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도시 청주가 오래간만에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몰려든 태권도인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7월 1일부터 4일까지 전 세계 3000여명의 태권도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주 실내체육관에서는 제10회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가 열렸다.
특히, 이번 문화축제는 지난 아홉 번의 행사와는 달리 태권도의 양대 산맥인 세계 태권도연맹(WTF)와 국제 태권도연맹(ITF)이 최초로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날 만큼은 다섯살배기 어린아이도, 머리가 하얗게 쇤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이와 성별, 국가에 관계없이 한 자리에 모인 동호인들은 ‘태권도’라는 하나의 무도로 엮어진 태권도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WTF와 ITF의 구분을 떠나서 태권도를 하는 무도인으로서 이들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할머니 태권단 시범, 노익장 과시
제10회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의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4일 축제 현장을 찾았다. 조금 늦게 도착한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전 시합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할머니 태권단의 시범이 있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이 흘러나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짐과 동시에 30여명의 할머니 시범단이 줄을 맞춰 무대로 힘차게 뛰어 나왔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힘찬 기합소리를 넣어가며 할머니 시범단의 태권무(跆拳舞)가 시작되었다. 음악에 맞춰 절도있는 동작으로 시범을 보이는 할머니들은 그 자리에서는 더 이상 할머니가 아닌 자랑스런 태권인이었다.
어느덧 음악소리가 멈추고 할머니 시범단을 이끄는 사범의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송판 격파 준비!”
사범의 지시가 떨어지자 할머니 시범단은 일사분란하게 격파대형을 갖추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격파 시작!”
격파 지시가 떨어지자 할머니 시범단은 발로, 주먹으로 돌려차기, 날아차기, 정권 격파 등 다양한 격파를 선보였다. 모든 격파가 끝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힘찬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이날 할머니 태권단의 시범은 태권도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축제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있는 시범이 되었다.
WTF와 ITF! 무엇이 다를까
할머니 시범단의 시범이 끝나자 다시 경기장에서는 체급별 시합이 시작되었다. 관중석에서 시합을 관람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선수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있는데 시합이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경기장 옆에 있던 나머지 하나의 경기장에서 또 다른 경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낯선 광경에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바로 그 경기장으로 향했다. 도복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태권도복과도 다르고, 착용하는 장비며, 등장해서 인사하는 방법, 판정을 내리는 방법까지 비슷한 게 한 구석도 없었다.
먼저 외형상 비교해봐도 WTF와 ITF는 다른 점이 많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도복과는 달리 ITF 도복은 마치 가라데 도복처럼 검은 테두리를 하고 있다.
도복은 그렇다치더라도 등장법과 인사법을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ITF 태권도가 북한에서 태동해서 그런지 시합을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북한군인들이 퍼레이드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발을 곧게 펴고 양손을 옆으로 휘저으며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인사법 또한 그냥 가볍게 목례만 하는 일반 태권도의 인사와는 달리 ITF는 양손을 줄넘기하듯 벌린 상태에서 목례를 한다.
WTF와 ITF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바로 ‘품세’와 ‘틀’을 들 수 있다. WTF에서는 태극, 고려, 금강, 태백 등의 품세가 있는 반면 ITF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틀’이라고 부른다. ITF 도장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ITF에는 30개의 틀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틀을 하면서도 선수들은 입에서 “휘~휘~”하는 바람소리를 내며 틀을 완성한다.
또한, 겨루기에 있어서도 WTF와 ITF는 착용하는 장비와 시합 방식이 다르다. WTF는 헤드기어, 호구 등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는 반면, ITF는 특별한 보호장구없이 손에는 권투글러브를, 발에도 장구를 착용하고 시합에 들어간다. 판정방식도 WTF가 점수제로 하는 반면 ITF는 경기장에 배치되어 있는 4심의 점수를 주심이 종합해 심판관에게 제출하면 점수를 집계해 판정을 내리게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언뜻 비교해봐도 WTF와 ITF는 다른 점이 매우 많았다.
ITF의 한 관계자는 “태권도라는 같은 뿌리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WTF와 ITF가 너무 다른 점이 많다.”며 “두 갈래로 갈라져 지내온 세월만큼 지나야 WTF와 ITF가 통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이 쉽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세계에서 몰려든 3000여 태권도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한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가 막을 내렸다. 5일과 6일에는 충청대학 야외 특설링에서 제10회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의 특별 이벤트로 국내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스피릿MC와 국제태권도연맹(ITF)가 '스피릿MC 스페셜 배틀'에서 격돌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이벤트와 체계적인 축제 준비를 통해 매년 개최되는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가 앞으로도 꾸준히 개최돼 태권도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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