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의 이유 있는 외침을 듣고도 뜻을 함께하지 못하고 참석하지 못해 늘 미안함과 아쉬움 그리고 허전한 마음뿐이었다. 그저 <오마이뉴스> 생중계와 기사, <경향>, <한겨레> 등 언론을 통해 현지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접하면서, 때론 가슴을 쥐어뜯는 분노를 홀로 느껴야한 했고, 국민의 외침과 몸부림에 감동하며 눈시울을 적시며 마음이나마 같이 해왔다.
그런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0705! '국민 승리의 선언을 위한 문화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날은 꼭 가리라 다짐을 했다.
지난 5일(토)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작정한 날이어서 모든 계획을 취소했고, 오늘만큼은 꼭 간다,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국민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이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현장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즐기며, 감동을 느끼고 오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며 0705! '국민 승리의 선언을 위한 문화제' 서울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좀 오다가 그친다고 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굵은 빗줄기가 쉼 없이 내린다.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을 묶어놓았다.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다급한데 내리는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 그때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빗속을 뛰어간다. 결국 옷이 다 젖은 후에야 시청행 전철 표를 손에 질 수 있었다.
1시간 30여 분 전철을 타고 시청에 도착을 했다. 전철에서 내려 광장으로 나가기 위해 출구를 찾아 나갔다. 출구 쪽에 가까워지자 유인물을 든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하며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제 다 왔구나…."
[작년 대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한 측근은 “집권하면 MBC를 민영화시키겠다”고 발언했습니다. 2008년 7월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검찰과 정부가 노리고 있는 것은 “PD수첩” 죽이기 “MBC민영화” “방송장악” 일 것입니다... 그들의 광기가 두렵습니다...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유인물을 받아들고 서울광장으로 나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서울광장에 나가니 행사에 참석한 단체들이 우비를 팔고 있었다. 단체에 도움도 줄 겸해서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 들어있는 우비를 구입했다.
우비를 걸치고 서울광장을 구석구석 돌아봤다. 서울광장에는 아기를 동반한 가족,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 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많은 시민들이 비가 오는 굳은 날씨에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힘들고, 짜증 날만도 한데 저마다 얼굴엔 밝은 웃음이 넘치고 있다. 광장 주변으로는 각 단체 천막과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나온 언론사 및 방송 차량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오후 3시 서울광장 한쪽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국대표자회의가 진행되었다. 각계 대표자들이 참석한 회의인 만큼 언론사의 취재도 치열했고, 참석한 대표자 및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회의를 지켜보았다.
전국대표자회의 평화실천행동단 제안서 |
다음은 전국대표자회의 평화실천행동단 제안서 일부내용이다.
촛불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촛불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이며, 정의, 진실, 국민의 힘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배후설을 운운하며 촛불을 호도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국민의 목소리에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촛불을 어떻게 해서든 끄려고 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폭력에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짓밟히고, 쓰러져 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찰 폭력 만행 이후에는 어김없이 더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이를 저지해 왔습니다. 촛불을 폭력 탄압으로 끌 수 없다는 반증이고 촛불을 지키고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국민적 의지입니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발맞추어 저희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참여 단체 대표자들과 회원들로 구성되는 평화실천행동단 구성을 제한합니다.... 중간생략. 국민들이 만들어온 촛불을 확대하고 이어가는데 작은 힘을 보태 나가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2008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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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제해산과 폭력 가운데서도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것은 비폭력의 힘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 할 수 있는 힘으로서 오늘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문화제'에서도 비폭력평화행동단을 재현하자고 촉구했다. 또한 방송장악에 대한 문제, 언론탄압에 대한 문제, 경찰의 폭력 등에 관하여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폭력과 평화를 이끌어 가기위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 “어청수를 파면하라! 최시중을 파면하라! 이명박을 규탄한다!”를 외치며 규탄했다.
오늘 ‘7.5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문화제'를 평화적 축제로 만들어 가고 비폭력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돋보인 회의였다.
