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걷는 것조차도 귀찮은 날씨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 한 오후다.
30℃를 웃도는 뜨거운 열기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절정을 내 달리고 있고, 숨이 막힐 정도다. 습도 또한 90%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공기를 끈적끈적하게 해 불쾌지수만 높아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섞인다. 며칠 동안 이어진 폭염속 무더위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아침마다 안개가 자국하게 낀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습한 공기와 함께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의 햇빛을 가려줄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새들도 하늘을 날지 않고, 바다의 갈매기도 갯바위에 앉아 쉬고 있다. 그저 시간 맞추어 공항에 도착해야할 비행기만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그저 바다 멀리 떠있는 구름 덮인 지역이 부러울 뿐이다.
폭염 속에 지친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있지만, 마을 작은 텃밭에서는 작열한 태양빛을 받으며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는 과실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초봄부터 땀 흘려 애써 가꾼 과실이 풍성한 결실을 맺기만 기다려온 텃밭 주인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찜통속같은 더위 때문에 맥 못 추고 있을 때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 더운데 망둥이 낚시나 합시다.”
“망둥이 낚시? 아직 작잖아!”
“망둥이가 손바닥만 해 지금 잡아먹어야 맛있어.. 일단 나와 봐요”
전화를 끊고 후배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형! 우리 낚시 보다는 오랜만에 들망 만들어 망둥이 잡아 봅시다!”
“들망? 그거 만들려면 시간 좀 걸리잖아! ”
“아~이 대충 만들면 30분 정도면 만들 수 있어요! 만들어서 더위나 식히자고요..”
“만일을 위해서 대나무 낚시도 같이 하지요 뭐~”
[사각의 그물에 대나무 2쪽으로 고정을 시키고, 바지락껍데기를 올려놓고 물속에 넣어 두면 망둥이가 바지락껍데기에 붙어 있는 바지락 살을 뜯어먹기 위해서 들망 안으로 들어오면 들망을 걷어 올리면 망둥이가 도망가지 못하고 잡힌다]
망둥이는 수심이 얕은 갯벌이 있는 쪽으로 물들에 올라오기 때문에 들망을 사용하면 옷을 버리지 않고 쉽게 잡을 수 있다. 특히 갯지렁이 등 미끼를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 꼬맹이시절 바지락을 채취 해다가 바지락을 까서 소금에 절여 만드는 바지락젓을 생산했기에 해변에는 바지락껍데기가 많았다. 들물이되면 해변에 널린 조개껍데기 살을 먹기 위해 올라오는 망둥이들을 들망을 이용해서 잡았다]
요즘은 바지락젓을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해변에 버리는 바지락껍데기가 없어 해변을 돌아다니며 어렵사리 바지락껍데기를 구해 들망 질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망둥이와 숨 막히는 일전이 시작된 것이다.
“형! 망둥이 들어을까? 들망 한 번 들어보자!”
“와~ 망둥이 두 마리 잡았다!”
들망을 들은 후배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물 밖으로 뛰어 나온다. 모두 신이나 달려가서 들망에 든 망둥이를 보았다. 한 20년 만에 해보는 들망질 그리고 망둥이 우리는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형! 오늘은 망둥이 매운탕에 소주한 잔 하는 거야!”
“당연하지.. 푸짐하게 먹으려면 많이 잡아야 해!”
“요즘 망둥이는 연해서 맛이 좋아 회로 먹어도 된다. 넉넉하면 회도 한 번 먹어보자고 ”
“오늘저녁 망둥이로 포식 한 번 하자고....하하하”
대나무 낚싯대로 하는 망둥이 낚시도 재미가 있었다. 입질은 약해도 미끼를 물고 도망갈 때 채 올리는 손맛은 일품이다. 한 번에 두 마리 올라오는 “쌍걸이”가 나오면 부러운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넌 오늘 실적이 저조하니 조금만 먹어야겠다”는 가벼운 농을 던지면서 보냈던 시간들은 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더위가 우리를 비켜가고 있는 듯 했다.
더위를 잊어버리고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하며 들망 질과 망둥이낚시를 하다 보니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하늘을 덮고 있다.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동네 꼬마들도 신기한 듯 들망을 걷어 올릴 때마다 달려와 관심을 보였다.
저녁노을이 보여주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며, 마을 꼬맹이들과 함께하는 망둥이 잡기는 우리들의 소중한 옛 추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느덧 하루를 밝혔던 태양은 지고 거리의 가로등만이 외로이 밤거리를 비추고 있는 시간에 우리는 잡은 망둥이를 손질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바람 골에 모여 앉아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옛 이야기를 나누며 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혔다.
늦은 저녁이 되자 마을이 온통 안개로 덮여버렸다. 이 안개는 다음날 오전까지 깔려있을 것이고, 안개가 걷히면 또 다시 찜통더위는 시작될 것이다.
올 해는 무더위가 심하다고 한다. 이제 여름의 시작인데 앞으로 남은 무더위가 걱정이 된다. 그래도 필자는 도심의 도로위에 검게 깔린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사방이 꽉 막힌 도심의 삭막한 빌딩숲 속에서 무더위와 싸우지 않아도 되기에, 삶의 환경에 있어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잠시나마 필자의 입장이 되어 꼬맹이 적 시절로 돌아가서 여름날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더위를 이기기를 바라며 필자가 살아가는 섬마을의 시원한 여름나기 소식을 전해봤다. 또한 오마이뉴스를 사랑하는 모든 애독자들이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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