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야외로 자전거 타기'를 하는 제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제자들과 함께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야외로 자전거 타기'를 하는 제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최노성 제공

관련사진보기


요즘 우리 시대는 은근히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에 관한 모임과 인터넷 동호회 활동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검색창에 ‘자전거’라고 쳐보라. 상당히 많은 동호회 카페들이 목록에 주르륵 올라오게 될 것이다.

그 중 ‘자출사’를 아는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이미 ‘자출사’는 전국적인 규모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서서히 자전거 시대가 오는가 싶다.

그런데 이 시대에 차를 두고 일부러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현대 문명에 대한 대단한 혜안이나 환경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의 몫이려니 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이 시작한 사람이 안성종합고등학교에 가면 있다.

그가 바로 안성종고 정보과 교사 최노성이다. 그가 자전거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약화된 자신의 건강을 강화시켜보려고 처음 시작한 헬스클럽은 비용도 많이 들고 체질에도 맞지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우연찮게 자전거에 눈길이 갔단다.

너무도 평범한 이유로 ‘자전거 계’에 입문한 그는 자신의 성격 탓에 대충대충 시작하지 않고, 자전거에 대해 꼼꼼하게 알아보려고 정보를 찾던 중 전국 ‘자출사’카페를 알게 되었다. 여기서 자신에게 적합한 자전거가 무엇인지 정보를 알아내는 일부터 시작했던 것. 현재 근무하고 있는 안성종고에서 자신의 집까지의 도로 사정, 지형, 거리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그 사정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은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이런 폼으로 등교길에 학교 운동장에 나타나면 학생들은 "우와 멋있어요. 선생님 짱이에요"라는 감탄사를 날려준다고 한다.
▲ 최노성 교사 이런 폼으로 등교길에 학교 운동장에 나타나면 학생들은 "우와 멋있어요. 선생님 짱이에요"라는 감탄사를 날려준다고 한다.
ⓒ 최노성 제공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첫 출발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다는 게 공식이었던가. 그렇게 시작한 자전거 첫 출근에 동료교사들은 쌍수를 들고 반대에 나섰다. 그것은 한 가지 이유, 즉 위험하다는 것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만류에 장사 없다고 마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지만, 자신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 시작한 것이니 최 교사로선 양보할 수 없는 한 판일 수밖에.

그것도 잠시. 하루 이틀 이어지는 자전거 출근에 동료 교사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더니 지금은 그의 뜻을 따라 ‘자출사’ 회원이 된 교사와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교사, 그리고 자신들도 자전거로 출퇴근 해보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교사 등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이뿐이 아니다. 자전거 복장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아침에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학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들은 말이 무엇보다 힘이 되었단다. 그 말이 바로 이렇다.

“선생님, 우와 멋져요. 짱이에요”

그 응원이 무엇보다도 힘이 되었다는 최 교사는 지금 특별활동 시간에 7명의 학생 제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야외를 나가는 상황까지 가버렸다. 건강의 이유로 시작한 자전거 타기가 이제 한 학교의 주요 이슈가 되어버린 것이다. 학생들도 교사들도 어쨌거나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를 일러 ‘자전거 전도사’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싶다.

“차도로 다니는 것보다 오히려 갓길로 다니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어요. 갓길은 길이 울퉁불퉁 불규칙하고, 여러 가지 도로의 변수도 많아 사고가 더 잘나요. 용기를 내어 찻길로 다니는 게 더 안전해요. 자전거도 차인데 찻길로 다녀야죠.”

자전거에도 속도계가 있다. 이것은 휴대용 속도계로 자전거의 회전수와 거리 등을 파악하여 자전거 속도를 알려주는 기계다.
▲ 자전거 속도계 자전거에도 속도계가 있다. 이것은 휴대용 속도계로 자전거의 회전수와 거리 등을 파악하여 자전거 속도를 알려주는 기계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갓길보다 차도가 더 안전하다는 독특한 이론을 내세울 정도로 자전거 타기 비법이 생긴 최 교사는 자전거를 타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보호 장구(헬멧) 구비를 강조한다.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차도를 주행하면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도 안전감을 느끼고 자전거가 지나가도록 배려해 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운전자는 불안감을 느껴 오히려 경적을 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에 투자하는 비용이 자연스레 많아진 것도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오후 퇴근 시간 가까이가 되면 혼자서 운동 삼아 자전거로 학교 주변을 돌면서 하루 운행량을 확인해 컴퓨터에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올 4월부터 시작한 ‘평택, 안성 자전거 터미널 http://cafe.naver.com/ajourney ’ 회원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건강 때문에 시작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그는 이젠 자기도 모르게 ‘자전거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안성종교 교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최노성교사가 보여준 미소는 참으로 해맑았다. 그는 자전거때문에 건강도 회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소통의 거리가 생겼음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 최노성 교사 안성종교 교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최노성교사가 보여준 미소는 참으로 해맑았다. 그는 자전거때문에 건강도 회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소통의 거리가 생겼음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7일 안성종합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이루어 졌다.



태그:#안성 자출사, #최노성 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