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아니,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독도 문제만큼은 동일한 주장, 동질적 분노를 터트리는 대한민국에서, 매우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독도는 우리 땅,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나는 물론 독도가 현재 한국 영토라고 생각한다. 때만 되면 독도 문제로 도발해 오는 일본 우익들의 행태가 지긋지긋하다. 군국주의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마치 독도를 양국 분쟁지역처럼 설명하는 것으로 자국 우익의 지지를 모으려고 하는 그들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런데 몇년에 한번씩 이 일이 반복될 때마다 애국가와 태극기가 물결치고 때로 손가락을 자르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서 분노를 터트리는 한국 사회 역시 나는 불편하다. 조그만 섬의 '실효적 지배'를 위해 "군대도 주둔시키고 전쟁도 불사하자"는 얘기를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세력까지, 바로 얼마 전까지 '생명의 촛불'을 들던 시민들도 하고 있다.
'양국 평화시민세력 대 일본 우익'이란 구도로 바꿔야 이런 사실에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 이견과 소통이 들어설 틈이 없다. 그 사이 이명박 정부는 일본에 대한 강경 방침을 외치며 촛불정국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늘 독도 문제는 지지율이 추락한 한국 정부에 구원투수였다.
평화주의자로서 나는, 이 모든 논리가 결국 지도 위에서든 우리의 마음에서든 '국경선'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에 반대한다. 강화된 국경선은 언제나 대립과 긴장을 고조시킨다. 조금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국경선을 그음으로써 형성된 근대적 국민주권의식을, 국경선을 자꾸 지움으로써 세계시민의 주권의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독도 문제를 도발하며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 우익들을 제어하려면, '한국 대 일본'의 구도가 아닌 '한국 및 일본 평화시민세력 대 일본 우익'이라는 구도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독도는 한국 땅'이란 구호에 머물 때 일본의 평화시민세력의 발언권은 매우 협소해진다. 영유권의 사실 관계를 인정한다 해도, 한국 극우까지 망라된 이 주장에 선뜻 손을 들기도 어렵고, 일본 내 우익들의 신랄한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자스-로렌은 프랑스땅? 독일땅?독도는 한국 땅이다. 한일 근세사에서도 '인정되어' 왔고 현재도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역사를 초월하는 보편적 진리인가? 국경선에 그런 진리 개념이 개입된다면 유사 이래 모든 나라들의 국경선은 어떠한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반대로 국경선이 그어지기 이전엔 언제나 '점이지대'가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점이지대에는 다른 종족과 문화권이 교류하고 융합하는 일이 벌어진다. 근대 이후, 점이지대를 쌍방이 서로 자신의 국경선 안으로 밀어넣는 과정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와 독일이 오랫동안 영토분쟁을 해온 알자스-로렌의 예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알자스-로렌은 921년부터 700년 동안이나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였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프랑스 땅이 되었고, 1871년 독-불 전쟁 후엔 독일 땅이 되었다가, 1919년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 다시 프랑스 땅이 됐다.
1940년 나치 독일이 이 곳을 점령했고 1945년 연합군이 승리하자 프랑스가 다시 빼앗았다. 알퐁스 도데는 애국주의 정열을 담은 자신의 소설 '마지막 수업'에서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빼앗기지 말자고 역설하는 교사를 등장시키지만, 실상 당시 이 지역은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공존하는 역사적 점이지대였다.
그러나 전후 양국은 이 곳을 놓고 분쟁을 계속하기보다, 인적 물적 왕래를 자유롭게 보장했고 양국의 자격증을 함께 인정했으며 심지어 합동대사관까지 두었다. 양국 교과서 모두 이 지역에 대한 민족주의적 해석을 배제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이 곳은 프랑스 영토지만, 양국 시민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내는 곳이 되었다.
독도를 평화의 섬으로 개방하자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받으려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분노의 울타리로 독도를 가두지 말고 오히려 과감히 개방하는 것이다. 독도를 한일 평화의 섬으로, 인근 해상을 한일 경제협력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는 것은 어떨까.
한일 어선들의 공동 어로를 허용하고 해저 자원의 조사와 시추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생태자원에 대한 연구와 보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제안을 한국이 역으로 한다면 일본의 평화시민사회와도 적극적인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독도가 양국의 평화와 경제적 실리를 보장한다면, 불필요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일 평화를 위협하는 우익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도 원한다면 독도 정착을 허용하고 지원하여 양국 평화 공동체를 만든다. 이것은 양국의 해상충돌을 막는 적극적 방법이 될 것이다. 한일 역사-지리 교사들이 문화 교류사 측면에서 독도를 바라본 대안 교재를 만들어 양국에서 함께 채택하는 운동을 벌인 수도 있다.
'피스 아일랜드, 사이버 독도'를 조성하여 전 세계에서 가상 주민을 모집하고, 이들 사이의 온라인 교류와 상호 방문을 추진한다. 생태와 평화의 상징 독도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양국 문화인들이 미디어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
독도의 평화-협력 실험이 성공한다면 일본과의 다른 해상국경 또는 중국 만주 일대에 대해서도 그러한 실험을 해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주도하는 나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협력의 기회가 늘어나며,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 역시 확고해질 것이다.
일본 우익의 낡은 영토회복론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평화공동체를 향한 거대한 한 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평화의 섬 독도, 그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 나는 정말 행복하게 독도를 사랑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http://blog.naver.com/intero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