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순간도 감동이지만 그들이 만나도록 길을 놓았던 까치와 까마귀는 더 큰 감동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참 느리게 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한 반드시 옵니다. 평화를 위해 우리는 까치와 까마귀가 되어야 합니다."
문규현 신부는 16일 저녁 8시 명동 향린교회에서 있은 강연 '반갑다 평화 잘가라 미군'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자신이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신부는 "평화는 두려움이 없는 마음, 이기적이지 않은 마음"이라며 "개인의 평화는 공동체 안에서 완성된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어 "어른들이 머리 굴리고 관망, 체념하는 동안 소녀들이 가녀린 손에 촛불을 들었고 마침내 혁명을 이루었듯이 평화행동은 '원래부터 용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서 용기를 얻어' 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있어났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서는 "긴장과 불안 등으로 아픈 공동체에서 개인이 치를 수밖에 없었던 대가"라며 "우리가 반드시 평화협정을 실현해야 하는 이유"라 지적했다.
평화 걸림돌 미군, 평화협정 체결과 철수 이어져야
그는 또한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을 '미국'으로 지목하며 "이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국 내 외국군(미군) 철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 주장했다.
문 신부는 "북이 끊임없이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거절하고 있다"며 "이번 광우병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자국이익에만 관심할 뿐이고,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자국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는 나라"라 말했다.
그는 또 루쉰의 말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를 인용 "우리가 평화가 되는 노력을 해야 평화가 온다"고 호소했다.
한편 그는 1989년 정의구현실천사제단 대표로 방북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 일로 3년여 감옥 생활과 '사제로 위장한 빨갱이'라는 꼬리표를 얻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만큼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선배들이 젊음과 목숨을 바쳐야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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