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이 아들 세종대왕의 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넷에서 누리꾼과 함께 놀았던 이방원, 책이 되어 네티즌과 함께 음악을 만나다'는 이름을 붙인 <이방원전> 출판기념회에서다.
저자 이정근이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태종 이방원'을 책으로 묶어 낸 것을 축하하며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여느 출판기념회와는 성격을 달리했다. 다분히 딱딱하기만 했던 출판기념회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버린 것.
이날의 주인공 저자 이정근은 희끗희끗한 머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긋한 나이의 멋진 풍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는 이날 인터넷에서 '삿가스(sagas)'라는 아이디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듯 학연과 지연, 혈연을 벗어던지고 인터넷에서 맺은 다양한 인맥을 선보였다.
<오마이뉴스>에서 인연을 맺었던 독자들을 비롯해 각종 카페에서 연을 튼 동호회원들,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참석해 열창을 해 준 여러 가수들에 이르기까지 참석자들의 면면은 나이를 잊은 저자의 열정과 패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줬다.
축사, 축사, 축사 이어 작가의 인사말 그리고 또 다시 지루하게 이어지는 작품 이야기 등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이날의 기념회는, 마치 태종 이방원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며 백성들을 첫 손가락에 꼽는 정치를 펼친 것과 흡사했다. 더욱이 출판업을 운영하며 몇 차례 출판기념회를 진행해 봤던 나는 감탄에 감탄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가수 김범룡씨는 노래를 한 곡 마친 후 "앞서 이 자리에서 노래를 한 가수들이 존경스럽다"며 노래 부르기 힘든 장소에 대해 우스개를 던져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마이크와 스피커, 소리가 울리는 공간 등이 전문 가수들에게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수들은 무료봉사답게 모두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저자 이정근은 "프로가 아닌, 살아있는 날 것의 느낌이 생생하게 나는 아마추어를 지향한 출판 음악기념회"라고 고백했다.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는 출판기념회도 즐거울 수 있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이런 출판기념회를 기획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근 저자처럼 인맥을 자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출판, 음악기념회 모습을 담은 사진 몇 장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