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
1989년 말 당시 전국 시·군이 운영하는 쓰레기 매립장은 모두 6백여 개, 3백만 평 가량이었다. 당시 대부분 쓰레기 매립장은 사용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쓰레기 대란이 눈 앞이었다.
그때 수도권 주민들이 한숨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인천(당시 김포) 수도권 매립지가 1992년이면 문을 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매립지 크기는 602만 평. 당시 전국의 쓰레기 매립장을 다 더한 것보다 두 배나 크며, 여의도의 6.8배 정도 크기였다.
1992년 2월 10일 첫 반입이 시작돼 2000년 8월에 제1 매립장 매립이 끝났다. 원래 1997년까지 쓰기로 돼 있었으니, 3년간 더 쓴 셈이다. 지금은 제2 매립지에 쓰레기를 붓고 있다. 수도권 3개 시·도, 66개 시·군·구 중 58개 시·군·구(2100만 명)가 이 곳을 사용한다. 지난해 나온 총 쓰레기량은 510만 톤이다.
건설쓰레기가 1만130톤(53%)으로 가장 많고, 사업장생활계쓰레기와 소각재가 4733톤(24%), 생활쓰레기가 4372톤(23%)으로 뒤를 잇는다. 시·도 별 반입비율은 서울시가 48%로 가장 많고, 경기도 35%, 인천시 17% 순이다.
1992년 당시 수도권 매립지측은 앞으로 25년간 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쓰레기량을 봤을 때 나온 판단이었다. 예상대로였다면 2018년에 매립지 수명이 끝나 지금쯤 새로운 매립지를 구하기 위해 바쁠 시점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수도권 매립지를 2030년까지 쓰는 것으로 다시 상향조정됐다. 분리수거와 재활용 정책이 도입되면서 쓰레기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시 목표치가 높아졌다.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37년을 더 쓸 수 있어, 2045년에 사용이 끝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이 만든 쓰레기는 적환장-재활용처리시설-소각장이라는 여행을 한 뒤, 마지막에 수도권 매립지로 향한다. 여행의 종착지인 수도권 매립지를 지난 10일 찾아갔다.
휴가철 서울 쓰레기는 준다, 이유는?
"수도권 매립지가 세계에서 제일 큽니다. 사실 자랑할 것은 못 되지만…."안내를 맡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박병록 홍보과장이 겸연쩍어하며 한 말이다.
수도권 매립지의 반입량은 2005년까지 줄어들다가 이후 정체 상태다. 2003년 699만 톤, 2004년 601만 톤, 2005년 484만 톤, 2006년 491만 톤, 2007년 510만 톤의 쓰레기가 매립지에 묻혔다.
생활쓰레기는 2003년 235만4천 톤에서 2007년 115만9천 톤으로 절반 가량 줄었지만, 사업장 일반쓰레기는 같은 기간 92만2천 톤에서 125만4천 톤으로 오히려 늘었다. 건설쓰레기는 371만3천 톤에서 268만4천 톤으로 줄었다. 그러나 절대 수치가 여전히 높아 전체 쓰레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6월 하루 평균 들어오는 차는 1500대 내외(토사차 제외). 7월엔 1200~1300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휴가철에는 쓰레기가 평소보다 10% 정도 준단다. 오히려 강원도 쪽 쓰레기량이 는다고. 인구 이동과 함께 쓰레기가 따라가는 모양새다.
과장과 함께 매립장을 둘러봤다. "워낙 넓어서 자동차를 타고 슬쩍 둘러보는데도 3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겁을 준다.
이곳에 들어오는 차 중 사업장쓰레기 트럭은 모두 검사대에서 확인한다. 9개 검사봉을 내용물에 넣어 부적절한 상태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만약 부적격 판정이 나면 차를 되돌려야 한다.
생활쓰레기 트럭은 현장에서 조사원들이 눈으로 확인한다. 역시 재활용품이 들어 있거나 가연성 물질이 있으면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지난 한 해 동안(2007.6.1~2008.6.31) 재활용품에 쓰레기에 섞여 들어와 적발된 건수는 2995건.
서울시 00구가 1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시 0구가 37건으로 가장 적었다. 00구가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동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요청에 따라 통계자료를 정리한 매립지 직원들도 놀라워했다. 가연성 쓰레기로 적발한 건수도 2008년 상반기 48건이나 된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있는 지자체에서 수도권매립지까지 오려면 50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왕복하려면 100km다. 이동에 든 기름값과 부적격 판정에 따라 받게 되는 벌점, 사람들이 한 번 일해야 하는 수고 등을 생각하면 분리수거를 제대로 못한 대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조사 직원에게 불량사례로 어떤 게 있는지 물어봤다. 공원에서 한 데 모아서 갖고 오는 쓰레기 중에 분리수거가 부실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폐플라스틱, 우유팩, 폐병, 폐목재, PET병 등이 주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치우고 또 치워도 돌아서기가 무섭게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김포시내 공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오전 6시에 돌아본 사우동과 북변동의 소공원들에는 밤새 취객들이 버린 담배꽁초, 맥주병과 소주병, 과자봉지 등 온갖 쓰레기들이 흉물스럽게 널려 있었다."- <경인일보>(2008년 4월 17일)"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7월31일∼8월2일 전국 9개 해수욕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최종적으로 소각, 매립되는 해수욕장 쓰레기의 3분의 1 정도가 재활용품으로 나타났다. 해수욕장에는 보통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이 함께 비치되지만 피서객들이 캔과 빈병, 페트병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버려 칠포해수욕장의 경우 소각, 매립쓰레기의 40.3%가 재활용품이었다."- <연합뉴스>(2007년 8월 7일) 관리공사측은 지난해 7월 쓰레기 관련 담당 공무원과 과장들을 불러 2회 재활용 교육을 했다. 교육 뒤 한동안은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올 여름에도 다시 한 번 교육을 할 생각이다.
