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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로 오빠 둘을 두고 있는 막내인 딸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뚱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딸이 엉뚱했던 몇가지 사례를 여기 소개합니다.

지난번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이소연씨가 우주로 올라가기 전 날 저녁에 TV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기에 딸에게 간단히 얘기해 주었습니다.

"저 언니가 내일 쩌어기 하늘 위로 로켓트 타고 슈우웅 올라간대."

그랬더니 막내 왈,

"왜 가?"
"…"

무엇엔가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으로 순간 꿀먹은 벙어리로 있다가 재빨리 정신을 수습하고는 아래와 같이 얼버무리며 대충 둘러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저기 하늘 위의 별들이 어떻게 생겼나 보려고 간대."

그런 딸이 얼마 전에는 대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해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우리 가족들을 사랑한다라는 사실을 딸에게 각인시켜 주고는 다음과 같이 반문했습니다.

"현서도 사랑하는 사람 있어? 현서는 누구를 사랑해?"

내심 당연히(?) 딸도 엄마나 가족을 사랑한다고 얘기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웬걸….

"응, 있어"
"그게 누군데?"
"현식이! 우리 꽃들반에 현식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애를 사랑해!"

아주 당당하고도 꺼리낌이 없는 딸의 답변에 저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저 한동안 멍해질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섭섭함, 서운함이 바로 딸이 어른으로 성장해서 배필감을 데려왔을 때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딸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 친구가 과연 어떤 녀석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녀석이 딸이어서인지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벌써부터 외모에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집에는 주변에서 물려받거나 새로 구입한 목걸이나 팔찌 등의 액세서리가 그득합니다. 할인점에 가서도 서적 코너에서 딸이 찾는 것은 화려한 색채의 표지가 있는 공주책입니다.

그런데, 딸의 두상(頭狀)은 앞이나 뒤, 한 면만 나와 있지 않고 앞과 뒤로 톡 튀어 나와 있는 짱구 모양입니다. 손바닥으로 딸의 머리를 감싸 보면 특이한 딸의 두상에 절로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명품 두상(頭狀) 생후 6개월쯤 머리를 밀었을 때, 머리 앞과 뒤로 올록볼록 튀어나온 딸의 두상입니다.
▲ 명품 두상(頭狀) 생후 6개월쯤 머리를 밀었을 때, 머리 앞과 뒤로 올록볼록 튀어나온 딸의 두상입니다.
ⓒ 강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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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저녁, 퇴근 후 씻고 있는데 딸 녀석이 다가와서는 한마디하였습니다.

"아빠, 나도 대머리 빡빡이 되었어."

아마 몸을 치장하느라 머리핀으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하던 참에 그러다 머리를 올리고 머리핀으로 고정시켜 놓고 보니 이마가 훤해졌던 모양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대머리인 것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나오는 한 마디...

"그런데, 아빠보다는 아니야!"
"왜?"
"아빠 머리는 완전히 대머리 빡빡이잖아!"

탈모가 상당히 많이 진행되어 이제는 거의 탈모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이러한 딸의 반응에는 너무나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침데기 표정을 짓고 있는 최근의 딸의 모습
 새침데기 표정을 짓고 있는 최근의 딸의 모습
ⓒ 강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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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든 것들이 막내로 태어나 식구들의 예쁨을 받고 있는 딸의 애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딸이 언제 자라서 철이 들고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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