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일) 오후 5시 대전 중앙로 역사 안.
지나는 행인들 사이로 밴드의 높고 강한 음악소리가 가득 울리고 있었다. 스치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이게 뭐지?'하는 표정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연을 스쳐 바쁘게 달아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이 공연 '지하철 1호선 음악여행'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사)대전충남민예총 관계자는 "서민들의 운송수단인 지하철이 대전에서 개통된 지 1년이 지났다. 지하철이 단순한 운송 기능을 넘어 음악과 예술이 넘치는 곳으로 변화되길 꿈꾼다. 이번 공연은 그 물꼬를 트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공연을 보는 시민들의 관심이나 호응이 저조한 편이지만, 지역 시민들이 "여전히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지하철은 지난 2006년 3월에 1차(판암역~정부청사역) 개통한 이후, 2007년 4월에 잔여 구간(정부청사역~반석역) 차로가 완공되어 본격적인 지하철시대를 열었다.
하루 평균 4만여 명이 이용하는 대전 지하철은 그간 커다란 사고나 인명 피해 없이 원활하게 운행됨으로써 명실공히 대전시민들의 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 잦은 정체를 보이는 지상교통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대전지하철 이용 인구가 날로 늘어갈수록 수요자들의 요구 또한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역사에 시민문고를 비치하거나 근거리 사용자들의 편리를 위해 '양심 자전거'를 설치하는 등 시민들에게 문화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지하철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기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대전충남민예총은 지난 6월부터 대전지하철 1호선 구간 중 15개 역을 순회하는 '지하철 1호선 음악여행'을 기획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시민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포크락 밴드 'Fine Apple'과 모던락 밴드 'Rosy County'가 주축이 되어 공연을 이끌고, 부대 행사로 민예총 소속 문학위원회, 서예위원회 회원들의 서예작품 전시, 한국음악위원회의 공연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역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비수익성 공연이다. 무엇보다 침체된 지역의 공연예술 활성화를 바라는 예술인들이 지하철이라는 대중의 공간을 '소통'과 '가능성'의 공간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도전정신과 진정성을 읽을 수 있다.
회사원 김수정(26)씨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해서, 지하철에서의 이런 공연이 낯설지 않다. 서울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보는 공연"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공연들이 활성화되어 지하철에서도 공연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역의 부역장을 맡고 있는 김병일(57)씨는 "그동안 색소폰이나 아코디언 연주와 같은 소규모 공연이 드물게 있었다.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지하철 공간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은 시민들에게 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마추어 그룹들에겐 자신의 견문을 넓히는 기회가 되고, 우리들로서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홍보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공연에 선뜻 음향기기를 협찬한 프레이즈 악기사의 관계자는 공간의 열악함 때문에 음향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이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거다"라고 말했다.
'Fine Apple'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박홍순(43)씨는 공연 후에 "가장 서민적인 공간에서 자유로운 만남을 통해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어느 때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관객을 두고 공연한다. 하지만 몇 명의 관객이 있더라도 우리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끝까지 노래할 것"이라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도 10여 개의 역을 순회하며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였던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공연을 마친 그룹 멤버들은 각자 바지런히 짐을 꾸려 자리를 떠났고, 지나가던 행인들 역시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코 그 곁을 스쳐 지났다.
하지만 음악의 향기는 남아 잠시 멈춰 함께 했던 이들이나, 무심코 스쳐 지나간 이들의 마음에 남아 더 따뜻한 지하철 풍경을 만들 것이다. 문화는 알게 모르게 마음을 녹여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시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대면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 행사가 많이 기획되어 대전이 명실 공히 문화예술의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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