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낮12시]
한국과 미국간 외교라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7월 방한 무산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던 백악관이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의 8월 방한 계획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백악관은 1일 오후(미국 현지시각)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5~6일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열리는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길에 한국에 들른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답방인 셈이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은 9일부터 일본 도야코에서 열리는 G8정상회의에서 이뤄질 한·미 정상회동과 관련 "다음달 5~6일로 확정된 방한 일정의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will be an opportunity to lay the groundwork for the visit)"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방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통해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8월 방한 소식이 이날 로이터통신에서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가장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졌다는 것. 통상 정상회담 일정은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거나 시차 등으로 동시발표가 어려울 때에는 초청하는 측이 먼저 발표한다. 따라서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최소한 초청 측인 한국이 먼저 발표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지난번 부시의 답방 무산 때처럼 대변인의 공식 발표에 앞서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방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잇따라 '외교적 무례'를 범하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무례한 백악관도 문제지만, 잇따라 물을 먹고 있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자세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확정 안됐다"더니... "미측 유감 표명 수용"
특히 부시 대통령의 방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 보여준 청와대의 대처도 구설수에 올랐다.
청와대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부시 대통령 방한 사실이 알려지자, 2일 오전 7시경(한국시간) 'e-춘추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는 방안에 대해 한·미 두나라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측에서 발표한 내용이 외신에 보도가 됐고, 또 2일 새벽 5시경(한국시간)에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데니스 와일더 선임 보좌관의 발언이 명확하게 게재돼 있었다. 그럼에도 뒤늦게 나온 청와대의 해명은 "방한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e-춘추관'에 올린 보도자료를 삭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흘러나온 내용에 대해 우선 파악이 되어야 알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저희도 (백악관) 홈페이지에 뜬 것을 보고 확인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측의 부시 방한 일정 발표와 관련) '매끄럽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저도 잘 됐다고 생각 안 한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측에서 유감을 표명해왔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이 어떤 내용으로 유감 표명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표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함구, 오히려 미국측의 '외교적 결례'를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실제 이 관계자는 "양국관계에 대단한 결례가 되든가, 양국관계에 지장을 주는 것이라면 저라도 나서서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문제를 안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니까, 한국과 미국 관계가 어떻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오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방한 일정에 대해 협의를 했고, 물론 매끄럽지 않은 처리는 유감스럽지만, 외교적인 큰 결례라고 할 수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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