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명물이 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인사동은 관광명소이기도 하지만 갤러리, 컬렉션, 화랑등으로 불리는 크고 작은 미술관이 참 많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인사동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의 책자를 보니 인사동과 부근 동네의 골목길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미술관들이 100개가 넘더군요.
워낙 유명세를 타서 많이 상업화가 되고 있지만, 그림은 물론 사진과 조형예술등의 다양한 전시회가 연중 열리는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보석같은 동네입니다. 최근에 '2008 인사미술제'란 전시회 행사가 몇 주간 벌어지기도 했으며, 행사기간에 가도 좋지만 아무 때나 인사동을 방문해도 좋은 전시회들를 감상할 수 있어 좋은 곳이지요.
게다가 대부분의 미술관들이 입장료도 없고 안에는 에어콘까지 시원하게 틀어주니 조금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미술관 입구에 있는 맘에 드는 작은 책자의 화집이나 작품이 실려있는 엽서들을 구입하여 소장하기도 하지요. 어떤 미술관에는 책상위에 시원한 주스와 과자를 갖다놓는등 관람객을 위한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도 있네요.
우리 사회가 온통 자본주의 경쟁과 승리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서로 다름이 오히려 미덕이 되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은 삶의 좋은 안식처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인사동 주변동네인 부암동, 평창동 화랑골목 등에도 환기미술관, 가나아트센터, 토탈미술관등 유명한 미술관들이 있는데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관 가는 순회버스를 타면 경복궁 돌담길과 청와대 앞길을 지나 창의문과 북악스카이웨이가 보이는 부암동과 평창동 화랑골목을 가는 역사가 깃든 풍광 좋은 길까지 구경하며 갈 수 있지요. 얼마 전부터는 경기도 장흥의 야외조각공원인 '아트파크'도 다닌다고 합니다.
왠지 거창하고 내 생활과 거리가 멀 것 같은 '미술관 문화순례'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지요. 인사동 미술관 순례를 마치고 관광안내센터에서 미술관 순회버스 안내 브로셔와 함께 미술관 가는 버스의 출발 시간을 확인한 후 표를 사면 됩니다. 버스표값은 천 원으로 이 돈으로 하루종일 미술관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보통의 버스 안에서 들리는 커다란 음악소리나 라디오 소리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버스에 앉아 있자니 정말 문화순례자가 된 듯 마음이 설레네요.
미술관들이 있는 동네를 순회하며 다니는 셔틀버스다 보니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가 버스 시간에 맞추어 다른 미술관으로 이동하면서 내리고 타면 됩니다. 미술관 순회 버스는 이런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예술감상도 하고 미술관이 많은 동네는 어떤 곳일까하고 골목골목 구경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미술관보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고 버스 기사님이 웃으며 말해주실 정도로 동네 곳곳에 푸르고 정겨운 풍경이 많습니다.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 자락 아래의 동네이다보니 명당이긴 하겠네요. 미술관 버스를 타는 또다른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미술관 순회 버스가 정거장에 설 때마다 아담한 미술관이 반깁니다. 특히 평창동 화랑골목에 내리면 조용한 언덕동네에 숨어있는 10여개의 미술관을 찾아 보물찾기 하듯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걸어다니는것도 즐겁네요.
이 동네의 미술관들은 건물도 예술적이거니와 야외 마당이나 옥상에 멋진 조형물의 미술 작품들이 있어 꽤나 이채롭습니다. 카페를 겸한 미술관도 있으니 서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느라 지친 다리를 멋진 카페에 앉아 쉬어 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공식적인 행사의 미술 전시회에 맞추어 가려면 미리 전화를 (02-720-1020) 해보고 가면 좋으며, 전시회 행사시 입장료를 받는 미술관에서는 순환버스표를 보여주면 입장료 1,000원을 할인해 준다고 합니다.(매주 월요일은 휴무)
생활속에서 찾아가기 어렵지 않은 미술관 버스를 타고 맘에 드는 그림, 사진이나 조형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더위를 잊는 예술 삼매경에 빠져 보시죠. 덤으로 서울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한가롭고 아름다운 자연풍경도 즐기시고요.
덧붙이는 글 | '2008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