'조중동' 광고 중단에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삼양라면,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조·중·동 광고를 중단한 삼양라면을 도와주자”며 성 쌓기를 고안했다고 한다.
지난 6월 26일 연행되었던 안진걸 광우병 대책회의 조직팀장과 윤희숙 한청 부의장이 구속되었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불법 촛불집회에서 청와대 방향 진출 및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하자고 선동한 혐의”가 있다며 구속사유를 밝혔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구속과 폭력으로 지금의 촛불이 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고시철회” 전면재협상 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청년들은 국민들과 함께 우리의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촛불을 밝힐 것이라 밝히며, 안진걸, 윤희숙을 석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행사를 앞두고 전대협 학생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앞길에는 전경차가 가로막고 있다. 전대협은 경찰장벽을 우회해 평화적인 행진을 계속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충돌에 대비해 194개 중대, 2만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었다.
전대협 학생들과 시민이 경찰장벽을 통과하면서 같이 반대집회 현장을 통과 하다가 반대집회 측 사람들과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과 몸싸움이 일어날 뻔 한 순간이다. 다행이 시민들이 말려 몸싸움으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과격불법 촛불 시위반대 시민연대는 5일 오후 6시부터 촛불시위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반대집회에는 자유북한방송과 북한인권단체인 LINK, 탈북자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오후 5시가 좀 넘은 시간 빗줄기가 얇아지더니 금새 그친다. 사람들은 입고 있던 비옷을 바닥에 깔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디서 있다가 몰려 왔는지 서울광장과 주변도로는 많은 시민들 가득 찼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무대 주변은 축제분위가 넘친다. 촛불소녀들의 경쾌한 율동, 함성들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축제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민주노총 회원들이 소속단체 깃발을 앞세우고 행사장 근처까지 도착해 있었다. 민주노총은 짧은 시간동안 민주노총 간부들의 격려와 규탄구호를 외치는 것을 끝으로 본대와 합류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시민들 속에서 나도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TV, 사진으로만 보던 의원들을 바로 앞에서 악수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섬 마을 기자에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곧이어 사회자 권해효씨의 “대학생여러분”하는 힘찬 목소리는 본격적인 행사 시작을 알렸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국민승리의 날 축제 현장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개 종단과 민주노총을 비롯해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4개 정당의 의원과 당직자등이 무대 앞에 앉아서 '쇠고기 재협상'과 '고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과 함께했다.
태평로를 가로질러 디브이디(DVD) 동호회, ‘디브이디프라임’ 회원들이 손을 잡고 시민들 앞에 섰다가 한 걸음 다가가니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민들이 한 걸음 물러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잠시 멈춰서 있다가 군중들 사이로 사라졌다.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는 초등학생은 편지가 젖을 까봐 코팅까지 해서 가져왔다. [할아버지.. 학교에서 교육방송을 봤는데.. 영국에서 대통령이 고양이에게 소를 먹였는데 고양이가 먹고 나서 고양이 62마리가 죽었어요... 그러니까 수입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이다.
서울광장에 어둠이 밀려오면서 촛불은 빛을 바라기 시작했다. `국민 승리의 선언을 위한 문화제'가 시민들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는 많은 시민들은 촛불을 높이 들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국민승리의 날 촛불이 어둠을 밝히며 그 빛을 바라고 있을 무렵, 오이도역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막차를 타기위해 나는 서울광장을 떠나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쉬움과 감동의 여운을 남겨두고 말이다. 섬으로 들어가는 막차에 몸을 실고 서울광장을 생각해 보았다.
섬마을 기자가 봤던 서울광장은 진정한 승리자들이 모인 곳 이였다. 그곳엔 국민의 승리가 있었고, 감동이 있었고, 승리의 축제가 있었다. 또한 정의와 진실의 승리가 서울광장에서 계속되어지기를 바라며 진정한 승리자인 국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