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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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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기 '좌파 적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모처럼 촛불과의 소통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이번에도 역시 불발탄이다. 그는 또 한 언론사를 위로 방문했으나, 공교롭게도 '촛불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조선일보>다.

언론 정책의 주무장관인 유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사적'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이는 장관의 본분마저 망각한 말이다. '불통 대통령'에 '불통 장관', 대체 이를 어찌할 것인가.

유 장관은 지난달 27일 저녁 조선일보를 방문, 촛불집회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향> 보도에 따르면 "유 장관은 전날 밤과 그날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봉변을 당한 조선일보를 비공식 방문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언론사 규탄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유 장관은 <동아>도 방문하려고 했지만, 회장이 해외 출장중이어서 다음으로 미뤘다고 한다.

광우병 사건으로 곤욕 치르는 언론이 <조선>뿐인가

하지만 광우병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언론사가 비단 <조선>뿐인가. <조선> <동아>는 촛불 시민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지만, KBS, MBC는 극우단체들의 가스통 협박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극우단체들은 그 앞에서 각목으로 촛불 시민들을 두드려패는 등 '백색테러'까지 자행했다.

두 방송사를 방문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언론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장관은 공평무사해야 한다. 그런데도 특정 언론사만을 위로 방문했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 네티즌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안티 조중동' 운동에 대해 장관이 대신 사과하고 위로 방문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특히 <조선>은 네티즌과 '촛불 시민'들로부터 '정권의 전위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유 장관의 행동은 속 보이는 처신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조선>은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서 전경의 방패와 곤봉에 두드려 맞은 시민들을 폭도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 그게 국민의 녹을 먹는 공복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유 장관의 '불통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유 장관은 긴급체포영장이 떨어져 경찰이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향해 '대화'를 제의했다. 경찰이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듯 담장을 넘고 드릴로 문을 뚫어가면서 대책회의 상황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던 날 던진 돌출 발언이다.

 지난달 13일 저녁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LPG가스통을 묶은 승합차를 앞세우고 간간히 가스를 틀어대며 여의도 KBS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저녁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LPG가스통을 묶은 승합차를 앞세우고 간간히 가스를 틀어대며 여의도 KBS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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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의 기본을 되돌아보길

말은 맞는 말이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행동으로는 강경한 폭압을 자행하면서 입으로 '소통'을 운운한다는 것은 소통의 기본을 모르는 말이다. 설령 순수한 마음에서 대화를 제의했다고 해도 대책회의 입장에서는 '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여전히 검거령이 내려진 상태다. 자택까지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되겠는가? 소도 웃을 일이다.

유 장관은 또 지난 29일 5개 장관과 대국민담화를 통해 "과격 촛불 시위에 최루액을 살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유 장관이 그 직전까지 광화문의 시위대가 폭우 속에 지새운 악몽같은 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런 담화문은 발표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위대는 28일 밤부터 폭우 속에서 물대포를 맞았고, 방패와 곤봉에 찍혔다. 심지어 전경은 '비폭력'을 외치면서 도로에 누운 100여명의 시민들을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유 장관은 살인적인 경찰폭력으로 부상당한 '촛불'에게 최루액까지 살포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 그의 '불통' 전력은 취임초기 '좌파적출'의 선봉에 서면서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유혈 쿠데타로 잡은 정권도 아닌데 이명박 코드에 안맞는 인사는 모두 제거하겠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일방적인 소통만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5개부처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4브리핑룸에서 "폭력시위 엄정 사법처리"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참석했다.
 5개부처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4브리핑룸에서 "폭력시위 엄정 사법처리"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참석했다.
ⓒ 연합뉴스 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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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인촌과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은 다양한 코드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서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그 누구보다 요구되는 자리이다. 그리고 '좌파 적출' 등 반칙이 아니라 페어플레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유 장관이 진심으로 대책회의와 소통할 의향이 있다면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대책회의와 촛불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당장 멈추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화의 전제이자 소통의 전제이다. 

마지막으로 유 장관이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KBS <역사스페셜>의 진행자 시절에 그가 남긴 '명언'을 다시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3.15 부정선거 이후 유혈사태까지 빚으면서 계속해서 선거무효와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은 시종일관 이 데모 사태에 대해 민주당과 공산당이 배후조종해서 발생한 것으로 그 문제를 호도시켜나갔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은 권력욕에 사로잡혀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히려 힘으로 누르려고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끝내,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유당 정권은 최후를 맞이했던 것입니다. 만약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정으로 받아들였다면 자유당 정권의 말로는 분명 달라졌을 것입니다."(2003년 4월 19일 방영된 '3.15에서 4.19까지 자유당 최후의 국무회의 비록'의 마무리 멘트)

당시 유 장관은 방송작가가 건네준 대본을 읽었겠지만, 지금은 배우가 아닌 장관이다. 수년이 지난 뒤 제2의 역사스페셜은 지금의 유 장관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배우 유인촌이 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장관 유인촌은 뼈 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


#촛불#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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