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태평로·종로 촛불집회 현장]
이날 경찰은 집회 초반부터 강경진압을 작심한 듯 시위대를 향해 진압 장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강제해산에 나서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 이곳에선 마치 전쟁터와 같은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졌다. 시위대는 경찰의 물대포와 분말 소화기, 날아오는 돌과 물병에 맞서 경찰 버스 유리창을 부수며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경찰과 밀고 밀리는 극열한 대치상황을 반복했다.
차벽 앞과 인도는 경찰이 쏜 분말소화기 가루와 살수차에서 솓아낸 물로 뒤범벅이 되어 앞을 분간 할 수 없었다. 경찰은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진압봉을 휘둘러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시위대는 도로를 가로막은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도 경찰과의 대치는 계속됐다. 시위대는 경찰의 물대포 진압에 대응해 인근에서 소방호스를 끌어와 맞짱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한편 한국수출보험공사 앞 집회 현장도 태평로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차벽 주위는 아수라장이 됐고, 시위대와 경찰간 일진일퇴의 극열한 공방전을 계속됐다.
28일 밤샘 시위를 벌이는 동안 시위대는 전경버스 차벽을 사이에 두고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 경찰에 맞서 물병·계란투척 등을 투척하며 진입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29일 새벽 0시경 밧줄로 묶은 버스를 끌어당겨 차벽의 틈새를 벌려 진입 공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부상을 입었다. 기자도 시위대가 확보한 차벽 공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동하려는 순간, 경찰이 던진 물병에 왼쪽 눈을 맞아 시민들에 의해 급히 의료봉사단에 인계되어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에야 취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곧이어 경찰은 차벽 뒤에 배치된 수백 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을 투입, 시위대가 확보한 차벽 틈새로 방패와 진압 장봉을 휘두르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의 갑작스런 강제진압에 시위대열은 일순간 흩어졌고 수많은 시민이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맞아 하나, 둘 도로위에 쓰러지고 너브러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곤봉과 방패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며 외환은행 앞까지 밀어 붙였다. 이후 민주노동당 강기갑, 천영세, 이정희 의원과 정당 관계자들이 경찰의 추가 강경진압의 진입을 막아섰고, 비로소 소강상태를 맞았다.
한 여성은 기자단에 "경찰이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남편을 이유없이 폭행, 강제로 끌고 갔다"며 "이에 항의하던 또 다른 시민도 함께 연행해 갔다"고 제보한 뒤 주인 잃고 널브러진 남편의 가방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국민대책회의는 "국민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촛불을 끝까지 들것"이라며 "금일(29일)에도, 오는 7월 5일에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정을 넘겨서도 태평로 일대에서의 경찰과 시위대간에 격렬한 대치상황은 계속 됐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자마자 전·의경 30∼40명 정도의 선두 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대와 경찰간 난투극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경찰은 이를 빌미로 수백여 명의 전경을 추가 투입, 방패와 곤봉으로 무차별적으로 가격하며 강제진압에 나섰다. 경찰이 시위대를 서울시청 광장 부근으로 밀어붙이자 시위대는 시청방향과 청계광장 그리고 상당수의 시위인원이 치열한 대치상황을 벌이고 있던 종로(종각) 쪽으로 흩어졌다. 이후 종로(종각)방향의 집회 참가인원은 다시 수만명으로 불어났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이날 촛불시위는 억수같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주최측 추산 20만여명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 결과를 두고 "이명박 정부가 아직까지 촛불민심을 재대로 읽지 못한 채 과거 5공으로 역사를 회귀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는 집회 초반부터 80년대 군사독재를 방불케 하는 강경진압 방식을 선택했다"며 "맨손의 시위대를 방패로 찍고 곤봉에 맞아 서울 도심을 피로 물들이고 말았다"고 격분했다. 또 "결국 경찰의 물리력에 수많은 시민이 부상을 입고 호송되었다"며 "결국 정부의 강경진압이 방식이 극한 시위 양상을 만든 계기가 됐다"고 정부 책임론을 내놓았다.
한편 긴급체포 영장이 발부된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집회 현장에서 "오늘 두명의 대책회의 사람이 구속됐다"며 "단 한 명의 촛불이 남아 있을 때까지 정부의 어떠한 압박(검거전담반 편성 및 체포영장)과 공안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이 승리하고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충북대책위 소속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아예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한 것 같다,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구시대적 공안탄압으로 국민을 이기려한다"며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어떠한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깨어지고 부서질지라도 반드시 국민의 승리를 쟁취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광화문, 태평로, 종로(종각) 집회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