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하나님!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주께서 지으신 세계는 생명과 평화가 가득 찬 땅이었건만, 우리는 교만과 편리만을 쫓는 욕심으로 창조의 세계를 파괴하고 만물이 신음하는 불법과 불의의 지경을 만들었습니다. 저희의 죄를 회개하오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희를 하나님의 생명과 평화의 구원을 선포하고, 아름다운 창조질서를 보전하며, 새 하늘 새 땅을 일구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세워 주소서…." (예배 중 다함께 기도했던 '참회의 고백' 중에서)
지난 6월24일, 월평공원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가 '서남부 개발 2, 3단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월평공원 관통도로 개설을 유보해 달라'며 시작한 단식농성이 5일로 12일째를 맞았다.
월평공원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대표 조세종)는 지난해 3월초부터 월평공원 갑천지키기 행사를 꾸준히 벌여왔다. 주민들은 갑천의 생태경관 보전과 대체습지 조성, 서남부권 개발규모 축소와 월평공원 관통도로 백지화 등을 위해 토론회를 벌이기도 했고 릴레이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월평공원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생명들과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단식농성으로 이어진 것.
지난 5일 오후 6시. 대전시청 북문 앞 인도에 위치한 단식농성장에서는 '생명과 평화, 창조질서보전 예배'가 시작되었다. 김완수(사랑의 교회)목사의 인도로 진행된 김규복(빈들 교회)목사의 '말씀' 선포는 비단 환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현대인은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에 우리는 채무자 입니다. 미래세대의 빚진 채무자로 현대인은 모두 '죄인' 입니다. 그 채무자를 벗어나기 위해서 욕심을 버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의 가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좀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규복 목사는 "기독교인들부터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며 "온갖 국토를 망가뜨리고 사람들의 마음 까지도 헤집어 놓는 것 같아서, 이명박 정원의 5년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천막 안에는 옷가지와 수건 등이 널려 있었고 후텁지근한 날씨에 사람들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땀 냄새가 났다. 단식중인 조세종씨는 '이 어려운 일들이 지혜롭게 넘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험 끝나고 왔어요!
월평공원 지키기 예배가 끝난 저녁 7시,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는 미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기말시험을 끝낸 초·중·고 학생들과 직장인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엄마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옆 사람의 초에 불을 붙여주기도 했다.
"때리면 맞겠다 촛불은 계속된다!"
"어린이도 국민이다 재협상을 실시하라!"
'광우병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며 이어 터져 나오는 구호가 다양해졌다. 애국가 곡조에 '민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 하세~'라는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불렀는데, 이는 '민영화'가 자주 거론되는 분위기를 반영한 듯했다.
"오늘 시험이 끝났어요. 저는 친구들과 주말마다 나왔어요. 저희 청소년들도 예비시민이 아니라 시민입니다. 제가 80년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방패를 찍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발언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여학생은 "청소년을 무시하는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영상을 통해 대한민국 촛불소녀가 청와대에 전달하지 못한 편지를 낭독할 땐 시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듯했다.
두 살배기 엄마이며 월평동에 살고 있다는 한 여성은 "무대에 올라오니 여러분들의 촛불이 너무 예쁘네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미용실에 갔더니 사람들이 이제 촛불시위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라고 말하는 거에요. 촛불세력의 배후라는 말을 하는데 그 배후가 누구겠어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에요. 저도 아이 때문에 나왔어요. 이렇게 까지 하는데 왜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나요? 이명박이 귓구멍이 뚫릴 때까지 열심히 모였으면 좋겠어요."
아기엄마는 조중동 신문에 광고 실은 제품을 불매하자는 말을 덧붙이며 불매운동 카페를 소개하기도 했다.
마당극단 '좋다'는 최근 민영화로 거론되고 있는 전기와 수도, 의료보험 이야기를 엮어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은 남녀노소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교육이 되었다. 연극을 보면서 웃었지만 정말 전기와 수도, 의료보험 민영화가 현실이 된다면 그때도 이렇게 웃을지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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