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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딕'의 모습 놀라운 변신을 함축하려는 듯 꺼꾸로 보이는 간판이 이채롭다.
'다스 딕'의 모습놀라운 변신을 함축하려는 듯 꺼꾸로 보이는 간판이 이채롭다. ⓒ 이종민

촌락(村落)은 신(神)이 만들고 도시는 인간이 만든다. 자연의 위력을 강조하는 말로 새길 수도 있고 사람들의 열정과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비유로 치부할 수도 있다.

도시는 건물과 길(거리)로 구성된다. 그것을 통해 그곳 주민들의 삶의 철학이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어지간한 노력도 자연의 무한한 변통수용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농촌마을과 다른 면이 분명 도시에는 있다. 그만큼 도시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 된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에슬링겐이라는, 울림이 좋은 도시로 향하는 동안 안내를 맡은 유학생(실제로는 관광가이드가 본업이고 유학생활이 부업인) 안내자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오래 된 건물을 개조하여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에스링겐만의 일이 아니며 그 예가 대표적인 것도 아니란다.

운영책임자 부부 '다스 딕'의 기획하고 현재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변호사 부부
운영책임자 부부'다스 딕'의 기획하고 현재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변호사 부부 ⓒ 이종민

다스 딕의 옛 모습 개보수작업이 시작될 때 다스 딕의 모습
다스 딕의 옛 모습개보수작업이 시작될 때 다스 딕의 모습 ⓒ 이종민

전쟁터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미사일기지가 야외건축전시공원으로 탈바꿈한 노이스 지역의 예나, 친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광산이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거듭난 루루공업지대의 예 등, 말 그대로 환골탈퇴(換骨脫退)의 사례들이 독일의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에스링겐의 안내와 통역은 다른 의과대유학생이 맡아 하게 되었는데, 굳이 이 도시를 고집하며 자신을 소외시킨 것이 못내 섭섭했던 것이다).

다스 딕(Das Dick). 한때 철물공장이었던 것이 복합문화레저시설로 거듭나 일약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곳.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슈투트가르트의 소규모 배후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일거에 문화예술도시의 그것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곳에 도착하여 갖게 된 첫 느낌은, 안내 학생의 불만과 관계없이, ‘이 정도로 견고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라면 누구나 부수지 말고 리모델링하여 활용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다!’였다. 애초부터 예술문화회관쯤으로 기획된 것이라 해도 곧이들을 정도로 수려하고 튼튼했다.

굴뚝 다스 딕 홍보를 맡고 있는 옛 굴뚝의 모습
굴뚝다스 딕 홍보를 맡고 있는 옛 굴뚝의 모습 ⓒ 이종민

카페 건물 사이의 반노천 카페 - 자연광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카페건물 사이의 반노천 카페 - 자연광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이종민

유럽 명품도시연수여행을 떠나면서 다짐했던, ‘그 배후의 역사와 철학에 주목하자!’를 되뇔 수밖에 없었다. 하여 무턱대고, 어서 들은 풍월로, ‘옛 건물 개보수하자!’ 전문가 흉내 내는 일, 삼가야 하지 않을까, 객쩍은 생각을 곁다리로 해보게 되었다! (얘기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 있는 것은, 전주한옥마을에 대해 무슨 전문가라도 되는 양 ‘우리들은 너무 쉽게 옛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데 열심이다!’라며 조언이랍시고 해대는 발언들 때문일 수 있다. 그 모습이, 명절날 잠깐 손님처럼 왔다가는 주제에 평소 부모 모시고 사느라 갖가지 궂은 일 마다하지 않는 형제에게 왈가왈부 훈수를 해대는 꼴을 닮았다. 개보수도 할만한 것을 해야지 금방 쓰러지거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아니면 보전할 가치가 없는 것까지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가? 구체적 상황에 대한 엄정한 진단을 전제로 충고도 해주어야지 외국의 예나 들먹이며 원론적 얘기만 해대는 것은 참으로 성가신 일이다!)

그곳에서 만난 변호사 부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계획 추진해왔으며 지금도 총괄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이 분들의 온화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끼와 열정. 이런 진정성이 없었다면 아무리 견고하고 수려한 것이라 해도 이미 흉물로 전락해버린 공장건물을 문화예술 본거지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예상한대로 이 거듭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장주의 입장에서 볼 때 산업구조의 변화와 공장 자체의 노후화로 현대화가 시급한 입장이었지만 오래된 건축물이라 문화재로 지정되어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의 입장에서도 건축 문화재로 지정은 했지만 도시흉물로 변해가는 것을 막을 방도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런 공장주와 시 당국의 고민을 함께 하며 획기적인 기획안을 제안한 것이 앞서 소개한 변호사 부부를 비롯한 시민전문가. 공장주와 시가 예산을 부담하고 전문가집단이 아이디어와 열정을 보태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숱한 시민공청회와 토론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결과는 간단해 보이지만 과정은 복잡하고 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다스 딕’이라 크게 써있는 옛 철물공장시절의 높다란 굴뚝은 이 ‘종합문화발전소’의 상징물이 되어 멀리서부터 내방객을 반기고 있다. 건물의 외부 형태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식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어 새롭게 다시 태어난 내부 공간은 편리함으로 무장되어 있지만 곳곳에 옛 추억을 자극하는 흔적들도 남아있다.

'다스 딕' 전경 철물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다스 딕'의 모습
'다스 딕' 전경철물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다스 딕'의 모습 ⓒ 이종민

이곳에는 세계 각 민족의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식당을 비롯하여 옛 향수를 자극하는 주점과 디스코텍, 최신 음향시설을 갖춘 극장 등 48개의 다양한 업소가 현재 입주해 있다. 직접 입고 다이빙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이빙 용품 판매점도 있고 문화기획 및 디자인 전문업체들도 이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인구 9만 도시에 주말 오후가 되면 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찾는다니 그럴 만도 하겠다 하면서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생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한가롭게 에슬링겐 주민 흉내를 내려는데 안내를 맡은 사람이 급히 부른다. 보여줄 곳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극장에서 최신 써라운드 시스템의 웅장한, 몸 떨리는, 음향을 몸소 체험케 하고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이 와인 바. 이곳은 굴뚝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게 재구성하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딘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주점 분위기가 풍기는 이곳에서 우리는 에슬링겐과 전주의 문화 발전을 기원하며 고풍스런 건배를 했다.

그런데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온 변호사부부는 급히 우리 일행을 건물 뒤쪽으로 안내를 했다. 한참을 걷더니 사진 찍는 시늉을 해 보인다. 건물 전체를 한 컷으로 잡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친절이 아니라 자랑이다. 그래도 좋아 보이기만 하다. 자신들이 가꾸어온 공간에 대한 무한 애정과 자부심. 그것이 바로 이런 거듭남의 밑거름이었음을 무겁게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독일, 독일인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추스르며 우리는 비 내리는 스위스로 향했다.


#명품도시#다스 딕#에슬링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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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가 살아숨쉬는 곳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마이유스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살기좋은 전주의 모습을 홍보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제가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는 음악편지도 연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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