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가 두 달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968명의 시민이 연행되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찰이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원천봉쇄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 단체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대책위는 정부의 과도한 공권력 투입 등 무력화 시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5일을 '100만 국민 승리의 날'로 선포해 촛불을 둘러싼 갈등이 가속화 되고 있다. 4일 새벽 0시 10분에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는 두 달 넘게 진행되어온 촛불 집회를 그만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해야 할지를 두고 패널들 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촛불, 변질됐나?촛불 집회는 불법화, 폭력화. 합법적인 정권 퇴진까지 외쳐 확실히 변질. -장윤석 한나라당 국회의원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정부가 촛불집회를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장윤석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촛불집회에서 정권퇴진 구호와 쇠고기 문제가 아닌 다른 정책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초기의 순수성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로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불법 양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촛불 집회는 확실히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는 초기부터 집회 성격을 문제 삼았다"며, 정부는 마치 촛불 집회의 변질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되받아 쳤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5대 과제 등으로 토론이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여전히 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것은 쇠고기 재협상 문제"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의 변질 논란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었다. 패널들은 충돌의 원인 제공을 누가 먼저 했는가로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장 의원은 경찰의 진압이 강경 진압이 아니라면서, 경찰의 진압은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으로 설치한 전경 버스를 끌어내고 청와대로 가려고 했기에 경찰이 시민보호와 질서 유지를 위해 취할 수밖에 없던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파괴하거나 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과잉 진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쇠파이프를 들고 시위대에 돌진하고, 소화기를 던지고, 방패로 가격하고, 여성 한 명을 전경 여러명이 둘러싸고 구타했다. 이러한 장면에 대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리라고 보나?"라고 반문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모임'의 이헌 사무총장은 "시위대, 경찰 그리고 가운데에서 바라보는 것이 시각이 다 다르다. 누가 먼저 자극하고 도발했느냐는 무의미"하다며 경찰 진압 과정의 문제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을 끄는 조건은?"들으면 들을수록 국회가 열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재협상은 또 다른 혼란의 시작"-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만일 촛불을 꺼야 한다면 그 조건은 무엇이며 시기는 언제가 되어야 하는지 그 조건과 시기에 대한 의견은 촛불집회 찬성쪽에서조차 갈렸다.
김 사무처장은 "정부가 재협상만 하면 당장이라도 촛불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계쪽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우윤근 통합 민주당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내놓을 수 있는 조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제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재협상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재협상이 시작되면 오히려 또 다른 혼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떤 협상이 되든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또다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이다.
야당이 가축전전염병예방법 제정을 조건으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장 의원은 "일단 등원 뒤에 논의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법 제정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차원에서 '쇠고기 특위'를 만들어 야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들의 의견을 듣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사무처장은 "(여당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국회가 열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 여당으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종교계의 촛불집회 참여 바람직한가?한편, 최근 종교계가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헌 사무총장과 시민논객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시민논객 이윤수(대학생)씨는 이헌 사무총장이 현행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들며 종교계가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정교 분리는 종교와 권력의 결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무총장이 정교분리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신앙인도 국민이고, 우리 역사에서도 민주화 시대에 종교인들이 참여했고 승병도 있었다. 하지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서는 시각의 문제인데 다소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윤수씨는 "그렇다면 왜 한나라당이 사학법 투쟁시 박근혜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언급도 비판도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자, 이 사무총장은 "그때는 내게 인터뷰 요청도 없었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촛불시위에 대한 양측의 의견 차이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촛불을 꺼야하는지 아니면 계속 밝혀야 하는지가 아니라 대부분 촛불을 드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공방만 오갔다. 두 달. 그동안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이 장기화 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촛불을 든 수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 촛불을 꺼야 하는지, 만일 촛불을 꺼야 한다면 지금까지 모인 국민의 목소리를 촛불이 아닌 방법으로 어떻게 반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간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