지만 계속 네티즌들을 만나면서 그 힘을 실감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한 '광우병 시민대책회의'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공간적으로 대비되는 개념으로만 보지 말고 시민운동 활동가들 자신이 네티즌이 돼 온라인운동이 보여준 가능성을 오프라인 시민운동의 경험과 접목할 것"을 주문했다.

수다 떨려고 가입한 커뮤니티... 촛불을 들게 하다

이어 곽민정 뷰티 카페 회원은 "지금까지 정치적 단체에 가입한 적도, 집회나 시위에 참여한 적도 없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나 보고 카페에나 가던" 자신이 어떻게 촛불을 들게 됐는지를 자신이 직접 온/오프라인에서 겪고 찍은 사진과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설명했다. 그는 "5월 24일 밤 커뮤니티에 촛불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다음날 조중동 등 신문에 그 같은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데 화가 나 현장에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들의 강경진압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들이 떠오르는 듯 잠시 목소리를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촛불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계속 지켜 강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발표를 마쳤다.

반면 "386세대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힌 백선영 마이클럽 회원은 "가정주부로 남편 흉도 보고 수다도 떨고 조언도 구하기 위해 마이클럽에 가입했는데, 광우병 얘기가 나오면서 커뮤니티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인터넷에서 어떻게 정보가 공유되고 토론이 이뤄지고 의견이 모아져 실천으로 이어지는지를 생생한 경험으로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모금운동 이후 현재 내부에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자성, 비판하면서 서로 배우고 룰을 정해나가고 있는데 그 룰의 기본은 바로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소수의견이 마녀사냥하듯이 몰리기도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소수가 또 동조세력을 얻어 다수가 되고,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대중에 의해 이뤄지는 참다운 독재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친구끼리 문자 돌려가며 집회 참가... "이렇게 많이 모일지 몰랐다"

이유진 성심여고 학생 등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경험 등을 말하고 있다.
 이유진 성심여고 학생 등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경험 등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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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2세션의 마지막 발표자는 '촛불소녀' 이유진 양(성심여고 2학년)이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교복을 입은 채 참석한 그에게 객석에서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집회에 처음 참석할 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면서 친구들과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시민발언대에 올라 발언하고, 또 경찰버스에 탄 전경들과 핸드폰으로 대화를 나눈 경험 등을 또박또박한 말투로 들려줬다.

그는 "이번 촛불집회를 여중고생들이 주도했다고 하는데 학생으로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촛불 얘기를 나눌 때 처음엔 쇠고기가 주된 이슈였는데, 요즘 들어선 정부에 관한 이야기나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등 대화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신문을 보고 내가 '좌파'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통제되고 왜곡된 전통적 언론에 기대려 하지 않는다. 신문보다는 아고라 광장, 카페 등에서 서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정보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촛불소녀'로 이날 함께 참석한 민지혜 양도 "처음 친구들끼리 문자를 돌리면서도 이렇게 많이 모일지 몰랐는데, 재협상은 아니지만 추가협상까지 올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세계시민기자포럼, #촛불, #사이버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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