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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오늘 고등어는 없어요.”
“오늘 다 떨어졌네.”
“에이, 고등어 반찬 맛있는데.”
“미안. 다음엔 갖다 놓을게요.”

청년 손님 4명이 ‘영동아줌마’에게 자신의 엄마에게 반찬 더 갖다 달라는 듯 이야기 했다가 퇴짜 맞는 장면이다.

박정남 대표 '영동아줌마'의 김치찌개 역사 만큼이나 머리도 벌써 희끗희끗하다.
박정남 대표'영동아줌마'의 김치찌개 역사 만큼이나 머리도 벌써 희끗희끗하다. ⓒ 송상호


아참, 그런데 ‘영동아줌마’라니. 이 식당 이름이 ‘영동 식당’이다. 이유는? 영동(안성시내)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영동식당’이다. 손님들 찾기 쉽고 편안한 느낌 든다고 주위에서 권유해준 이름이다. 물론 그 ‘영동식당’에서 밥 파니까 ‘영동아줌마’다.

주 메뉴는 김치찌개. 일반 김치찌개와는 그 질이 다르다. 맛이 깊다. 먹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평이다. 물론 생태찌개와 삼계탕도 하지만, 영동식당 하면 그래도 ‘김치찌개’라는 것은 안성 사람들 중 아는 사람들은 안다. 김치찌개를 고집하는 것은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집에서 늘 잘 하던 것을 했을 뿐이고, 딱히 같이 조리할 사람도 없으니 혼자 바빠서 다른 메뉴는 엄두도 못 낸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김치찌개 4년이면 이제 전문가 수준. 갈비뼈나 등뼈 육수에 김치를 푹 삶아 우려내면 그런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은 ‘영동아줌마’만의 노하우다. 그래서 이번에 식당을 약간 수리하면서 간판에 아예 ‘김치찌개 전문점’이라고 부제목도 붙였다. 그렇다고 뭐 달라진 건 전혀 없다. 단지 간판 글자 숫자가 7자 늘었다는 것 뿐.

‘영동 아줌마’는 이렇게 바깥으로 돈 벌러 다닌 지 올해로 10년 차다. 그동안 대형마트 생선코너, 식품회사 식당 등을 거쳐 4년 전에 이 자리에다가 영동식당을 내었다. 노는 날은 1년에 딱 두 번. 설 명절과 추석 명절이다. 그렇게 아이들 모두 공부시키고 이제는 자녀 세 명 모두가 20대 초반. 시쳇말로 ‘다 키웠다’. ‘영동아줌마’, 알고 보니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장한 어머니였다.

그래도 그녀의 목소리는 경쾌하다. 영동식당에 전화 한 번 해보라. ‘영동 아줌마’의 “네. 영동식당입니다”라는 경쾌한 목소리가 반겨 줄 테니까. 인심도 푸짐하다. 항상 ‘공기 밥’ 추가는 공짜다. 원하면 커피도 공짜. ‘영동 아줌마’의 식당 경영 이념은 이렇다.

“오신 손님은 항시 편안하게”
김치찌개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느라 다른 메뉴는 엄두도 못낸다.
김치찌개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느라 다른 메뉴는 엄두도 못낸다. ⓒ 출처 : 다음


처녀 시절부터 원래 조용한 성격이라 이런 일 할 거라고 꿈도 못 꿨다는 ‘영동아줌마’. 이 일하면서 제일 많이 달라진 것은 사람 상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다는 것.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손님 때문에 위로 받는 일은 다반사. 덕분에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만큼 알게 된 것도 이득이라면 이득이라고.

오늘도 ‘영동 아줌마’는 그녀의 진한 사연 가득 담아 김치찌개로 푹 우려내느라 여념이 없다. 이것 팔아야 자녀들 결혼 할 때까지 또 버텨 낼 것이라면서.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5일 영동식당(031- 676-8948)에서 박정남 대표와 이루어졌다.



#안성 영동 식당#김정남#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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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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