신윤선 반입관리팀 과장은 "돈되는 재활용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 챙겨간다"면서 "결국 흙 묻은 것 등 처리 불가능한 재활용품이 남는데, 이럴 때 어르신 등 쉬는 인력을 활용하면 고용창출도 되고 좋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이전 큰 갯벌, 지금도 갈매기들 많아
쓰레기를 버리는 매립장에 갔다. 생각보다 한산했다. 이미 생활쓰레기 트럭은 오전에 대부분 왔다 갔단다. 오전 6시부터 쓰레기를 받는데, 출퇴근 시간을 피하기 위해 6~7시경 몰려서 들어온다고. 지금 매립장에 있는 차들은 대부분 사업장쓰레기 트럭들이다.
적격 판정을 받은 트럭들이 매립장에 쓰레기를 부으면 냄새 제거와 소독을 위해 가루를 뿌린다. 다시 그 위에 흙을 덮고, 장비차가 다진다.
여기에 들어가는 흙이 만만치 않다. 15톤 덤프트럭 기준 200대 분량의 흙이 매일 들어간다. 매립지 측에선 흙을 아끼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기 전 미리 20cm 정도 흙을 걷어냈다가 붓는다. 2매립장만 대상으로 했을 때, 걷어내는 작업을 통해 아끼는 비용이 총 300억 정도 된다고 박병록 과장이 말했다. 쓰레기 관리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근처 소각재를 내려놓은 곳을 살펴봤다. PET병, 깡통 등 재활용해야 할 품목들이 재에 섞여 있다.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제대로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과정에서 걸러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매립장 주변에 가득한 갈매기들. 하늘을 뒤덮은 숫자가 워낙 많아 그 숫자를 세기 힘들다. 현장 직원 중 한 명이 "과거 이 곳이 자기네들 땅이라고 시위하는가 봐요"라고 살짝 귀띔한다.
과거에 이 곳은 인천의 한 포구였다. 명도, 릉도, 유도, 승도, 길무도처럼 지도에 남아 있는 지명이 이곳이 과거 바다였음을 알려준다. 조개, 게, 갈매기들의 고향이었을 땅을 메워 사람들은 쓰레기 매립지로 만들었다. 비록 되돌린 순 없다고 하더라도, 이전 주인들에게 조금은 미안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로 만든 전기, 1년 기름 733억 원어치
그동안 매립장은 쓰레기의 무덤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앞으론 그 말을 고쳐야 할 듯하다. 여기서 쓸모를 얻어 다시 재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쓰레기 매립가스를 활용한 50MW 발전소. 하루 200kw를 사용하는 가구 기준으로 18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사업비는 773억 원.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는 모두 한국전력에 공급되고 있는데, 연간 300억 원의 전력 판매금을 받고 있어, 중유 기준 50만 배럴(733억 원)의 에너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요즘 같이 고유가 시대를 사는 시민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다.
전기 중 일부는 사무실 냉·난방, 유리온실 열원 등에 쓰인다. 온실에서 지역주민과 키운 꽃으로 매년 봄에는 야생식물전시회를, 가을에는 국화축제 등을 개최한다. 온실을 관리하는데 지역주민 150여 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관리공사측은 쓰레기를 이용해 고형연료(RDF)를 자원화하는 사업에도 들어갔다. 2009년 완공할 예정으로 매년 100톤 정도의 연료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고형연료는 발전소, 제지사 등에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하수슬러지를 처리해 쓰레기를 덮는 복토재로 쓰고, 소각재를 보조기층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침출수를 재처리해 탈수기 세정수로 쓰는 것도 논의 중이다. 이 사업들이 제대로 굴러가면 매립지는 '쓰레기의 무덤'이 아니라 '쓰레기의 최종 재활용 공장'이라고 고쳐 불러야 할 것이다.
또한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시작해 올해 4월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기구(UNFCC) 사무국에 등록이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했다. 배출권 거래시 연간 121억원의 배출거래권(CERs)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매립지측은 예상한다. 톤당 10달러라고 했을 때 계산한 결과다.
'드림파크'라 이름 붙은 매립장 공원도 쓰레기 매립지를 재활용한 사례다. 이미 사용이 끝난 제1매립장 위에 흙을 덮고 야생초를 덮은 뒤 공원으로 만들었다. 넓은 호수엔 연꽃이 가득했고, 거위가 놀고 있었다. 주변엔 풀과 꽃도 무성했다. 주변 풍경은 시민공원으로 손색이 없었다.
약 3시간여 동안 둘러본 결과 매립지는 너무 넓어서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한편으론 재앙이다.
매립지관리공사측의 한 직원은 "어차피 2045년이면 이곳 수명도 끝난다. 이 정도로 큰 매립장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군사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쓰레기 매립지 시설 설치를 환영할 주민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쓰레기 반입비용으로 운영이 된다. 반입비용이 줄면 운영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곳 직원들은 쓰레기가 줄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 때문에 정작 고통을 당할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후세대다. 재활용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어딘가는 매립지가 돼야 한다. 그 땅이 내가 살고 있는 땅이 될 수도 있다. 쓰레기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